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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Nov 06. 2015

저는 꿈을 먹고 살겠어요

나의 버킷리스트 1순위를 위하여

사람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한다.

"그렇게 해서 너 뭐 해먹고 살래?"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저는 꿈을 먹고 살겠어요

스물 셋. 10년 넘게 변한 적 없던 나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정확히는 소설가.




다음시간 과제는자기소개서입니다.

대학교 2학년 새학기 첫 날.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교수님은 자기소개서를 다음 과제로 제출하라고 하셨었다. 외부 강사로 꽤 젊은 분이셨지만 과제가 많아 학생들 사이에선 원성이 자자한 교수님. 그래도 꽤나 열성적이고 학생들 입장을 많이 생각해주시는 분이셨다. 그 교수님 수업을 처음 듣던 날 나는 자기소개서란 뜻밖의 과제에 당황했다. 우리 나이가 몇인데 자기소개서야. 그러면서도 당장에 '어떤 문장으로 시작할까' 라는 고민에 휩싸였다. 글을 쓰는 동안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제목과 첫 문장 그리고 마지막 문장. 읽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을 만한 위치였다.


그래서 나는 제목에 이렇게 적었다.

버킷리스트의 첫번째 꿈을 이루기 위하여


그리고 그 다음  첫 문장에 이렇게 적었다.


제목을 위와 같이 지은 이유는 제가 늘 버릇처럼 하던 말 때문입니다. '죽기 전까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이라도 내고 싶다' 작가가 되는 것. 그게 저의 꿈입니다.


여섯 단어로 쓴 헤밍웨이의  짧은 소설


고등학생때 헤밍웨이의 일화를 접하게 되었는데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떤 이가  헤밍웨이에게 당신이 진정으로 대단한 소설가라면 여섯 단어로 소설을 써 사람들을 울릴 수 있겠느냐고 묻자 헤밍웨이는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이라고 적어주었다. 한 번도 신지 않은 아기신발을 팝니다. 그 이야기를 보면서 한 문장을 쓰더라도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감동 뿐만 아니라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


 어렸을 땐 남들처럼 선생님, 의사, 경찰관 등 적성보다는 많이 접했던 직업들에서 꿈을 찾았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며 처음으로 작가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계기는 단순했다. 책을 좋아했고 읽다보니 내가 책을 써서 내가 읽으면 더 좋겠다 라는 생각.  운이 좋았던걸까. 초등학교 선생님은 내가 쓴 동화를 관심있게 봐 주셨고 친구들에게도 읽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용기를 얻고 이후 몇 편 더 썼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었다. 그렇게 움터있던 꿈의 싹이 틔었다.


정말이지 나는 꽤를 넘어서 심하게 책을 좋아했던 아이였다. 오죽하면 수능 앞둔 고 3때도 하루에 책을 4권씩 독파했었으니까 말이다. 꾸준한 독서로 속독까지 함께 할 수 있게 된 덕분이었다. 아기 때부터 엄마가 많은 책을 읽어 주셨고 그 영향을 받은 덕일까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좋아서 스스로 책을 찾아 읽었다. 초등학생때는  집 앞이 바로 학교라서 방학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고 고등학생때 까지 다독상을 받는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운명처럼 다가온 꿈에 대한 확신은 단단하고 견고했다. 다른 꿈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때 처음으로 꿈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되었는데 타인에게 글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쓰는 글이 좋은 글일까? 잘 하고 있는걸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작가가 되고 싶었고 원서 접수를 하며 글을 쓸 수 있는 학과를 선택했다. 전문적으로 흥미있는 분야에 관해서만 배우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흥미 없는 과목까지 억지로 해야 했던 때 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며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영어 단어를 외우고 수능을 위해 달려온 나와 달리 시험 자체를 소설쓰기로 본다던 예고 출신 친구의 말에 새로운 세계를 본 것 같았다. 3년 내내 글만 쓰며 살아온 걸 증명하듯 필력도 좋았다. 방송 작가 수업을 들으러 아카데미까지 다녔던 친구도 있었다. 예고에서 썼다는 친구의 소설을 읽으며 '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정말 많구나. 그래도 자신감을 갖자 나도 잘 할 수 있어' 그런 마음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글 쓰는 과목들에선 교수님들의 칭찬을 많이 듣게 되었다.  대표로 이름이 거론되며 칭찬을 받는 건 어릴때나 커서나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 순간마다 가슴이 쿵쿵거리곤 했다. 사람들에게 내  소재가, 내 필력이 인정을 받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글이. 내가 가능성이 있기는 하구나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023&aid=0003060370


