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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샘 Aug 19. 2019

공짜가 불러 올 혁명적 미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말은 내가 신뢰하는 지혜의 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 이 말에 대한 신뢰를 버려야 할 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 공짜는 이미 대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공짜 경제란 말을 들어 보셨나요? 공짜에 대한 입장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뉜다. 하나는 공짜는 결코 가능한 것이 아니며 공짜로 제공되는 것은 값어치가 없거나 공짜를 가장한 미끼라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비용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디지털 시대의 풍요가 공짜를 가능하게 하며 그 공짜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하라는 입장이다.     


나는 아직까지는 전자의 입장에 가깝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공짜 좋아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공짜 상술은 많이 접했지만 진짜 공짜는 별로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 디지털 세상의 공짜는 20세기 공짜와는 차원이 다르다. 원자 시대에서 비트 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이해하고 있던 현상이 변화를 일으켰다. 공짜가 진정한 공짜가 된 것이다. 인터넷 세상은 무한한 진열공간 때문에 한 번 시스템이 구축되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로 인해 특정 상품이 배급할 가치가 있는지 효용을 따질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로 인해 진짜 공짜가 가능해졌다. 이 공짜는 기존의 무료 샘플이나 증정품 같은 20세기 전통적인 시장에서 이용되는 단순한 상술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이 붙어 있지 않은 채 제공되는 진정한 공짜다.     


우리가 이용하는 구글 서비스나 페이스북은 공짜지만 그로 인해 대금이 청구되는 일은 없다. 인터넷 백과사전을 이용해도 카카오톡을 이용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기업들이 자선사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공짜를 제공하면서도 수백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세계 일류기업들이다. ‘공짜로 제공함으로써 돈을 벌 수 있다 “는 이런 아이러니가 성립한 것이다. 공짜 경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공짜는 새로운 아이템은 아니다. 이전에도 공짜는 있었다. 그러나 공짜는 점차 진화하고 있다. 그런 진화로 인해 우리의 행동과 경제에 대한 기존의 시각 일부를 재고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새로운 공짜를 이해하는 사람이 내일의 시장을 지배하고 오늘의 시장을 무너뜨릴 것이다. 아니 그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2004년 4월 1일, 구글은 새로운 웹 메일 서비스인 지메일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매년 만우절마다 재미있는 이벤트를 해 온 구글의 전력을 보고, 사람들은 그것이 장난인지 사실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구글 본사에서 6마일 떨어진 야후의 임원들은 그것이 사실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야후는 구글이 이메일 상품 출시 계획을 세우고 도메인 등록을 했다는 소문을 이미 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야후는 약 1억 25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최대의 웹 메일 서비스 공급자였다. 그것은 매우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었다. 대부분 이용자들은 저장용량이 10메가바이트인 공짜 버전을 사용했지만 그 이상의 저장용량을 원할 경우 25메가바이트에서 100메가바이트에 이르는 다양한 고급 유료 서비스를 광고 없이 이용하고 있었다. 야후는 그 비즈니스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으며 다른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큰 차로 따돌리며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2004년 초 구글이 웹 메일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야후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구글이 손을 대는 것마다 성공해서가 아니라 구글이 저장용량을 1기가바이트(야후의 100배)나 되는 저장용량을 무료로 서비스할 계획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야후는 비밀리에 대책을 논의했지만 상당히 어려운 문제로 인해 곤혹스러워했다. 지메일이 정말 기가바이트의 용량을 무료로 제공했을 때, 야후가 거기에 맞대응하려다가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공짜가 갖고 있는 전형적인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신규기업은 처음에 무엇을 공짜로 제공하기가 매우 쉽다는 것이다. 반면에 기존 기업은 새로운 공짜 상품을 출시하려면 수입이 줄어들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이미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수백만명의 기존 이용자들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수도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구글은 처음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이므로 실질적인 비용 부담 없이 1기가바이트의 저장용량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었다. 그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서버 몇 개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야후는 그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대형 창고를 서버로 꽉 채우고도 모자랄 판이었다. 따라서 야후 임원들은 생각할수록 골치만 아플 뿐 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할 수 없었다. 무료 저장용량을 늘리지 않을 경우 기존 고객을 다 빼앗길 판이었다. 다행히 저장비용의 경우 가격이 하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장용량에 대한 수요예측이 있었다. 이 테이터들은 전형적인 롱테일 모델을 보여주었다. 즉 소수의 사용자들이 다수를 소비하는 반면,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소수만 소비하는 경향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저장용량이 충분한데도 이용자들이 메일을 읽고 바로 지우는 습관을 지속할지는 의문이었다.     


