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교육의 중요성
교육에 있어서 예술교육을 점점 강조하는 추세다. 특히 진보교육감 시대에 들어서면서 학교교육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예술교육이 우리들이 기대한 성과를 가져올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우리의 경험에서 미루어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우리의 예술교육은 주로 가르치고, 보여주고, 소비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예술이 왜 존재하며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예술을 대해야 하는지를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예술은 고귀한 것이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라는 식으로 밖에 배우지 못했다. 요즘은 예술 또한 소비의 하나로 인식된다. 상품의 고급화 전략으로 예술이 가미된 제품은 고가로 소비된다. 고급 예술과 대중예술이 구분되고 문화예술이 자본화되어 대물림되는 경향이 강화된다.
그러나 진정한 예술의 가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익숙한 환경에서는 만날 수 없는 이질적인 것들과 만남에 있다고 본다. (또 다른 것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미술관이나 영화관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매우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그동안 보아왔던 것들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거북함을 느낄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뛰쳐 나오지 않고 끝까지 참아야 한다. 이런 사회화 과정을 거친 뒤에야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조금이나마 맛보게 된다.
사실 살아가면서 동시대의 경험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상상한다. 그렇지만 역사는 모든 것을 다 말해주지 않는다. 그 이면에 감추어진 수많은 것들 사상하고 사실 지배자들에게 필요한 것들만 남겨둘 뿐이다. 그래서 세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것들도 알고 보면 우리의 경험을 뛰어넘는 것일 뿐 그다지 새로운 것은 없을 수 있다.
자본의 시대, 세속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예술은 동시대의 경험을 넘어 다른 시대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유일한 길이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내가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디에 있고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게 해 준다. 인간의 주된 결점의 하나는 우리 주변의 중요한 것들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눈앞의 중요한 것들을 놔둔 채 고상하고 아름다운 것, 중요한 것이 다른 곳에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고 그것을 찾아 헤매게 한다.
이러한 원인은 우리 뇌의 습관화 전략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습관화 전략 덕택에 우리의 생활은 안정되었을지 모르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은 놓치게 만든다. 예술은 이러한 습관에 반대하고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을 정확히 보도록 우리의 시각을 되돌려 놓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흔히 놓치기 쉬운 것들이 예술을 통해 아름답고 소중한 것으로 승화되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우리가 쓰는 구둣주걱이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을 통해 보면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운지가 새롭게 드러난다.
이렇게 예술은 놓치기 쉬운 것들을 잡아내서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일깨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것도 예술 덕이다. 힘들고 어려운 삶을 극복하게 하는 힘도 예술이 인생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도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고 어쩌면 인생이 늘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예술을 통해서 깨닫는다. 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