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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샘 Jul 25. 2019

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

어느 학교의 교무회의 시간에 교장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며 말을 꺼냈다. 좋은 소식은 학교의 신입생 지원자가 많아졌다는 것, 나쁜 소식은 교실이 부족해서 낡은 소강당을 교실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누가 그 교실을 사용할 것인가를 논의하자고 했을 때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때 평소에 가장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던 한 선생이 손을 들었다. “제가 사용해보죠” 이후 그 교실은 다른 교실과 완전히 다른 수업 풍경이 펼쳐졌다. 일반 교실보다 넓은 공간을 사용해 그야말로 자유자재의 수업을 펼친 것이다. 만약 다른 선생님이었다면 일반교실 넓이로 칸막이를 쳐달라고 했을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교실이 아니라 훌륭한 교사에게 달려있었던 것이다.      


나는 수업에 임할 때 학생들에게 높은 기대감을 갖는다. 내 수업이 학생들에게 적어도 영감을 주거나 아니면 쓸모 있는 지식이라도 제공하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수업에 들어간다. 그런데 수업을 끝내고 나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낯선 장면이 하나 있는데 학생들이 “그거 시험에 나오나요?”라고 묻는 것이다. 학생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그것이라면 그걸 처음에 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 시험에 나오는 것을 강조해서 학생들을 집중시킬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시험에 나오지 않는 점을 강조해서 학생들을 더 집중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더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후자의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문제는 우리가 바라는 바람직한 수업 장면은 시험 여부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수업의 내용과 달성하고자 하는 수업의 목표가 가장 중요하다. 적어도 내가 기대하는 것은 대상이 누구든지 간에 나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재미있는 수업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업이 끝났을 때 학생이나 가르치는 나 모두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교사는 주어진 상황에서 항상 최선을 다한다. 교육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모든 교육이 다 똑같지는 않다. 훌륭한 교사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흔히 문제를 프로그램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가령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학교는 이런 학생들을 위해 여러 가지 도움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그러나 문제는 당사자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공부할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훌륭한 교사는 그 학생을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이 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지를 살피고 그 학생이 원하는 것을 찾아 도와줄 것이다. 마찬가지로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있을 때 "친구야 놀자"라는 프로그램을 권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친구를 짝으로 맺어주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것이다. 


학생들은 그들을 믿고 진정으로 사랑하며 최선을 다하는 교사로부터 보다 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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