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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샘 Jul 16. 2019

깔끔한 것이 좋다는 당신의 믿음은 정당한가?

스스로 공간을 꾸미게 하라

‘우연으로 발생하는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에 매료된 스티브 잡스는 픽사 건물을 사람들이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공간구조로 만들기를 원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메인 로비 한 곳에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누구나 화장실에 갈 것이고 자연스럽게 로비에서 마주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리적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그것을 꾸몄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공간의 배치나 깔끔함, 장식 등의 유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를 관련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2010 엑서터대학의 심리학자 알렉스 하슬람과 크래이그나이트는 사무실 환경이 사람의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단순한 사무공간을 여러 개 만든 다음 실험자를 모집하여 서류점검과 같은 관리업무를 하면서 한 시간을 보내도록 하였다. 첫 번째 공간은 매우 깔끔한 사무실로 종이와 연필만 놓여 있는 책상과 회전의자로 꾸며져 있었다. 두 번째 공간은 사무실에 장식적 요소를 가미한 것으로 풍경 사진과 화초가 심어진 화분 몇 개를 가져다 놓았다. 


두 번째 사무실의 업무성과가 훨씬 높았으며 업무환경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나머지 두 공간은 두 번째 사무실과 같은 구성요소를 활용해 꾸몄는데 겉으로 보기엔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았지만 효과는 매우 달랐다. 세 번째 공간에서는 높은 업무성과가 발휘된 반면 네 번째 사무실에서는 업무성과도 낮았고 사람들이 그 공간을 매우 싫어했다. 이유는 겉으로 들어난 장식의 차이가 아니라 누가 그 사무실을 꾸몄는가에 있었다.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린 업무공간은 사무실을 꾸미는 권한을 피실험자에게 부여했고 원한다면 책상을 옮기거나 장식을 없앨 수도 있었다. 반면 가장 싫어하는 사무실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사무실을 꾸밀 수 있는 시간을 준 다음 다 꾸민 사무실을 원래 위치대로 되돌려 놓았던 곳이었다. 자율권을 박탈한 사무실에서 일한 피실험자들은 자신들이 꾸민 사무실을 다시 원위치하는 실험자를 보면서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개개인에게 자율권을 준 세 번째 사무실의 성과는 놀랄만한 것이었다. 첫 번째 사무실보다 30%, 장식을 한 사무실보다 15% 더 많은 일을 해냈다. 자율권을 준 사무실은 누구나가 좋아한 반면 깔끔한 사무실과 자율권을 박탈한 사무실은 누구나가 싫어했다. 그들이 느낀 실망감은 단순히 인테리어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회사는 물론 일도 싫다고 했다. 



물리적 환경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그곳을 꾸몄는가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구성원 스스로 자신의 공간을 직접 꾸미는 것이다. 스티브잡스도 직원들이 화장실을 한 곳에 두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탐탁케 여기지 않자 처음의 생각을 접고 화장실 4개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학습하거나 일할 공간에 대한 통제권을 원하지 디자인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방을 치우라고 잔소리하는 부모나 사무실을 깨끗이 하라고 지시하는 보스가 얼마나 좋지 않은 지를 알 수 있다. 


어질러진 상태는 나쁜 것이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을 때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검증된 바 없는 생각임에도 아직까지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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