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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Nov 12. 2015

빨간 신호등 앞에 서다

초록불을 기다리는 우리들

신호등은 단순하다. 빨간 불이면 멈춰야 하고 초록 불이면 움직일 수 있다. 딱 두 가지로만 이뤄진 신호체계처럼 나는 가끔 빨간 불에 멈춰 서기도 했다가 초록 불이 켜지면 다시 움직이곤 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잠시 빨간 불이. 주위의 모든 것이 안정되면 다시 초록불이. 초록불과 빨간불 사이에서 나는 걷다가 멈춰 서곤 했고 다시 초록불을 기다리곤 했다.


횡단보도에서 초록 불이 깜빡거리던 어느 날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 대신 멈춰 서는 걸 택했다. 다시 초록불이 켜지리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많은 사람들은 바쁘게 걷는다. 걷다 멈춰 서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다 잠시 쉴 곳을 찾는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계속 움직이고 멈춰 선다. 모두가 빨간 불 앞에서 잠시 멈춰 서다가 초록 불이 되면 다시 움직인다.

나는 매 순간 신호등 앞에 서 있는 것 같다.
출처: http://yunseo.egloos.com/1301828


힘들고 지치는 날이 있을 때면 아, 빨간 신호등이 켜져있구나 싶고  뭔가가 신나고 그냥 한없이 자유롭고 즐거운 날이면 초록 신호등이 켜져있구나 싶다.  살다 보면 슬픈 일도 있고 기쁜 일도 있고 화나는 일도 있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도 있고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은 행복한 일도 있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모든 감정들을 겪으며 살아왔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하며 어떤 날은 내 인생에 특별한 날이라 생각될 정도로 즐거운데 또 어떤 날엔 그냥 축 쳐져서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우울한 날도 있다.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건 곧 초록 불이 켜질 테니까 라는 믿음 때문.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기쁜 일 뒤엔 그보단 덜 기쁜 일이 찾아올 수도 있고 슬픈 일이 있으면 그보단 감당하기 쉬운 덜 슬픈 일이 찾아오기도 한다. 당연한 거다. 어떻게 살면서 마냥 즐겁기만 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경험들을 통해 마음이  단단해지는 법을 배우는 걸 텐데.


지금 힘들고 지치는 일이 있더라도 무너지진 말자. 나는 곧 눈부신 그린 라이트를  뽐내며 켜질 초록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거지 빨간 신호등에 발이 묶여있는 건 아니니까.


고등학생 때 한창 공부를 왜 해야 할까?라는 어떤 회의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거의 매달 치러지는 모의고사나 일제고사를 봐야 하는 날엔 아침부터 아니 전날 밤부터 손발이 덜덜 떨리기도 했고 어떤 날은 도저히 학교를 갈 수 없어서 시험 중간에 간 적도 있었다. 영어를 못했다. 영어를 못하니 스트레스가 왔고 거기에서 다른 과목들에 대한 스트레스도 증가했던 것 같다. 1학년 중간고사에서 영어 점수를 28점을 맞았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대학에 대한 걱정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기도 했었다. 그때의 난 고여있는 물처럼 정체되어 있었고 앞으로 한걸음도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신호등의 빨간 불 앞에서 하염없이 초록불을 기다리는데 불은 켜지지 않고 나는 여전히 대기신호에서 기다리는 그런 느낌.


 그때만 해도 그랬다. 숙제를 못했거나 수행평가 하나를 잘 못 해도 큰 일이 날 것 같았고 인생에서 오점이 남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얽매여있었던 것 같다. 나는 지금 그런 쓸데없는 걱정들을 했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잘 지내고 있는데. 오히려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로는 상위권에 머물면서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전전긍긍했던 것들은 지금 내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고 있다. '걱정하지 말자.'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 더 생각이 성숙해진 뒤론 불안하거나 걱정이 되면 스스로 걱정하지 말자 다 잘될 거야.라는 식으로 주문을 외우곤 했다.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나면 다시 초록불이 금방 켜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걱정하지 말자! 싶은 마음. 힘들어도 좌절하고 싶지 않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처럼 피하지 않고 감내하고 다시 켜질 초록 불을 기다리려고 한다.


'나는 아직 빨간 신호등 앞에 서 있어.'  늘 이 문장 다음에 이런 내용이 쓰고 싶었다.


출처: http://gamseong365.tistory.com/66
걱정 하지 말자. 잠시 멈춰서 있는 것일 뿐 곧, 초록불이 켜질 테니까.


인생은 신호등 같다. 나아가지 못한다고 좌절하지 말자. 나는 빨간 신호등 앞에 잠시, 아주 잠깐 멈춰있는 것일 뿐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초록불을 기다리며 잠시 쉬는 거라고 생각하자.

매거진 30초  <신호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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