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결이 비슷하다 느끼는 글을 만난다면

by 소라

6평 남짓한 내 방 안에서 가장 애정 하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두 번째. 독립서점에서 구매한 독립출판물(에세이와 그림책)


작년 여름, 수원 행궁동에 있던 독립서점을 들려서 구매하게 된 네권의 도서.


글을 좋아하는 브런치 독자분들이라면 아마 서점을 좋아한다는 공통점도 있을 거 같아요. 학생 때는 교내의 도서관을 엄청나게 드나들면서 책을 읽어서 다독상은 언제나 제 차지였는데 대학을 졸업한 이후, 도서관엔 가본 적이 없더라고요. 책을 읽는 것보다 오히려 글을 쓰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래전 읽었던 필독서, 고전소설이나 과제로 읽었던 교양서적들의 내용은 점점 가물가물해져가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고전, 현대소설 그리고 추리소설이었는데 아마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관심사가 에세이로 바뀌게 된 것 같아요. 학생 때만 해도 단편소설도 쓰고 공모전도 도전하고 그랬었는데 정작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살펴보면 저는 소설보단 에세이를 더 많이 올렸더라고요.


얼마 전에 <직장인의 퇴근 후 루틴>이라는 다음 메인에 올라간 글을 오랜만에 본 친구에게 보여주며 내가 쓴 글인데 웹사이트에 올랐어, 라며 말했더니 친구가 제 브런치를 읽어보고 말을 너무 예쁘게 한다,며 칭찬해 줘서 고마웠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이백 편이 조금 넘는 글의 편수를 보며 이렇게 많이 올렸냐고 말해주었는데 새삼 오 년 정도 브런치에 연재하면서 꾸준히 기록한 저의 생각이나 일련의 경험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싶었어요. 가끔 저도 제 예전 글을 찾아서 읽어보곤 하는데 그때의 내가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구나, 이런 기분이었구나 신기하기도 해요. 마치 예전의 일기장을 다시 읽어보는 기분이랄까요. 몰론, 여전히 제 꿈을 위해 더 노력해야겠지만 스토리텔링에 대한 필력은 나아지는 것 같아서 만족스러워요.


서두가 조금 길었는데... 해서, 저는 서점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렇기에 서점도 좋아해요. 신간 도서는 어떤 게 나왔는지, 최근 인기 있는 에세이집은 누구의 것인지, 좋아하는 작가의 절판도서를 구할 수 있을지 등 매대를 살펴보며 궁금한 책들은 잠깐씩 읽어보기도 하고 그러다 오래도록 보고 싶은 책은 구매를 하고.


보통 제가 책을 고를 때의 기준은

첫째. 웹서핑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작가분의 서적인 경우.

둘째. 제가 좋아하는 장 자끄 상뻬의 삽화집이 있는 경우.

셋째. 서평이 괜찮아 보이는 경우.

넷째. 그냥 매대를 살펴보다가 도서의 표지나 제목에서 끌림을 받는 경우.

이렇게 네 가지로 좁혀지는데 마지막의 경우엔 정말 즉흥적으로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해당 도서나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는데 단순히 자석처럼 이끌려서 손에 잡는 경우거든요. 보통 내용이 마음에 들 때 구매를 결정하는데 내지를 펼쳐 몇 장 정도 읽어보고 저와 결이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글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나와 결이 비슷한 글을 만날 때의 기분은 좀 복잡 미묘한 감정이에요. 비슷한 결이기에, 공감할 곳이 많아서 즐겁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비슷한 결의 글들이 이렇게 많으니 내 필력이나 스토리텔링엔 메리트가 없겠구나 싶어 조금 속상하기도 하고, 감정이 닮은 구석이 있는 사람을 알게 된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고, 제가 꿈꾸던 일을 해낸 사람이라 부럽기도 하고. 나열해보니 정말 복잡 미묘한 감정이네요.


