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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샘 Aug 16. 2019

소유냐 존재냐

인간은 타인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갖는다. 따라서 내가 많이 가졌는지, 적게 가졌는지는 ‘사회적 비교, 즉 누구와 비교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런 사회적 비교는 경쟁과 과소비를 부추기고, 만족보다는 불행을 가져온다. 스타인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소유의 주요 동기를 명예 추구로 설명한다. 사람들이 부를 축적하고 과소비에 집착하는 것은 필요를 충족시키고 인생을 즐기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타인을 능가하기 위한 과시욕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즉 부가 명예와 존경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별이 이것의 기초가 된다. 이런 이유로 '행복한 소비'라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인데, 인간은 자신의 필요가 충족되어도 다른 누군가가 나보다 더 많이 소유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부족함을 느끼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비교는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가치중립적이다. 만약 내가 TV에서 굶는 아이들을 보고 난 뒤에 우리 집 밥상의 반찬 가짓수를 줄인다고 해서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다시 말해 우리가 채식주의자가 되고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면서 적당히 소유를 포기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행위로 인해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 행위는 기능적으로 유용한 것이다. 따라서 사회심리학적으로 어떤 행위가 더 유용한 지 우리는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선악의 문제나 가치의 문제를 뛰어넘는다. 우리가 윤리적 가치에 주목한다면 제조과정에 문제가 있는 제품은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행동 상황에서든 하나의 목표만이 관심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구스 옷을 보고 “멋있으니 사야지”, 아니면 “너무 비싸니 다음에 사야지” 등의 판단이 한 사람 안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는 심리적 상황이 결정한다.     


이 결정 상황을 배터리에 비유하자면 특정 기억이 충전되어 있을 때 그것이 활성화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친한 친구들이 구스 옷을 입은 것이 부러웠었다면 그는 주저 없이 그것을 살 것이다. 그러나 신문기사에서 구스 옷이 가성비가 낮고 제품별 보온성의 차이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게 책정되어 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면 그는 구매를 포기할 것이다. 이처럼 목표가 활성화되는 것은 사회적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들이 마트에서 장을 볼 때 80%는 애초 구매 목록에 없던 것을 마트에서 유발하는 즉각적인 구매 충동에 자극받아 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상과 같이 윤리적이고 이성적인 행동과 쾌락적인 소비행위는 흔히 갈등을 유발한다. 하나를 의식적으로 결정함으로써 이 갈등은 해소된다.     


그렇다면 정말 소유는 행복을 가져다주는가? 물질은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물질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만족도는 덜 하게 마련이고 긍정적 순간들은 거의 찰나적으로 경험할 뿐이며 곧 기분이 나빠진다. 오히려 쇼핑 중독 등 정신적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더 많은 소비를 하지만 만족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 자발적 포기와 간소함이 오히려 행복감을 더 많이 가져다줄 수 있다. 나눔, 교환, 대여가 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소유보다 더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부의 효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사실 기부는 직접적으로는 남을 돕지만 간접적으로는 자기 스스로를 돕는다.     


물질적 소유가 얼마나 많으냐는 행복에 영향을 별로 미치지 않지만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행복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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