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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굿즈샵을 말아먹은 이유_01

by 리케lykke

https://youtu.be/hP3XyiJ5Llo


시작부터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였다.

내가 굿즈샵을 말아먹은 이유는 그것이 전부다.

하지만 좀 더 얘길 해보자. 왜 수익이 나지 않았는지, 얼마나 손해가 컸는지, 대체 왜 굿즈샵을 오픈한 건지...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낫겠다.

아이패드로 뭔가를 해보고 싶었다. 정확히는 디지털 노마드... 뭐 그런 걸 해보고 싶었던 건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그림이었다. 넓게는 그림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캐릭터, 이모티콘, 포스터 작업을 할 수 있는 거고 제대로 된 캐릭터를 하나 만들면 이모티콘에 굿즈까지 제작하며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캐릭터 또는 작가가 유명해지면 자연스럽게 굿즈로 이어지고 굿즈 판매율이 높아지면서 수익까지 낼 수 있는 것이 수순이라면 수순인데 나는 그걸 거꾸로 했다. 내가 유명한 것도 아니고 내 그림이 유명한 것도 아니면서 덜컥, 굿즈부터 제작해 판매한 거다. 그것도 오프라인 매장에다 말이다. 아니 왜 멍청하게 매장부터 냈어요?라고 물을지도 모른다만 시청에서 저렴하게 임대하는 공간에 내가 입주한 거다. 입주조건이 굿즈샵 운영이었던 건데 입주해서 내 그림에 대한 영역을 넓혀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을 했던 것이 화근이다. 어쩌면 자신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적은 비용을 들이면서도 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란 긍정 회로를 돌리면서 말이다.

월 66000원의 비용을 지불하면 12평의 공간을 쓸 수 있었다.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라 1/3은 작업실로 2/3는 굿즈를 제작해 판매를 하기로 했다. 뭔가 단단히 준비하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창업 자금을 지원받아 굿즈를 제작한 것도 아니니 12평의 매장을 채우는데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었다. 매장 인테리어에 공들인 건 아니지만 공간을 나눌 파티션, 책상, 의자, 수납함, 굿즈 정리 박스, 포스기, 포장지, 블루투스 스피커, 입간판을 구매했다. 이건 단순히 매장을 꾸미는 수준이며 매대에 올려둘 굿즈를 제작해야 하니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엔 소량 제작 업체가 많지 않았고 있다고 해도 가격이 꽤 비쌌다. 내 그림 중 어떤 걸 어떤 형식의 굿즈로 제작해야 할지 결정하고 실험 삼아 하나씩 굿즈로 만들어보는 재미가 있긴 했지만 잘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항상 고민했다.

매장 운영 기간은 2년이었다. 1년 연장이 가능해 최대 3년을 운영할 수 있게 계약했지만 중간에 시청이 운영주체를 변경하면서 마음대로 계약기간을 바꿨다. 결국 최종적으로 1년 반 정도 운영하게 되었는데 평균 한 달 매출은 20만 원 수준이었다. 놀랍게도 순수익이 아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놀랄 것도 없다. 자고로 굿즈 숍이란 관광지 근처, 핫 플에 있어야 하며 카페를 겸해야 수익이 나는 구조다. 내가 운영한 매장 건물의 2층엔 카페가 있었다. 그곳 역시 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인 터라 중복하여 카페를 운영할 수 없어 나는 당연하게도 굿즈만을 판매했다. 게다가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이상 찾기도 쉽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졌으니 더 할 수밖에. 그걸 알면서 왜 매장을 운영한 거예요?라고 할지도 모른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내가 잘 될 줄 알았다. 입소문이 나면 찾아오는 이가 많을 줄 알았다.

1년 반 동안 마냥 까먹은 건 아니다. 보건소, 도서관, 지원센터, 한국관광공사, 문화 재단, 시청 등과 계약해 일한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부딪히면 부딪히는 대로 부서지지 않고 직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별것 아닌 것에 화를 내거나 납득 가능한 일은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 좁은 시야에 갇히지 않고 넓게 보려 애쓰는 사람이 되었다.

언젠가 하루는 파티션 뒤에서 조용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내 그림들을 보더니 중학생쯤 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해준아. 이 정도는 너도 그리겠다.' 내 그림이 어떻게 평가될지 늘 궁금했지만 팩폭이 이어질 땐 마음이 아팠다. 어느 날은 30대 후반쯤 되는 한 여자 손님이 명절 선물로 가족에게 액자를 선물한다며 8개 정도의 그림을 사 갔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 굿즈샵 계속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동네에 이런 매장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라고. 누군가는 내 그림을 별로라고 하고 누군가는 내 그림이 좋다고 했다. 어떤 이의 집 벽에 걸려 있을 내 그림이 그 사람에게 평안함을 줬으면 좋겠다. 나는 그걸로 만족한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얼마의 손해가 났는지 알아보려고 하니 글이 너무 길다. 이번 편도 상, 하로 나눠서 업로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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