처음으로 냈던 공모전에서 최종심에 아깝께 떨어졌던 순간. 나는 그걸로도 충분하다며 만족했다. 나를 모르는 이들에게 심사를 받아 내 글이 평가받게 되고 심지어 최종심까지 올랐다니. 이런 부분은 고쳐야겠구나 내가 이런 부분은 잘 표현했구나. 객관적인 눈을 통해 본 내 글이 잘 쓰긴 했구나. 내가 소설이라며 쓰는 글이 남들 눈에도 소설이긴 하구나. 다시 흔들리던 꿈을 붙잡았던게 그때였다. 당선까진 아니었지만 내겐 첫 공모전에 도전해서 굉장히 선전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1학년때 공모전 결과를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고등학교때도  잘 했다며, 넌 잘 할 거야라고 응원해주었고 어떤 친구들은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냥 학교 이야기, 연애 이야기를 주로 하던 1-2학년이 지나고 먼저 취업한 친구들이 생기며 3학년이 되자 대화 주제도 변했다. 미래, 취업, 결혼 등. 우리가 음료수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하던 주제들은 술과 함께 안주거리를 씹으며 좀 더 현실적이고 조금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3학년때 당선된 공모전 결과를 말해주자 친구들은 사실 그 정도로 잘 쓰는 줄은 몰랐다고 말하며 놀라기도 했고  나를 축하해주며 멋있다고도 했다. 정말로 네가 늘 말하던 작가에 계속 도전하고 있구나. 응, 나 계속 글 쓸거야. 그럼 나는 네 1호팬 할게. 내 글을 읽었던 친구들은 적극적으로 나를 지지해주었다. 꼭 책을 내면 우리 이름부터 적어달라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사랑하는 누구누구에게, 로 적어주겠다며 대답했다.


사실 미래 이야기에서 친구들은 모두 취업 이야기를 하지 꿈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4학년이 된 지금은 이전보다 더더욱. 앞으로의 사회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내게도 어디에 취업하고 싶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당당히 글 쓰고 살고싶어, 라고 대답할 수 없는 것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이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예비 작가일 뿐이니까. 설령 작가가 되더라도 먹고 살기 위해선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야 할 테니까.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취업이 다가올 수록 더 크게 느껴지는 괴리감에 쓴 소주를 털어넣으며 취업을 해서 다른 일을 하며 먹고 살게 되더라도 계속 글을 써야지, 라고 남몰래 다짐했다.




얼마 전 로맨스 소설 작가를  꿈꾸는 친구에게 내가 이런 말을 했었다.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 꿈을 좇고 있는게 아닌데, 단지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내 삶의 목표인데.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은데 그게 되게 힘든 것 같아."


친구는 내 말에 수긍했다. 그날은 조금 우울했었다. 원래도 이따금 우울한 감정이 나를 찾아와 휘젓고 가곤 하지만 그날은 더 우울했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우리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어떤 슬픔이 찾아왔다고 해야 할까. 6시간 연속 수업에 지쳐서 그랬던 건지 겨울이라 해가 일찍 져서 노을때문에 갑자기 감상에 젖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어쨌든 그때의 나는 속상했었고 그래서 저런 말을 했었던 것 같다. 그냥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고 싶은데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닌데 그게 참 힘든거구나 라고.


친구에게 고마웠다. 나와 같은 분야에 흥미를 갖고있는 친구 덕에 우리는 때론 가볍게 때론 진지하게 글을 쓰는 것에 관하여, 우리의 꿈에 관하여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한다. 장르는 다르지만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위안받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행운일지도.


여전히 나는 공모전에 도전 중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즐겁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 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이 순간들이 즐겁다. 나의 스물 셋은 지난 스물 둘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학업에 치중하고 공모전에 도전하며 빛을 발하고 있다. 여전히 나의 꿈은 반짝거린다.




나의 버킷리스트 1순위에 동그라미를 그릴 그 날을 위해서 꿈을 놓지 않겠다. 나는 꿈을 먹으며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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