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평 남짓한 내 방 안에서 가장 애정 하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세 번째. 망고 튤립 (조화 화병 꽂이)과 향수.
꽃과 향수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둘 다 향기로 기억된다는 것, 이지 않을까요. 물론 제가 애정 하는 소품은 조화 튤립이긴 하지만 화장대에 나란히 놓인 망고 튤립과 향수병을 보고 있노라면 좋은 향기가 뿜어져 나올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아침마다 보는 거울 옆에 향수와 꽃을 두었지요. 때론 그날 코디나 화장법에 맞게 어울리는 향수도 뿌리고, 괜히 피어있는 꽃을 보면 조화라 해도 기분은 좋아지니까요.
예전엔 일 년에 두어 번은 꽃가게에 들려 생화를 몇 송이 사와 투명한 컵에 물을 붓고 꽃을 꽂아두곤 했는데 사나흘은 물기를 머금어 싱그럽게 피어나던 꽃송이가 날이 갈수록 한 장 두장 가진 꽃잎을 떨구고는 시들더라고요. 가장 마지막으로 샀던 생화는 라넌큘러스 두 송이와 유칼립투스잎이었는데 꽃가게를 나와 작게 포장된 꽃을 보는데 기분이 몽글몽글했어요. 꽃은 선물하는 사람도 선물 받는 사람에게도 맑은 에너지를 주곤 하니까요. 그러나 종일 집에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꽃을 보는 시간은 적었어요. 퇴근하고 집에 올 때마다 떨어진 꽃잎이 늘어가고 축 늘어진 줄기를 보며 시든 꽃을 버려야 했을 때 차라리 조화를 구매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나 새로이 찾아오는 것엔 설렘이, 떠나가는 것엔 미련이 남기 마련이죠. 그래서 작년 여름쯤 한창 유행하던 망고 튤립 조화를 구매해봤어요. 썩지 않고 오래도록 피어있기를 바라서.
향수의 경우 랑*의 미라클 향수 시리즈 두 개와 선물 받았던 향수가 있는데 제가 산 향수는 내가 좋아하는 향, 그리고 선물 받은 향수는 상대방이 저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골라줬던 향이었어요. 신기하게도 세 개 다 플로럴 향이 강한 것 같아요. 한 번은 망고 튤립에 뿌려뒀는데 생각보다 꽤 향이 오래가더라고요. 꽃에서 향이 나는 것 같았어요. 향수는 뿌리면 처음엔 탑노트의 향이 그리고 갈수록 은은한 베이스 노트의 향이 남아서 잔향으로 지속되는데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면 그렇게 잔향이 오래 남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제 글도, 저도. 쉽게 잊히지는 않고 싶어요.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제가 더 자랄수록 오히려 머릿속을 메웠던 고민들은 희미해지고 오로지 현실에 충실해지고 있어요. 요즘엔 브런치에 연재중인 새 매거진 <마이 페이보릿 띵스>에 들어갈 방의 소품들 가운데 애정하는 것을 고르는 것과 연봉이 오른만큼 적금은 얼마나 더 넣어야 할지, 내일 야근을 하지 않으려면 오늘 미리 해놔야 할 일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며 지극히 현실적으로 살고있어요. 굳이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할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사념이 많아서 스스로도 힘들었는데 요즈음 저는 그냥 회사에선 일, 집에선 잘 쉬고 취미를 즐기는 루틴을 따르며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아직은 여유 있을 만큼 건강하진 않지만 마음도 건강해지기 위해 꾸준히 약도 먹고 글 쓰는 것도 골몰하는데 올해는 아직 새로운 단편소설을 구상하지 못한 게 속상해요.
