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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샘 Jul 11. 2019

사람들은 왜 커피믹스를 좋지 않은 음식으로 생각할까?

커피믹스에 대한 나의 생각

음식은 취향이다. 하지만 때론 논쟁적이다. 나는 취향은 논쟁대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어떤 음식에 대해서는 탐구의 필요성을 느낀다.

커피믹스가 그렇다. 원두커피를 좋아하는 것과 커피믹스를 좋아하는 것은 분명히 취향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커피믹스를 좋지 않은 음식으로 생각하는가?     

최근에 한 언론이 커피믹스에 함유된 지방이 돼지고기에 맞먹는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서울대 연구팀이 국내에 시판 중인 커피크리머 14종과 커피믹스 10종의 지방함량률을 조사한 결과 커피크리머의 지방함량률이 15.4~28.5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삽겹살의 지방함량률 28.4%와 맞먹는다는 것이다. 커피믹스 10종의 지방함량률은 10%를 넘었는데 이도 돼지고기 목살의 지방함량률 9.5%보다 높은 수치이며, 게다가 이들 지방 중 포화지방비율이 90%를 넘어 혈관 내 고혈압을 일으켜, 뇌졸중, 심근경색 등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한다.


이 보도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커피믹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내용이다. 언론은 자신의 구독률을 높이기 위해 취향의 문제를 건강과 생명의 문제로 왜곡시킨다. 사람들이 건강과 생존의 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우리가 하루에  얼마나 먹느냐에 상관없이 커피믹스를 먹으면 성인병을 유발할 것처럼 해놓았으니 어제까지 잘 먹던 것을 오늘은 끊어야 하는 음식이 된 것이다.     


커피믹스의 역사를 살펴보니 1976년 동서식품이 시초였고, 이후 90년 미원음료, 91년 네슬레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대중화 되었다. 지금은 남양유업이 후발로 뛰어들어 시장쟁탈전이 치열한데 동서식품이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고, 네슬러가 2위를 차지하다 최근 남양유업에게 추월당했다. 남양유업은 해외시장에까지 진출해 우리나라의 믹스커피를 세계화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커피믹스를 먹는 사람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커피믹스에 대한 지속적인 부정적 인식의 확산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커피가 우리나라에서 지금처럼 일상화된 것은 최근에 들어서이다. 미군과 함께 들어 온 커피는 처음에는 그 특유의 쓴맛으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이 컸을 것이다. 모든 문화가 그렇듯 새로운 것이 들어올 때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친숙한 것과 결합하게 된다. 음식에 있어 가장 친숙한 맛은 단맛이다. 단맛은 인류 공통의 맛이자 낯선 음식의 저항감을 줄여준다. 따라서 설탕을 가미한 달달한 커피가 우리의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 커피의 신맛을 없애주고 고소한 맛까지 더해주는 동서식품의 ‘프리마’의 발명은 우리나라를 '커피믹스의 나라'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 해 특허청에서는 소셜미디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우리나라를 빛낸 발명품’을 설문조사하여 발표했는데, 당연히 훈민정음과 거북선과 금속활자가 1,2,3위를 차지했는데 그 뒤를 이어 ‘커피믹스’가 5위였다고 한다. 믹스커피 대중화의 결과였겠지만 여하튼 커피믹스는 한국의 특유의 문화가 만들어낸 독특한 발명품임에는 분명하다.


새로운 음식이 현지에 정착하는 과정을 보면 현지인의 맛과 적당히 타협하고 익숙해진 뒤에야 본래의 전통적 맛을 찾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달달한 커피믹스에서 쓴 커피의 본래 맛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다. 나도 처음에는 믹스커피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원두커피를 즐겨 마신다. 맛을 즐기는데 있어서 과학은 쓸데없는 참견을 삼가는 것이 좋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음식은 취향이다. 어떤 음식이든 내가 좋아하면 그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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