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P로 퇴근했습니다.

P68

by 리케lyk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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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신촌로 2길 19. 신촌로라고 되어 있어 신촌인가 싶지만 홍대 7번 출구, 경의선 숲길 근처 AK몰 가까이에 위치한 핫하디 핫한 just 홍대다. 어쨌거나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매일 같이 홍대의 공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왜인지 모르게 그냥 기분이 좋다. 좀 더 일찍(아니 사실 20년 전에)이었다면 훨씬 좋았겠지만(클럽을 갈 수도 있었을 테니) 뭐, 괜찮다. 홍대가 뭐라고 싶을 수도 있다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선 의미가 크다. 특히나 이 공간, 플랫폼P가 그렇다.


서울에 대한 동경, 마치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던 그 시대의 사람들처럼 나도 그랬다. 서울사람. 그냥 서울 사람이고 싶었다. 옆집에 연예인이 살 수도 있고 길가다 연예인을 볼 수도 있는 곳. 영화관, 연극공연, 전시와 콘서트가 늘 있는 곳. 넓어서 여기저기 갈 곳도 많아 매일이 즐거울 것만 같은 곳, 서울. 나는 왜 서울에서 태어나지 않았냐고 엄마에게 물었을 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너 서울에서 태어났어. 출생신고를 부산 내려와서 했지만.'

서울에서 태어나면 뭘 하나. 출생신고마저 본 투더 부산이라면, 30년 넘게 부산에 살 줄 알았다면! 그야말로 뼛속까지 부산사람 그 자체인 것을. 그렇게 부산사람으로서 30년 넘게 살면서도 나는 늘 이렇게 생각했다.

'꼭 서울에서 살 거야.'

꿈이 이뤄진 건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이다. 만으로 아직 30대라고 우길 수도 없을, 40살을 꽉 채우고도 몇 달이 지났을무렵, 어쩌다 보니(말하자면 길지만) MBC에 근무할 수 있게 됐고 그렇게 서울로 입성했더랬다. 서울에서의 첫 직장이 방송국이라니! 그것도 이 나이에?! 스스로도 자화자찬했었지만 그 신선한 기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탁한 공기, 차가운 바람이 가득해 언젠가부턴 여기서 더 버티기 힘들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뭘 할 수 있을까? 여기서 뭘 해야 버틸 수 있을까? 큰소리치며 서울로 상경해 놓고 결국은 고향으로 돌아온, 서울사람으로의 삶에 실패한 사람은 되기 싫다. 그건 안된다. 그러려고 몇십 년을 꿈꿔온 게 아니란 말이다.


내가 여길 걸어 다녀도 되나... 내 인생 첫 홍대를 마주했을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여길 걷기에 난 너무 늙은이 아닌가... 혼자 별 생각을 다하며 걷다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한쪽 벽면에 이런 글씨가 있었다.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우와, 서울은 이런 곳도 있구나. 여긴 뭘 하는 곳일까. 검색, 마포구 예산으로 운영되는 출판 관련 창작인들의 공유오피스. 멋지다. 나도 언젠간 여길 들어갈 수 있겠지?


글을 쓰며 돈을 벌고 싶단 생각에 블로그에 글을 썼고 이걸 모아 출판사에 투고했다. 여기저기 투고하다 한 곳과 계약했지만 코로나로 10만 글자를 쓴 원고의 출간이 공중에 흩어져버렸을 때 1인 출판사를 설립했다. 그래, 아무도 내 책을 내주지 않는다면 내가 내지 뭐. POD로 출간했지만 결국 글을 쓰며 돈을 버는 사람이 됐다. (돈을 많이 번다고는 안 했다) 첫 직장이 상암동이라 상암동에 집을 구했다. 마포구에 살다 보니 마포구 소식을 여기저기서 보고 듣던 차에 이곳 플랫폼P의 입주자 모집 공고를 확인했다.

'그래! 결심했어!'


P68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오랜 기다린 끝에 입주계약을 맺은 다음 1년 치 금액을 선결제했다. 카드 일시불 결제, 610,500원. (매달 약 2만 원 정도의 관리비는 별도) 깔끔하고 넓은 책상과 편한 의자, 개인 서랍장과 사물함은 물론 공용 정수기와 커피머신까지 구비된 공간에 내 자리는 P68이다. 입구에서 가깝고 중간에 끼지 않은 자리라 답답하지 않아서 좋다. 나는 매일 이곳, 플랫폼P로 퇴근할 생각이다. 여기서 글을 쓰고 사색을 하며 차곡차곡 하루를 쌓을 것이다. 앗, 1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플랫폼피 #플랫폼P #서울사람 #에세이 #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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