그래도 결이 비슷한 글을 보고 난 뒤엔 흐려져가던 목표가 다시 선명하게 저를 붙잡는 기분이 들어요. 에세이를 주로 올리고 있지만 원래 제 꿈은 소설가여서 틈틈이 새 단편소설을 쓰고 있거든요. 글을 포기하고 브런치 활동도 뜸했던 시기에도 꾸준히 로맨스 소설을 연재하면서 제가 마음가짐을 다시 잡을 수 있는 원동력을 주는, 제겐 너무 고마운 친구가 한 명 있어요. 저와 그 친구 모두 언젠가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버킷리스트가 있는데 서로 장르의 결은 다르지만 기회가 닿을 때 독립출판에 도전해서 그 꿈을 이뤄보려고 해요. 작년에 고민해보다가 아직은 준비도 부족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흐지부지 지나갔는데 내 방 책장에 내 이름이 새겨진 책이 있다면 분명, 제 애장품 일 순위 일거예요. 브런치의 활동 알림을 보면서 제 글을 마음에 들어해 주는 분들에게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에요. 실은, 덕분에 더 신이 나서 아이패드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거든요. 마음에 닿는 부분이 있다면 그래서 공감하고 위로받는 순간이 제 글을 통해서도 이뤄진다면 저 또한 행복할 거예요.

각자의 글에도 성격이 있어서 저마다의 결이 다른데, 수많은 텍스트들 가운데 결이 비슷한 글을 만날 때 가장 큰 감정은 행복감이니까요.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반가움. 공감 가는 문구들을 보며 느끼는 행복감(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제 경우엔 마음에 드는 다른 이들의 문장을 만날 때 행복하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문장을 썼지 싶은 감탄과 부러움도 포함이고). 이따금 우울하지만 그런 감정 또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글로 쓰이겠구나 싶은 안도감.


저는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 더 시야를 넓혀 책장을 한번 살펴보았어요. 책을 좋아하지만 예전에 책을 한번 싹 정리해서 필요한 도서만 남겨놨기 때문에 책장에 있는 책들은 그다지 많지 않아요. 후에 따로 설명할 또 다른 페이보릿 띵스인 프랑스 삽화가 ‘장 자끄 상뻬’의 도서집들. 국내 유명한 소설가들의 대표작들 몇 권, 에세이집 다수, 판타지 및 로맨스 소설 일부, 철 지난 패션잡지 여섯 권, 해리포터 시리즈, 공부했을 때의 기록이 아까워서 아직은 버리지 못한 전공서적들. 그중에서도 오늘의 페이보릿 띵스는 제가 수원에 놀러 갔을 때 구매한 독립출판물 네권입니다. 좌측의 세 권은 에세이 작가분들이 독립 출판하신 게 맞는 걸로 알고 있어요. 오른쪽에 있는 그림 서적은 일반 서점에서도 판매하는 서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독립서점에서도 독립출판물뿐만 아니라 일반 서점에서 유통하는 도서들도 같이 판매하더라고요!) 일러스트가 예뻐서 고민 끝에 구매했는데 뭔가 이 네 권의 도서들은 제 글과 결이 비슷하다고 느껴졌어요. 이를테면 감성적인 내용이라던지, 단상의 나열, 따스해지는 느낌, 살짝은 우울해 보이는 요소들...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들어서 결이 비슷하다라고 했지만 이 도서들을 고르며 독립서점에 있는 동안 내내 즐거웠어요. 서점 앞 떠돌이 고양이도 잠깐 들려서 밥을 먹곤 그늘막으로 사라졌었고, 무더운 여름날이었는데 에어컨이 너무 시원해서 쾌적했고, 평소 독립출판물로 인지도가 있는 작가분들의 서적들도 많이 보고, 큰 대형서점과는 다른 아기자기한 독립서점 안의 여유로움도 너무 좋았어요. 제가 좋아할 거 같다며 데려가 준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정말 심사숙고 끝에 사진 속의 네 권을 골랐어요.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외출을 자제해야 하지만 언젠가 상황이 안정화되어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을 날엔 새로운 독립서점을 찾아가 다른 서적들도 더 구매하려고 해요.


글의 힘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오늘의 페이보릿 띵스 네 권의 도서를 구매했던 독립서점의 사진을 담아봤어요.

독립서점의 주인이 되는 것도 근사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년 어름무렵, 행궁동의 브로콜리 숲.

사 년 전 썼던 브런치 글 중, “이따금 사고 싶은 책이 없어도 서점에 발길을 옮기곤 하는데 그건 그냥 책이 많은 공간을 둘러보면서 언젠간 내 이야기도 한 권의 표지로 쌓여 서점에 놓일 날을 꿈꾸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더라고요. 참 한결같은 목표인데 곧 이룰 수 있겠죠. 지금은 건강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만큼 모두들 건강 유의하시고 다음이야기에서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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