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복잡하면 걷는다. 걸으면 복잡한 생각이 사라질까 싶지만, 전혀 아니다. 선명해진다. 오히려 생각이 선명해지면 가지런히 정리한 이부자리처럼 말끔해진다. 나만의 리프레쉬 비법이다.
집 앞에는 길게 흐르는 천이 있다. 천을 따라 난 산책로를 걸으면 볼 수 있는 게 많다. 물 위에는 오리가 떠다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가 지나다닌다. 신기한 철새들도 물장구를 치고 싶은지 꽤 오래 머물다 간다. 산책 나온 강아지와 마주치기도 하고 손 붙잡고 걸어가는 사이 좋은 노부부를 목격하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자연과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정처 없이 걷다 보면 어느새 머리가 맑아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무기력하던 어느 날에는 무작정 걷고 걸어 가량을 걸었다. 산책으로 시작해서 마라톤이 되었을 지경이지만 도중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미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기 때문이다. 땀이 삐질 거리고 목이 타면서 머리 위에서 눈치 없이 쨍쨍한 해가 얄밉게 느껴졌다. 하는 수 없이 걷다 보니 곧 길이 끝났고 사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에 도착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얼른 카페를 찾아 들어갔고 자리를 잡은 뒤 시원한 레모네이드와 파이를 주문했다.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었다.
카페에서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돌아올 때는 공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왔다. 긴 시간 걷고 오니 몸뚱이가 천근만근이었지만 정신만큼은 초롱초롱했다. 누군가 내 코에 후~하고 생기를 불어넣은 듯이 정신이 또렷해졌다. 따사로운 햇빛에 굴하지 않고 바람의 응원을 받으며 방구석 밖 풍경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걷는 발걸음. 돈도 들지 않는 나의 소중한 힐링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