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굿즈샵을 말아먹은 이유 02
이번 영상은 앞 영상과 이어지니 안보신 분이 있다면 보시고 오시길 추천 드린다. 내가 운영한 굿즈샵은 해당 시에서 나름 센세이션 한 매장이었다. 100% 본인의 작품으로 제작한 굿즈만 판매하는 매장. 해당 시의 자연, 문화를 소재로 한 굿즈였으니 생각보다 빠르게 입소문이 나긴 했다. 신문사에서도 2번이나 인터뷰를 해갔고 어딘지 모를 방송국에서도 취재를 해갔다. 여기저기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단체들도 있었고 굿즈를 납품해 달라는 곳도 많이 생겼다. 사실 굿즈를 납품해 달라는 곳은 총 6군데 정도 되었는데 그중에 제대로 된 곳이 얼마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단 한 군데도 없다. 제대로 된 곳이란 나와 정말로 상생하는, 수익을 정확히 계산하고 제때 입금하는 곳을 말한다. 사람들은 정말로 화장실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사업을 하면서 말이다.
처음엔 거의 비슷하다. 작가님 작품이 너무 좋으니 우리 매장 중에 가장 넓고 잘 보이는 위치에다 굿즈를 놓고 싶다. 가격, 납품일, 굿즈 종류도 작가님이 편한 대로 하면 된다며 최대한 나에게 맞춰줄 것을 어필한다. 서로 계속 거래를 할 테니 비용은 선납하지 않게 배려해 주길 원했고 남은 재고도 당연히 내가 다 안고 가길 원했다. 하지만 굿즈가 잘 팔리면 재고는 당연히 없고 더 주문할 테니 그건 걱정 말라고 한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결과는 항상 같다. 결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거나 내가 재고를 안게 된다. 어차피 그들이 주문하는 수준도 대량 주문은 아니다. 그러니 내가 지출한 제작비 또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판매가에서 30%를 그들이 가져가면 원가를 제하고 내가 받는 돈은 그쪽보다 더 적은 경우도 허다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좋은 마음으로 행하면 반드시 나에게 득이 되어 돌아올 거란 생각, 그게 어쩌면 독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돌아온 건 득이 아니라 빚이라는 걸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싶다.
그중에서 가장 어이없는 일은 한 대형 호텔과의 일이다. 그곳은 한국은 물론 미국 남미 등 전 세계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는 호텔 체인이다. 거기서 연락이 왔다. 1층 로비에 내 굿즈를 전시해 판매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드디어 내 굿즈가 유명해지는 건가?! 사업이 더 커질 수 있는 건가? 당연하게도 희망 회로는 풀가동되었고 판매가에서 원가를 제하고 순수익으로는 딱 반반씩 가져가기로 계약했다. 그렇게 한 3달쯤 지났을까? 그쪽에서 갑자기 본인들이 자체 제작하기로 했으니 더이상 굿즈를 납품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자체 제작이라니 뭐 어쩔 수 없지... 아쉽지만 물건을 정리했다. 그렇게 잊히는가 싶었는데 두 달쯤 뒤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직도 호텔 측에 내 굿즈를 판매하고 있는 거냐는 확인 전화였다. 진작에 철수했다며 웃으며 얘기했더니 사진을 하나 보내왔다. 지인이 보기에 내 그림과 워낙 유사해 보여 사진을 찍어왔다고 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애썼다. 거기서 자체 제작한 그림은 내 그림과 얼마나 유사한 걸까. 색감에서 차이가 나긴 해도 구도나 그림의 톤을 보자면 약 90% 정도 유사하지 않았을까. 그러니 지인이 착각할 수밖에 없지 않았던 거 아닐까.
호텔 측에 연락해 해당 사안을 얘기했더니 본인은 절대로 카피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냥 그림을 그리다 보니 호텔 측에서 차라리 너의 그림으로 굿즈를 팔자..고 했다는 것. 어차피 100% 똑같은 그림을 그린 것도 아니고 고소해 봤자 나만 더 피곤해질 것 같아 현재 판매 중인 그림에 작가명을 표기했으면 한다고 했다. 내가 그린 것이 아니라는 걸 간접적으로나마 나타내야 할 것 같아서였다. 실제로 그림을 도용하고자 마음먹은 것이든 아니든, 이 일이 불쾌한 사안임은 부정할 수 없다. 또 아이디어를 주면서 이용만 당했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앞선 영상에서 말했듯,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나듯 매장을 정리했었다. 이것저것 꼴 보기도 싫어진 나는 당근이고 뭐고 다 귀찮아 몇 가지 물품만 나눔 하고 나머지는 모두 폐기처분했다. 최소한의 물건을 남겼지만 그마저도 많아서 카페를 겸한 매장을 오픈할까 잠깐 생각하기도 했지만 일을 더 키우고 싶지 않아 그러지 않기로 했다. 대신 보증금 300 월세 30만 원 하는 오피스텔을 얻어 물건을 옮겨두고 작업실처럼 사용했다. 사업자의 주소지를 바꾸고 가끔씩 들어오는 일을 처리했다. 공간은 좁아졌지만 매달 나가는 고정비는 더 높아진 셈인데 그렇다 보니 고정비를 포함해 그동안 쌓은 빚을 해결하려 다시 직장을 다녀야 했다. 나는 여전히 사업자를 유지하고 있다. 또 직장을 다니고 있다. 작업실은 정리했지만 빚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빠르면 3~4년 정도 더 애쓰면서 살면 모두 갚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정말로 내 그림의 가치가 높아지면 좀 더 빨리 갚을 수 있지 않을까? 부질없을지도 모를 희망 회로를 다시 한번 풀가동해 보며 영상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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