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동일한 패턴 또는 유사한 패턴으로 인성을 발달시키지는 않는다. 각자에게 서로 다른 패턴이 존재한다. 억압, 투사, 반동형성 등의 어떤 방어기재를 둘러싸고 평형을 이루는 인성도 있고, 특정 동일시가 강하게 이루어지는 인성도 있다. 습관적으로 되풀이되는 전위나 승화, 타협 등의 발달을 통해 인성을 이루기도 한다. 무수히 많은 제각기 나름대로 안정된 생활방식에 도달하는 것이다.
안정은 흔히 말하는 성숙을 의미하지 않는다. 안정은 보통 다양성이 일정한 패턴, 즉 무척 일관성이 있으며 예측할 수 있는 패턴으로 고정된다는 뜻이다. 자신의 직업이나 취미를 바꿀 수 있지만 패턴으로 인해 지난 날과 유사하게 반복된다. 새로운 주제가 이어진다기보다는 동일한 주제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를 프로이트는 반복 강박이라고 불렀다. 동일한 주제 위에서 다양성이 추구된다는 것이 안정된 성인의 전형적인 행동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안정된 인성이 욕구불만이나 불안, 또는 어떤 종류의 긴장도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보다는 증가하는 긴장에 대처하는 다소 영속적인 어떤 장치가 만들어지는 인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치가 무엇인지가 우리의 관심사다. 확실히 긴장에 대처하거나 그 긴장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아의 제2차 과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자아의 제2차과정은 현실적 사고, 추리, 문제해결 등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성인이 되기까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문제해결능력을 충분히 습득하고 경험했으며 지적 성숙이 이루어져 있다면 그는 자신에 닥치는 대부분의 문제를 현실적이고 만족할만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제2차 과정이 효율적으로 기능하려면 이드의 대상 집중과 초자아의 이상 집중을 저지할 필요가 있다. 저지하는 방법은 반집중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들 집중은 욕망적 사고와 도덕적 사고를 앞세워 자아의 현실 원리를 왜곡하려고 들 것이다. 또 한 끊임없이 흐르는 에너지는 지각, 기억, 판단, 분별 등의 심리적 과정에 유용하게 쓰여야 한다. 제2차과정은 이러한 기능들을 풍부하게 이용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자아로 유입한다는 것은 이드의 자유분방한 에너지가 구속받는 에너지로 전환된다는 의미이다. 본능적 흥분의 특성인 자유롭고 유동적인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비활동적이며 강직성을 띈 에너지로 변형될 때 에너지는 구속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구속상태는 자아의 비방출적인 기능에 에너지를 투입함으로서 이루어진다. 사람은 행동보다 사고가 앞선다. 에너지가 구속되면 그 에너지는 안정되고 조직적인 자아과정에 알맞게 투여된다.
안정은 또한 투사, 반동형성, 억압, 고착, 퇴행 등의 작용에 에너지를 투자함으로서 얻어지기도 한다. 만일 실제 있는 사건에 현실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면 그는 현실을 변질시켜 자신의 소망이나 이상에 부합하는 것으로 바꿔놓으려 할 것이다. 자아가 획책하는 이와 같은 계략은 현실을 왜곡하고 날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계략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불안이나 욕구불만을 막는 효과도 지니고 있다. 방어기재가 가져오는 이러한 안정은 그 방어가 약해질 경우 위태로워진다. 그러나 성인이 되기까지 방어가 강해졌다면 그 안정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방어는 제2차과정에서 에너지를 끌어내고 현실적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20살쯤 되면 자아는 전위와 승화가 거의 영구적 기초 위에 확립되어 있다. 본능의 변형과 융합이 대단히 광범위하게 완수되어서 현실과 타협하는 법을 거의 습득하게 된다. 타협은 어느 정도 만족을 주거나 또는 만족을 주지 않더라도 최소한 고통과 불안을 견디는데 도움을 준다. 이와 같은 타협은 관심, 태도, 애착, 기호 등을 통해 표현된다. 타협은 인생의 중대사, 예컨대 직업의 선택, 배우자의 선정 따위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결정해야 하는 수많은 사소한 문제에도 개입한다. 일관성 있는 의사결정과 소위 말하는 보수주의, 즉 변화를 싫어하는 성인들의 저항력은 성인이 비교적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와 같은 집중은 다수의 본능적 원천(본능적 융합)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으며 반집중의 영향 때문에 긴장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행하는 일은 다양한 본능적 흥분을 만족시키는 다수의 상이한 활동으로 엮어지지만 어떤 경우에도 한꺼번에 모든 흥분을 만족시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의식, 전통, 관습, 관례, 획일성, 질서, 보수주의, 습관, 반복 등은 모두 안정된 인성의 특징이며 추진력(집중)과 저지력(반집중) 간의 타협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사람들의 인성 속에서 초자아가 수행하는 역할이다. 자아이상의 집중은 원시적 대상집중이 승화한 것이다. 승화의 특성은 근본적으로 어린아이가 칭찬받는 행동이 어떤 유형의 행동이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승화가 지속될 것인가 아닌가는 계속 닥쳐오는 고통을 감소하거나 만족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달려 있다.
