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내딛은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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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 9화 처음으로 내딛은 발걸음
Written by 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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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지켜야 한다 . 지연의 결심
지연은 하루 종일 손끝이 떨렸다.
민석 어머니의 비극,
새엄마와 윤주가 속삭이던 차가운 대화,
약을 늘려야 한다는 말,
그리고 “민석이가 그 일 알면 더 커져”
라는 저주처럼 남은 경고까지.
모든 파편이 머릿속에서 부딪히고 갈라져
하루 종일 마음을 붙잡아두지도 못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하나의 생각이 점점 또렷해졌다.
‘내가 지켜야 한다.
내가 부딪혀야 한다.
내가 다칠지라도.’
나 같은 사람이 뭘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어디서든 상처를 끌어당기던 삶이라 해도
민석을 향한 이 위험만큼은
나라도 막아야 한다.
그는
지연을 위해 피를 흘렸던 사람이었다.
지연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더 알고 싶었다.
더 깊이 보고 싶었다.
그들 곁에 서야만 진짜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켜야 했다.
그 결심을 품고
지연은 민석의 집으로 향했다.
누군가를 위해 만든,
처음의 용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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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 흔들리는 숨과 함께
문 앞에 도착한 순간,
지연의 발끝은 잠시 굳었다.
그때
문이 먼저 열렸다.
“지연 씨…?”
민석은 피곤함이 묻은 얼굴로 서 있었다.
그러나 지연을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살아 있었다.
그 따뜻한 눈빛이… 오히려 더 아팠다.
가슴이 내려앉는 듯했다.
“…민석 씨. 할 얘기가 있어요.”
민석은 조용히, 천천히 지연을 바라보았다.
지연의 눈빛은 평소보다 따뜻했고,
어딘가 깊고 단단했다.
“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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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의 말 - 가만히 쌓인 용기
지연은 숨을 삼키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
“민석 씨한테… 너무 고마워서요.
그리고 민석 씨 아버님… 많이 힘들어 보이시던데
제가 좀…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민석이 짧게 숨을 멈추었다.
“지연 씨가… 도와준다고요?”
“민석 씨 은혜,
조금이라도 갚고 싶어요.”
민석은 지연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놀람보다
오히려 안도와 따뜻함이 섞여 있었다.
“고마워요… 지연 씨.
지연 씨가 도와준다면… 저야…”
민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연을 데리고 안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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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와 윤주의 반발
거실에서는 새엄마와 윤주가 무언가를 정리 중이었다.
민석은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누나.
이제 지연 씨가 아버지 간호 도와줄 거예요.”
윤주와 새엄마는
동시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윤주
“뭐? 왜?
우리가 충분한데?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간호하고 있는데!”
새엄마
“그래. 괜히 모르는 사람 들여서”
민석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다시 떴다.
“네. 그래서…
두 분 너무 힘들어 보이세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기묘하게 멎었다.
“지연 씨가 도와주면
저도, 윤주도, 어머니도
훨씬 편안해질 거예요.
이제 좀 쉬세요.”
거절할 틈이 없는 단단한 말이었다.
윤주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분노도, 질투도, 불안도
모두 뒤섞인 표정이었다.
지연을 바라보는 눈빛은
아주 얇은 독이 스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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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과 윤주 - 첫 균열
지연이 지나치려는 순간
윤주가 손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너… 대체 뭐야?”
윤주의 목소리는 낮고 떨렸다.
“예전처럼 당하고 싶어?
까불지 말라고 했지?”
지연은 천천히 윤주의 손을 떼어냈다.
표정은 놀랍도록 담담했다.
“윤주야.”
지연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그만하지 그래.”
윤주가 눈을 치켜올렸다.
“넌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
근데 나는…
예전처럼 당하진 않아.”
벽 뒤에서
새엄마가 아주 얕은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지연은 고개를 들며 말을 이어갔다.
“니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하든…
내가 다 막을 거야.”
윤주의 눈빛이 흔들렸다.
“민석 씨 주변에
예전처럼 장난치지 마.”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작은 방 안의 공기는 완전히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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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 두려움 속에서의 전진
새엄마와 윤주가
서늘한 눈빛으로 지연을 바라보는 가운데
지연은
민석 아버지 방 쪽으로 걸어갔다.
심장은 두려움에,
손끝은 떨림에 젖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두려움 위에 세워 올린
진짜 용기였다.
지연은 아주 작게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이제… 절대로 뒤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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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사람의 결심은
소리 없이 태어나고,
조용히 자라며,
어느 순간 행동으로 터져 나온다.
지연이 내딛은 이 첫 걸음은
아주 작은 것이었지만
그 작은 걸음이
누군가의 계획을 흔들고,
누군가의 어둠을 드러내고,
누군가의 파멸을 시작한다.
균열은 이미 생겼다.
그리고 그 균열은
돌아갈 수 없이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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