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트 1,2

by 예인

집 안과 밖에 각각 나의 아지트를 두고 있다. 신혼집에 서재로 쓰고 있는 작은방. 한쪽 구석에 많이 크지 않은 러그를 깔고 빈백 두 개를 배치했다. 빈백 옆 작은 탁상에는 무드 등을 올려놓았다. 이런저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펴 놓은 접이식 간의 책상과 빈백에 앉아 덮을 전기담요도 있다. 담요는 인생템이라고 할 만큼 아끼는 아이템이다. 전기를 연결하면 금세 후끈해져서 기분 좋은 온기를 느끼며 작업하기 좋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이 작은 아지트로 들어와서 무드 등의 불을 켠다. 은은한 노란빛 조명으로 방을 밝힌 뒤 블루투스 스피커로 가사 없는 음악을 틀어놓는다. 거실에서 전기 포트에 뜨거운 물을 끓여와서 티포트에 차를 우린다. 아침에는 주로 루이보스차, 저녁에는 캐모마일차를 마시고 있다. 잔잔한 배경음악이 흐르는 방 한가운데에서 차를 홀짝이며 책을 읽는다. 인상 깊은 부분이 있다면 필사도 해본다. 소소한 모닝 리추얼이 끝나면 그날 그날의 작업을 시작한다. 대단할 것 없는 공간이지만 나의 소중한 아지트 덕에 하루의 시작이 특별해진다.


앞서 말했듯 집 밖에도 만들어둔 아지트가 하나 있다. 쉽게 지루해지는 성격 때문인지 한 장소에 오래 머물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럴 때 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스터디카페를 자주 찾는다. 그곳은 마치 하버드대학의 도서관과 비슷한 공간이다. 여느 독서실처럼 시야가 차단된 곳이 아니라서 답답한 걸 싫어하는 나에게 아주 딱이다. 개방된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공부나 일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분위기 덕에 딴짓을 할 수가 없다. 집을 나서기 전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온다. 다른 보통의 카페는 음료값이 비싸고 식후에 수다 떨러 나온 사람들 때문에 시끄러워서 집중도 잘되지 않는다. 나의 아지트가 된 그 카페에는 그런 단점을 다 커버해 주고 있어서 자주 찾게 된다.





직장 밖을 뛰쳐나와 나의 일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직장이라는 울타리가 없으니 정글에서 살아남기를 하는 듯 불안정하다. 아지트는 무시무시한 정글 속에서 나의 울타리가 되어준다. 아지트 안에서 평화롭고 자유롭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불끈거린다. 나만의 특별한 의미를 붙여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었더니 공간 자체에 힘이 생겼다. 그렇다. '나만의'라는 말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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