결국, 승화가 어떤 쾌락이나 긴장 감소도 전혀 쓸모없는 이상은 제거된다. 완성된 인성은 긴장을 감소시키기 위해 이상화된 대상 선택의 잔재를 간직하고 있다. 종교의식, 사회사업과 복지사업, 집단참여, 문화적 추구, 미적 추구, 문학적 추구, 그리고 자연연구는 성인의 승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활동이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금지(반집중)의 조직망, 곧 양심이 안정된다. 경험을 통해 금지가 출발했던 위험이 사라졌음을 알게되면 금지는 약화되고 소멸한다. 한편 처벌받을까 두려워 주기적으로 강화되어 온 금지는 인성 속에 고정된다. 자아는 이와 같은 초자아의 반집중과 타협할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자아는 자기 자신이나 이드의 집중과 양심의 반집중 사이에서 어느 정도 중도적 입장을 취하게 된다. 이 중도적 입장은 안정된 인성의 또 다른 공통점, 이름하여 절제를 낳는다. 젊은이의 행동과 비교해 볼 때 성인의 행동에는 일반적으로 자발성과 충동성이 훨씬 적다. 그러나 이드나 자아의 대상 선택에 비해 초자아의 반집중이 지나치게 강한 경우에는 절제보다 오히려 경직성이 안정된 인성의 특징으로 등장한다. 이런 사람은 경계심이 많고 소심하며 한정된 생활밖에 꾸려나가지 못한다. 그 사람의 안정은 죄수에게 입힌 구속복과 같은 안정인 것이다.
최종적으로 말하면 안정된 인성이란 학습과 성숙을 통해 집중과 반집중 간에 형성되는 균형 태지 평형을 성취한 인성을 의미한다. 인성은 한 마디로 그 삶이 겪어온 여러 가지 영향력이 결정한다. 결핍, 위협이 우세하면 저지력이 강한 것이고, 만족, 성취가 우월하면 집중이 형성되기 쉽다. 일반적으로 반집중은 심리적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을 방해한다. 상당한 긴장이 있더라도 저지력이 유지되는 한 인성은 안정된 상태로 존재한다. 갈등이 봉합되기도 한다. 증오는 사랑을 통해 극복된다. 그렇다고 없어지지는 않는다. 잠재된 상태로 계속 존재하지만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사랑이 약해지면 증오는 드러나게 된다. 사랑과 적의가 모두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동일한 대상에 대해 서로 상반되는 본능을 교대로 드러냄으로서 갈등을 해결하기도 한다. 이것은 흔들리는 나침판의 바늘과 같이 오락가락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아마도 가장 널리 행해지는 갈등 해소 방법은 융합이나 통합을 통한 것이다. 한가지 활동으로 상충되는 두 힘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직장에서 높은 자리로 승진하는 것은 다소 가족적인 조직체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의존성을 만족시키면서도, 독자적인 판단과 책임을 가지기 때문에 독립심을 만족시킨다. 그러므로 그는 지나친 의존성으로 인한 불안이나 독립적인 인물이 되어 안정을 잃을 위험 모두를 해소할 수 있다.
성숙한 인성은 케이크를 모두 차지하여 그것을 다 먹을 수 있지만, 어쩌면 케이크를 혼자 차지하지 못해 나누어 먹는다는 사실도 배우는 것이다. 안정된 인성이란 다소 영구적이며 일관성 있는 심리상태를 유지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진단을 돕는 테스트, 혹은 인성에 관한 어떤 객관적 평가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의 이론은 인성의 환자들이 말하여 주는 그들의 여러 가지 사실이나 환상들에 그가 귀를 기울임으로서 싹튼 것이다. 따라서 프로이트의 이론은 가장 인간적이다. 그는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며 모순 덩어리에 결핍으로 가득 차 있는 부조리한 존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며 그것을 필연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솔직하게 알려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