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말하지 않아도 더 강한 메세지가 전달된다

말보다 몸이나 행동이 진실해야 하는 이유

by 화니샘


첫인상에서 말보다는 그 사람의 이미지가 더 큰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메라비언 법칙(7-38-55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말이 7%, 목소리가 38% 표정이나 몸짓과 같은 시각적인 이미지가 55%의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한마디로 ‘말의 소리’보다는 ‘행동의 소리’가 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인상의 형성에서 여러 요소들이 갖는 비중을 연구한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이 1971년 펴낸 『침묵의 메시지(Silent Message)』에서 제시한 이론으로 인상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음성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음색 · 어조 · 목소리 등의 청각 정보와 눈빛 · 표정 · 몸짓 등 시각적 요소 등 비언어적 요소가 93%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메라비언 법칙은 우리가 아이들을 만날 때 적용할 수 있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에서 말이 아니라 사실은 태도가 서로간의 인상을 결정짓는다. 아이들을 웃는 얼굴로 맞이하느냐, 아니냐는 그래서 중요하다. 웃는 얼굴은 그렇지 않은 얼굴보다 당연히 호감을 높인다.


나는 교직에 들어서는 후배들에게 항상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맞을 것을 권한다. 왜냐하면 초임 시절에 나는 그러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 때는 웃을 여유도 없었을 뿐 아니라 선배교사들이 충고하길 처음부터 웃으면 가르치기가 무척 힘들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런 이야기가 교직사회에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처음 한 달 웃지 않으면 일 년이 편하다는 속설이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처음부터 웃으면 선생님을 만만하게 보고 아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이후 경험으로 보면 그야말로 속설일 뿐 그다지 맞지도 않는 것이었는데 그 때는 그것이 옳은 말인 줄 알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질 따름이다. 오히려 웃으면서 아이들을 맞이하는 것이 훨씬 좋은 효과를 가져왔다.


비언어적 요소와 언어적 요소가 합치될 경우 호감은 높아지고 신뢰는 강화된다. 그렇지만 비언어적 요소와 말이 다를 경우는 부정성이 증폭된다. 아무리 말로 신뢰한다고 해도 태도가 의심스러우면 아이들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후 그 판단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있어서는 말보다 말이 아닌 것이 더 신뢰도에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비언어적 요소는 말과 달리 통문화적이다. 어디에서든 통한다는 말이다. 어느 곳에서나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것은 좋다는 뜻을 나타낸다. 손바닥을 내보이는 것은 정직하고 진실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거짓말을 하게 되면 손을 호주머니에 넣거나 팔짱을 끼며 손바닥을 감추게 된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거나 뭔가를 숨길 때 손을 등 뒤로 감추곤 한다. 본능적으로 나오는 행동이라 상대는 그것을 쉽게 눈치 챈다. 손가락 두 개로 V를 나타내는 것은 승리의 의미로 통한다. 그러나 상대에게 손등을 내보이는 V는 중동이나 호주에서는 모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행동이다. 이처럼 비언어적 표현은 말이 아닌 소통의 의미로 널리 통용된다. 그러므로 아이들과 소통하려면 그들만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비언어적 행동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하는 말에는 우리 자신이 의식하고 있는 것만 담기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부지불식간에 자기의 의도와 상관없이 쓸데없는 말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말을 많이 하거나 적게 하거나와 상관없이 늘 말은 우리를 의도와 어긋나게 마련이다. 우리의 말이 본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는 원인은 언어자체가 가지는 한계성에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말하는 사람자체에 있다. 우리의 몸짓, 표정, 자세, 어조 등은 말하는 사람의 감정과 의도를 부지불식간에 드러낸다. 대화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화난 얼굴 표정을 하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생각할까?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에 환하게 웃는 얼굴로 대하고 있다면 내 말에 동의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말을 하는 동안 우리의 신체는 말 없는 말, 완전히 다른 말을 하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와 마주하고 있는 아이들은 이러한 우리의 신체 언어를 해석하여 그 말의 진실여부를 판단한다. 이처럼 아이들은 교사의 말이 아니라 표정이나 시선에서 진실을 읽는다. 말보다 몸과 행동이 진실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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