어찌 되었든 야후는 대비책을 생각해냈다. 이메일을 저장하는 서로 다른 종류의 저장장치, 즉 빠른 저장장치, 느린 저장장치를 생각해냈다. 오래된 이메일은 느린 저장장치에 저장하고, 새로운 이메일은 빠르지만 비싼 저장장치에 보관하는 방식이었다. 지메일 출시에 맞춰 야후는 저장용량을 10메가에서 100메가로 즉시 늘리고, 이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고급 유료 서비스 이용자의 경우 늘어난 무료 저장용량만큼 차액을 환불해 주었다. 그 해말 야후는 지메일에 맞서 1기 바이트에 맞먹는 용량을 무료 서비스로 제공했고, 2007년 무료 이메일 서비스를 무제한 용량으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로서 놀랄만한 일이 일어났다. 예상과는 달리 야후 이용자들이 고급 이메일 패키지 서비스를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메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방식이 극적으로 바뀌지 않았고, 예전처럼 이메일을 읽고 나서 바로 지우는 습관도 버리지 않았다. 저장 공간 소비량도 야후의 우려와는 달리 서서히 증가했다. 이로서 야후는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고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할 수 있었다. 지금도 지메일은 3위에 머무르고 있을 뿐 야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야후는 구글보다 훨씬 더 공짜다워짐으로써 즉 무제한 용량 제공이라는 종착역에 먼저 도달함으로써 구글의 공짜 전략에 맞섰고 수성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구글도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공짜를 이용해 기존의 시장에 진입하는 데는 성공했다.


 오늘날 구글은 사진 편집 소프트웨어에서 워드프로세서, 그리고 스프레드시트에 이르는 100여 가지 제품 대부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들이 제공하는 공짜는 어떤 속임수도 숨겨져 있지 않다. 현대의 모든 디지털 기업들이 하는 방식으로, 즉 다수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소수에게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구글이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은 높지만 비용은 18개월마다 절반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는 각각의 데이터센터가 처리하는 트래픽이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구글은 36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데이터센터는 대개 수력발전소 근처같이 전력이 저렴한 곳에 자리 잡고 있고, 이곳에 약 50만 대의 서버들이 돌아가고 있다. 구글이 공짜 경쟁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것은 이런 ’ 규모의 경제‘ 덕택이다. 구글은 규모의 힘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대역폭, 심지어 전력에서도 가장 유리한 협상력을 가진다. 그렇다면 구글이 공짜를 기본으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공짜가 가장 큰 시장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공짜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것을 구글은 ’ 맥스 전략‘이라고 부른다. ’ 맥스 전략‘의 논리는 간단하다. ”누구든 무엇을 만들든 그것을 가능한 최대로 공급하라, 다시 말해 배급에 소요되는 한계비용이 0원이므로 가능한 많이 공급하는 것이 유리하다 “는 말이다.     


앞으로 우리가 무슨 일에 종사하든 간에 조만간 공짜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교차보조금을 통해서든 아니면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든 동종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누군가가 내가 제공하는 것을 무료로 제공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두 제품이 똑같지 않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공짜라는 점에, 즉 100% 할인가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질 수 있다. 우리는 두 가지 방법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나도 제품을 공짜로 제공하고 대신 다른 무엇인가를 유료로 제공하든지, 아니면 품질의 차로 가격상의 차이를 극복하던지...     


앞으로 모든 비즈니스의 미래는 공짜에서 비롯될 것이다. 공짜 경제가 가져올 혁명적 미래가 궁금하시다면 크리스 앤더슨의 프리를 읽어보길 권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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