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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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 6화 — 균열의 시작
Written by 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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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려던 순간
윤주와 새엄마를 처음 마주친 뒤,
지연은 민석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심장은 아직도 비처럼 떨어졌고,
손끝은 식은 채였다.
“저… 이제 가볼게요.”
지연은 미지근한 목소리로 인사하고
조용히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계단을 내려가려던 순간
부엌 쪽에서 들리는 속삭임.
말 끝을 흐리며 웃는 소리.
아주 낮고, 아주 익숙한 위험한 기운.
지연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보다
확인해야 한다는 본능이 먼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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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와 윤주의 대화
조용한 부엌.
싱크대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그 사이를 파고드는 두 사람의 대화.
그러나 목소리는
서늘하게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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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아저년은 뭐야? 갑자기 나타나서…
민석 오빠가 죽었어도 우리가 얻을 게 있긴 해?”
새엄마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러고는 차갑게 턱을 올렸다.
새엄마
“니 아빠가 없었으면…
가능했을 수도 있지.”
윤주가 눈을 가늘게 뜬다.
윤주
“…뭐?”
새엄마
“그러니까 저 인간이 사라져야 돼.
목숨이 왜 이렇게 질긴 거야…
약 양을 늘려야 하나?”
그 말에 윤주가 낮게 피식 웃었다.
웃음엔 온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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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어진 대화—진짜 목적
윤주
“티나게 하지 마.
어설프게 했다간 우리 둘 다 쇠고랑이야.
금팔찌 대신 쇠팔찌 차고 싶어?”
새엄마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새엄마
“민석이나 조심해"
윤주는 코웃음을 쳤다.
윤주
“민석 오빠도 자기 엄마 일 알면
잘됐다고 할걸?
저 인간 편은 아무도 없어.”
바로 그때, 새엄마가 재빨리 윤주를 바라보며
거의 입술만 움직였다.
새엄마
“조용히 해.
민석이가 그 일 알면…
일만 더 커져.”
짧은 경고였지만,
그 안에는 깊고 오래된 비밀이 숨어 있었다.
윤주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나 그 미소는
누군가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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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의 내면에 내려앉은 얼음
지연은 계단 그림자 속에서
한 문장도 놓치지 않고 듣고 있었다.
‘약을 늘려야 하나.’
‘그 인간이 사라져야 돼.’
‘민석 오빠도 잘됐다고 할걸.’
‘그 일 알면 일만 커져.’
그 문장들이
순식간에 지연의 목을 조였다.
민석이 위험하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수 있는
아주 위태로운 선 위에 서 있다는 걸
이제 확실히 알고 말았다.
지연은 숨을 한번 삼키고
조용히 발을 돌렸다.
“지연 씨?”
민석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렸다.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온 그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했지만
지연의 몸은 이미 얼어붙은 뒤였다.
그 따뜻함이
지금 지키지 못하면
모두 잃을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예감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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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비밀은 언제나
조용한 틈 사이에서 피어난다.
아무도 모르게,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그러다 한순간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균열이 된다.
지연이 들은 몇 마디 말은
우연처럼 들렸지만
그 속엔 누군가의 삶을 흔드는
잔혹한 시작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 균열은,
이제 막 벌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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