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 11화

무너지는 진실의 목소리

by 유유정



겉과 속 11화 — 무너지는 진실의 목소리

Written by 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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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의 기척

사건이 터지고 며칠.

민석의 아버지는 여전히 생사의 경계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지연과 민석은 병원에서 번갈아 지키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윤주와 새엄마의 집은 기묘하게 조용해졌다.


분명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지연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리고 결국,

밤 늦게 그 집 앞에서

두 사람이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끌고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연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민석에게 연락하라는 손이 떨렸지만,

그 떨림을 억지로 눌러 세웠다.


오늘…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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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침


지연이 두 사람 앞을 막아섰다.

어둡고 적막한 골목길에 바람만 스쳤다.


윤주는 지연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웃었다.


“길 좀 비켜줄래? 너랑 얘기하고 싶지 않거든.”


지연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망가면 죄가 사라지는 줄 알아?”


새엄마가 비웃듯 코로 숨을 뱉었다.


“지연 씨, 사고는 사고예요. 우린 아무 잘못 없어.”


윤주는 짜증 섞인 얼굴로 가방을 들어 올렸다.


“그래. 넘어졌을 뿐이야. 왜 이렇게 난리를 피워?”


지연은 한 걸음 내디뎠다.

윤주는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넘어진 게 아니라

네가 밀었지.”


윤주의 얼굴이 완전히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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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의 폭발


지연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윤주가 숨을 못 쉬는 듯 뒤로 물러설 정도로.


“윤주. 네가 한 짓… 네 스스로도 알고 있잖아.”


윤주가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키듯 외쳤다.


“너, 진짜 죽고 싶어?”


지연은 미동도 없었다.


“죽어야 하는 사람은—

떨어뜨린 사람이지.

그걸 지켜본 사람이 아니고.”


공기는 얼어붙었다.

윤주의 손이 부들거렸다.


새엄마가 낮게 중얼거렸다.


“윤주야. 입 다물라니까.”


그러나 윤주는 이미 멈추지 못했다.


지연의 단단한 눈빛은

그녀를 무너뜨리는 마지막 밀어내는 힘이었다.


지연이 단호히 말했다.


“말해.

이젠 숨길 수 없어.”


그 순간—

억눌린 분노가 폭발했다.


“그래, 내가 밀었다고!!!

내가 했어!!!

그래서 뭐?!

죽으면 더 편하잖아!!!

그 늙은 인간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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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석의 등장


그 잔인한 말들이 어둠 속에 울려 퍼질 때

뒤에서 문이 벌컥 열렸다.


민석이었다.


지연의 메시지를 받고 급히 달려온 얼굴에는

믿기지 않는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그는 천천히 윤주를 향해 걸어갔다.


“방금… 방금 뭐라고 했어…?”


윤주는 얼었다.


새엄마가 급히 끼어들었다.


“민석아, 그게… 말이 잘못 나온 거야.

지연 씨가 우리를 몰아붙이니까”


지연이 조용히 말했다.


“민석 씨…

이제 다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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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민석


민석의 표정이… 서서히,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는 마치 숨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가슴에 손을 얹었다.


“아버지한테…

너희가…”


윤주는 피식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이미 망가진 가면이었다.


“그래, 내가 했어.

근데 어쩔 건데?”


지연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는 민석에게 다가가며 속삭였다.


“민석 씨… 죄송해요.

저… 더 빨리 말했어야 했는데…”


민석은 지연의 손을 붙잡았다.

무너지지 않기 위한 마지막 의지였다.


“지연 씨…

혼자 버티게 해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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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의 마지막 발악


새엄마는 끝까지 뻔뻔하게 말했다.


“민석아, 이건 오해야.

아버지가 네 이름 불러서

찾아 내려가다가”


민석이 처음으로 새엄마에게 소리쳤다.


“그만해!!!”


새엄마의 입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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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이후


윤주는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


지연과 민석이 그 자리에 서 있는 동안,

그들의 세계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더는 돌아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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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진실은 언제나

가장 잔혹한 순간에 모습을 드러낸다.


숨기고, 돌아서고, 외면해도

결국 누군가의 입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지연과 민석이 마주한 이 밤은

누군가의 죄를 밝히는 순간이었고,

누군가의 세계가 무너지는 시작이었다.


그러나, 무너진 자리에야

비로소 새로운 길이 열린다.


그 길이 어떤 어둠을 향하든,

이제 두 사람은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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