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의 끝은 불투명한 마음처럼 따라왔다
겉과 속 2화
다정함의 끝은 불투명한 마음처럼 따라왔다
Written by 유유정
손님들의 눈에, 지연은 그저 차갑고 가벼운 여자일 뿐이었다.
짙은 화장, 짧은 치마, 무표정한 얼굴.
사람들은 그녀를 스쳐 지나갔고,
누구도 그녀의 속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모든 시선들 사이에서
단 하나, 따뜻한 눈빛이 있었다.
다방 앞 편의점에서 일하던 남자, 현우였다.
지연의 퇴근길마다
항상 편의점 앞에는 그가 있었다.
손에는 김이 피어오르는 레몬차 한 잔이 들려 있었다.
“오늘도 고생했어요. 따뜻한 차 한 잔 하면서 몸 녹여요.”
그 한마디가
지연의 딱딱하게 굳어 있던 마음을 서서히 녹였다.
그녀는 그 따뜻함이 고마웠다.
그날 이후,
둘은 퇴근길마다 잠시 멈춰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엔 조심스러웠고,
조금씩 서로의 하루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다정한 시간이 쌓이면서
둘은 어느새 서로의 위안이 되는 연인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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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새로웠다.
지연은 오랜만에 누군가의 다정함을 믿어보고 싶었다.
현우는 늘 조용히 그녀 곁을 지켰고,
그 침묵 속에는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 사람이라면, 괜찮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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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밤,
지연은 퇴근길에 편의점 불빛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유리문 너머,
현우가 계산대를 정리하며 일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늘 그렇듯 부드러웠다.
지연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컵라면을 들고 다가왔다.
“아저씨, 저 다쳤어요.”
끓는 물에 데인 손이 붉게 부풀어 있었다.
현우는 잠시 아이를 보더니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래서?”
순간, 공기가 식었다.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픈 손을 붙잡은 채 그대로 서 있었다.
현우는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을 계속했다.
지연은 유리문 너머 그 모습을 바라보다
조용히 중얼거렸다.
“바빠서… 그런 거겠지.”
“내가 아는 현우는 저런 사람이 아니야.”
그녀는 애써 눈을 돌렸지만,
가슴 속 어딘가가 서늘하게 식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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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누군가의 다정함이
언제나 온기를 품고 있는 건 아니다.
〈겉과 속〉의 두 번째 밤,
지연은 처음으로 따뜻함 속에 숨어 있던
불안한 그림자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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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안내
〈겉과 속 – 진심의 얼굴〉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새로운 이야기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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