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영화 <콜럼버스>

공공건축의 미덕을 잘 보여주는 영화

by 화니샘

건축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우리는 매일 건축 공간 속에서 생활하며 상호작용을 한다.

그러기에 굳이 건축심리학을 들먹이지 않고서도 사람이 어떤 곳에 사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을 모더니즘 건축의 메카라고 하는 미국의 소도시 콜럼버스다.

인디에나주의 작은 도시 콜럼버스(인구 약 4만)에는 유명한 미국건축가들의 건축물들이 모여 있어 건축의 박물관으로 부른다. 이는 공공건축을 신축할 때 밀러 재단이 선정한 리스트에서 건축가를 선택하면 설계비 전액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덕이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소개되는 에로 사리넨, 데버라 버크, 제임스 폴 뿐만 아니라 I. M. 페이, 로버트 벤투리, 리처드 마이어, 시저스 펠리, S.O.M 같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건축가들의 건물이 이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보여주는 이들의 건물들은 공공건축이 가져야 하는 미덕이 무엇인지를 시사해준다.

주인공 케이시가 건축의 빛을 바라보며 까닭 모를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건축이 누군가에는 치유의 의미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은유한다. 실재로 케이시는 어렵고 힘든 시절 데버라 버크의 건물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고 그로 인해 건축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나는 공공건물은 이렇듯 사람들을 생각하고 위로하는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건축가 목록 속에 있는 루이스 칸이 대표적이다. 그가 만든 최고의 건축 방글라데시 의회 건물은 물이 부족한 방글라데시 사람들을 생각해 건물 주위를 물로 감쌌다고 한다.)


에로 사리넨이 1954년 설계한 어윈 유니언 뱅크 건물은 공공건축이 가지는 미덕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전까지 미국의 은행건물은 요새와 같았다고 한다. 직원들은 철창 뒤에 있었으며 건물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계단이 필수였다고 한다. 그러나 에로는 파격적으로 오르내릴 필요가 없는 1층 건물에다 통유리를 사용해 완전 개방적인 은행을 만들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이용자 중심’ 건물을 만든 셈이다.


건축이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언뜻 보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아름다운 건축 속에 둘러싸여 사는 콜럼버스 사람들은 건축을 사랑하고 건축에 대해 잘 알까? 영화 속에서의 대화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곳 주민들은 관심도 지식도 없다면서 이를 “익숙한 것에는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말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 도시의 대표적 건축이라 할 밀러 하우스와 케이시의 집을 번갈아 보면 허름한 케이시의 집에도 밀러의 주택만큼이나 아름다운 소품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예사롭지 않다. 메모지 한 장, 운전대 커버까지 모두가 아름다운데 이는 예술감이 일상에 스며든 까닭이다.


한국계 코고나다 감독이 연출가다. 그래서인지 남자 주인공 진은 한국계이고 영화의 곳곳에 한국어 대사가 들어있다. 진의 아버지는 건축과 일에만 빠져 아들과 대화조차 나누지 않은 사람으로 묘사된다. 워크홀릭에 빠진 “한국은 그래”라는 말이 그래서인지 더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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