민주적인 학교 만들기
"요리를 글로 배웠습니다."
얼마 전 광고에 나왔던 문구이다. 그런데 이 말은 학교에도 어울리는 말이다.
민주주의를 글로 배웠습니다.’
대부분의 교사들도 이에 해당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교사들은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불편해하며 소수가 다수를 위한 합리적인 결정을 해 주길 바란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를 보면 구성원의 주도적인 역할과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하기보다는 다수결에 의한 결정, 그리고 그것을 따르는 것을 강조할 뿐이다. 문제는 교사들이나 아이들이나 스스로가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을 대변해주거나 합리적으로 결정해주면 그것에 늘 따르는데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교사의 자발성은 왜 중요한가
“김 선생님은 학급운영의 대가인데, 교직생활 중 학급운영에 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동안 혼자 해왔다. 그 선생님의 꿈은 자신의 교육적 실천을 자신의 학급뿐만 아니라 학교차원에서 모두가 함께 해보는 거였다. 그런데 학년 워크숍에서 그 선생님의 학급운영 방법을 전 학년이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그때 그 선생님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이게 꿈인지 현실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게 학년단위 학급운영이라는 이름으로 교육계획에 들어갔고 모든 학급이 같이 실천하는 학급운영이란 것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혁신학교는 교사들은 승진점수나 성과급 등 외적 인센티브와는 상관이 없이 움직인다. 심지어 연수도 자율연수로 한다. 그럼에도 교사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교사로서 해결해야 할 실존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이 훌륭한 교사로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승진이나 가산점은 비본질적인 것이 되는 것이다. 자발성과 진정성이 교육의 본질성이다. 외적 인센티브가 없어도 자발성을 주면 교사들은 움직인다.
학교의 본질로 돌아가기
학교의 문제는 교육이 가져야 할 특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사무행정이나 군대의 특성을 띠게 될 때 발생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관료적 행정체계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데 모든 교사가 사무행정 문화 속에서 자신의 철학과 정서를 형성해 나가고, 교장, 교감도 그런 행정 문화 속에서 성장하여 승진했기 때문에 그런 문화를 강요한다.
학교의 본질은 교수학습이다. 학교의 체계는 교수학습을 중심으로 짜여야 한다. 행정이 필요하다면 교수학습을 지원하고 교수학습을 위한 행정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행정업무와 교사는 분리되어야 한다.
민주적인 학교 만들기
학교는 민주주의를 배우는 학습의 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교는 매우 비민주적으로 운영되었다. 물론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여전히 학교의 운영 방식은 관료적 행정체계에 의한 지시 전달형 의사결정구조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교장-교감-부장회의-동학년 회의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지시 전달 체계가 아니라 교장, 교감, 교직원 모두가 참가하는 교직원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체계로 학교가 재조직되어야 한다. 흔히 아래로부터 의견을 들어 결정하는 상향식 방식을 민주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 또한 수직적 문화에서 나온 발상이다. 위아래가 단지 통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수직적인 것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