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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샘 Aug 20. 2019

핀란드 교육 성공의 비결

공교육 혁신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 

핀란드 교육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가?     

핀란드는 세계경제협력기구(OECD)가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국제 학력조사(PISA)에서 최상위 성적을 올려 세계 최고의 학력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해마다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교육시찰단과 수업 참관자들이 줄을 이어 핀란드를 방문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국내외 연구보고서도 많이 발간되었다.     


핀란드의 학교를 방문한 참관자들은 수업 중에 교실을 마음대로 돌아다니거나 소파에 앉아 쉬거나 아니면 자유롭게 태블릿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보고 의아해한다. 더욱 놀랄 일은 핀란드에서는 의무교육기간인 16세까지는 서로 비교하는 시험도 경쟁도 없다.    


그렇다면 핀란드의 교육 성공 비결을 무엇일까?    

핀란드는 1985년 국가적인 차원에서 학력별 반 편성을 전면 중지하였다. 현재 핀란드는 모든 학교가 종합학교로 개편되어 학교 간 차이가 없으며 우열반, 수준별 학급도 없다. 말하자면 '평등'을 추진하고 '경쟁'을 배제하는 교육방법을 채택한 것이다. 이는 말이 쉽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학습동기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시험 점수나 경쟁과 같은 수단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핀란드 학생들의 학력이 세계 최고인 까닭은 무엇일까?

핀란드 교육의 특징은 한 마디로 '싫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이다. 강제적 교육은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수업 중에 야단맞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무엇이든 자신의 책임하에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거의 당연시되고 있다. 교사가 지시한 과제를 빨리 끝낸 아이들은 수업과 관련이 없는 것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이상 교사의 주의를 받지 않는다.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이나 돌아다니는 아이들에게는 담임교사가 개별적으로 대책을 세워준다. 예를 들어 너무나 산만한 아이들을 착실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이와 함께 계산을 하게 하거나 문제를 풀게 한다. 돌아다닌 습관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약속을 미리 정해서 돌아다니고 싶어 질 때 이를 하게 한다. 자신이 무엇을 할지는 교사와 아이가 상의해서 구체적으로 정한다.. 공부에 싫증이 날 경우 복도에 나가 노는 것도 허용된다.     

이처럼 모든 것이 학생 본인의 책임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교사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교사는 성적이나 경쟁과 같은 외적 동기에 의존하지 않는 대신 '별도의 방법'을 사용해야 했는데 바로 '개인별 지도'와 같은 전문적 대처 방식이었다.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공부하는 방법을 보면서 적절한 때에 적절한 지원을 하면서 동기를 형성해 가는 돕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야말로 '고도의 전문적인 대처 능력'이다.    


핀란드의 교사는 최고의 역량을 자랑하며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다. 핀란드 교사는 국가가 책임지고 양성하며 모두 대학에서 5년 동안 석사학위를 취득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는 전문성을 보장받으며 교육청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는다. 교장의 눈치를 보거나 강요하는 일도 없고 정부 관료들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다. 물론 교사 평가도 없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가르치면 된다. 한마디로 핀란드 교육 성공의 밑바탕에는 교사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다.     


핀란드 교육에서는 '표준'이라는 용어를 피하고 있다. 틀에 박힌 표준은 낡은 것으로 간주된다. 대신 어느 지역의 어느 학교를 가더라도 차별 없이 배울 수 있다는 것만은 보장된다. 교육과정은 국가 수준의 최소치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 지방자치단체와 학교가 편성의 자율권을 가진다. 평가는 자기 평가를 중시하고 있으며 시험에 의존하지 않는다. 소수자에 대한 교육의 권리가 인정되어 있으며 통합교육을 지향한다. 특별학교에는 2.5%의 학생들만 다닐 뿐 일반 교실에는 학생의 능력이나 생활 배경이 다른 학생들이 함께 공부한다. 교사는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집단의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할 수 있도록 예비과정에서부터 철저하게 교육받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핀란드 교육의 성공 요인은 사회와 교육체제에 깊게 뿌리내린 신뢰의 문화다. 교육에 있어 신뢰의 문화는 기본적으로 교직원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을 포함한 교육공동체가 함께 학생들에게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고도의 자율성을 갖는 분권화된 교육 거버넌스가 잘 작동하고, 핀란드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정직과 신뢰에 근거한 깨끗하고 투명한 행정이 뒷받침되면서, 교육에 대한 신뢰의 문화가 확고하게 뿌리내릴 수 있었다. 신뢰의 문화가 교육체제 내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교육을 통한 사회통합에 성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핀란드에서 교육은 사회정의의 실현 수단으로 여겨진다. 다시 말해 교육이 형평성과 평등을 상징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는 어떤 특정한 교육복지 정책이나 학교혁신 프로젝트가 아니라 공교육 전체가 사회정의와 통합의 가치를 실현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점은 우리가 앞으로 교육개혁 정책을 수립하고 공교육 혁신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모두에게 질 높은 평등교육을 보장하는 것'과 '교육이 곧 사회정의'라는 개념이 뚜렷한 것이 핀란드 교육 성공의 비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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