브런치에도 예전에 써두었던 소설들을 수정해서 다시 올려보는 중인데 그때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쓴 글들이 다시 고치려고 하니 오류도 많고, 시간의 배열도 안 맞고 엉망이더라고요. 왜 이걸 최선이라고 여겼지 싶은 게 부끄러울 정도로 엉망이라 왜 공모전에 탈락했는지 너무 잘 알겠더라고요. 이월 내내 소설들을 꺼내서 다시 뜯어고치듯 문단 전체를 들어내기도 하고, 몇 문장이나 일부 대사만 수정하기도 하고 그렇게 고친 뒤 친구에게 다시 읽어봐 달라고 했더니 제 예전 소설을 기억하고 고쳤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제 글을 기억해준 친구에게 고마웠어요. 꼼꼼히 읽어봐 주었기 때문에 더 그런 거 같아요.
참 신기한 게 제가 이렇게 쓰는 글을 제가 아는 그리고 모르는 분들이 읽는다는 것. 글 쓰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는 스스로에게도 좋은 취미를 갖고 자라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글이라는게 매일같이 잘 써지는 건 아니라서 안써지는 날엔 책을 읽거나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좋아하는 장르를 골라서 보거나 블루투스 스피커에 유튜브에서 유명한 선곡리스트를 골라서 종일 틀어놓기도 해요. 때로는 너무도 쉽게 쓰이지만 어느날엔 착즙기로 쥐어짜듯 머리를 싸매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요.
지난주는 내내 브런치를 켜고 끄기를 반복하고 그러다가 소설을 고쳐볼까 했는데 소설도 막히고... 제 경우엔 그런 날이 더 많아요. 쓰고 싶은 글이 있는데 정말정말 써지지 않는 날. 그럴때면 이전에 제가 써둔 메모가 적힌 노트나 다이어리, 브런치를 살펴보곤 해요.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했는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지. 당시의 나는 무엇을 원했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서툴지만 섣부르지 않게 그렇게 글을 써오고 있어요. 대학생 때 전공 교수님이 제 소설을 보곤 졸업 후에도 꾸준히 글을 포기하지 말고 써주길 바란다고 하셨는데 그때만해도 저도 사실 제가 이때까지도 글을 쓰며 살고있을 줄은 몰랐어요. 이십대 초반엔 일찍 잘되서 유명한 작가가 되면 어쩌지, 하며 설레발 쳤고 취업을 하면서는 한동안 바빠서 소설을 쓰지 않으며 꿈을 접어야겠지, 싶기도 했는데 지금의 저는 꿈은 꿈대로 계속 꾸면서 어쨌든 하고싶은 건 하면서 살고 있어요.
미성년자가 아니라 어른이 되어 독립하고 나니 뭐든 정말 제가 하고싶은 대로 책임지고 할 수 있어서 어른이라는 게 마음에 들어요. 퇴근하고 캔맥주를 마실 수도 있고. 이렇게 저만의 공간을 꾸며두고 그 안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발품팔아 고른 조명들을 켜둔 채로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어서.
아직도 노트북엔 미완성으로 남은 단편들, 그리고 쓰다가 부족해서 올리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아요. 그 이야기들을 다 꺼낼 수 있는 날까지 열심히 절필하지 않고 노력할 거예요. 브런치는 이제 제겐 하나의 꿈을 위한 아카이빙의 의미라서 이 안에서도 스물넷부터 스물여덟이 되기까지의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가득해요. 이따금 오래 전의 글에 조회수가 있는 걸 보면 괜히 부끄럽고 반갑고 내가 이런 제목으로 글을 썼나, 싶어서 저 또한 다시 보기도 해요.
새롭게 써지는 글들도 좋지만 명작도 고전소설에 많듯이 브런치 글들 중에도 예전에 발행되었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봤으면 하는 글도 많으니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브런치에서 오래된 이야기들을 만나보고 그 글들이 마음에 닿으시길 바라요. 초창기에 같이 활동하던 작가분들 중엔 지금은 다른 일을 하시느라 활동이 뜸해지신 분들도 있던데 그때 쓰인 글들은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만한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몰론, 제 이야기에도 관심 있으시다면 이전의 이야기들을 더 찾아봐주시면 좋겠어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