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빠증후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금쪽이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소규모의 조직으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 한 명 한 명의 역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금쪽이들의 존재가 회사의 존망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금쪽이가 성장하거나 조직을 이탈함으로써 조직이 더 건강해지기도 하고, 목소리 큰 금쪽이가 비슷한 금쪽이들을 양산함으로써 상황이 더 악화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은 언제나 인재에 목말라 있습니다. 이렇다 할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일단 뭔가 문제가 보이거나 기존 인력이 격무에 시달리기 시작하면 채용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해결 방법을 논의하려고 할 때 흔한 해결 방식으로 ‘다음 달에 ㅇㅇ 기업에서 ㅇㅇ 업무를 많이 해보신 경력자가 입사하실 거다, ㅇㅇ 경쟁사에서 n 년 일한 경력자와 커피챗을 했다’와 같은 말을 듣습니다. 이력을 들어보면 어쩜 우리 조직에 딱 맞는 인재 같아 보이는지, 그 사람만 데려 올 수 있다면 그 지긋지긋한 문제가 거짓말처럼 사라질 것만 같습니다. 인사 평가 체계 만들기, 파트너십 확장하기, 세일즈 구조 개선하기, 리팩토링 하기, 디자인 개선하기 등등 업계 경력자만 잘 채용하면 다 해결될 문제입니다. 다음 투자 라운드만 잘 성사되면 인재 채용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여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푼 기대를 안고 경력자를 채용합니다. 1~2년이 지나도 문제는 특별히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제 둘 중 하나입니다. 경력자가 대표의 신뢰를 잃거나 경력자가 회사에 시들해집니다. 경력자는 애초에 처음부터 동고동락하며 함께한 멤버가 아니었기 때문일까요? 조직에 그렇게 애정이 있지도 않기 때문에 떠나기도 쉽습니다. 해당 자리는 공석이 됩니다. 똑같은 자리에 또 새로운 경력자를 채용합니다. 또 새로운 기대를 겁니다. 그리고 그 경력자는 사라집니다. 또 새로운 경력자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러는 사이 문제는 당연히 해결되지 않습니다. 단단하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직원 퇴사율이 높은 소기업이 되었을 뿐입니다. 재미있게도 여러 조직에서 동일한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스타트업은 개인의 역량에 많은 것이 달려있고, 특정 분야에서 성과가 특출 난 경력자를 채용하는 것은 당연히 조직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무리 이력이 출중하고 매력적인 경력자를 데려오더라도, 그는 한 명의 직원으로서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의 조언과 제안을 할 수 있겠으나, 최종적인 결정은 그가 내릴 수 없습니다. 조직의 각종 고민들과 문제들은 결국 그 스타트업이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풀고자 하는 핵심 문제를 푸는 방식과 맞닿아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 해결 방식은 대표의 철학에서 나옵니다. 같은 문제도 해결하는 방식은 다 다를 수 있습니다. 물속에 서식하면서 아가미를 호흡하는 물고기가 있는가 하면 폐로 숨 쉬는 포유류가 있듯 말이죠. 대기업에서, 경쟁사에서 비슷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가 우리 조직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멸치가 고래처럼 호흡할 수 있을까요?
경력자를 뽑고 조직에 넣어두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 믿는 건 너무 안일한 태도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스타트업의 금쪽이들이 그런 믿음으로 오늘도 새로운 사람을 찾습니다. 그 사람이라면 될 것 같다는 환상 속에서 허우적댑니다. 사랑에 빠진 어리석은 젊은이와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만이 나를 완성시켜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가진 그 모든 것들이 어쩜 나와 딱 맞는지 이 사람을 만난 것은 하늘이 주신 축복 같습니다. 하지만 눈이 먼 사랑은 반드시 식고 애초부터 숨긴 적이 없었던 본연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면 환상은 실망으로 빠르게 바뀝니다. 환상의 파괴는 쌍방입니다.
채용은 곧 비용이고 BEP를 넘지 못한 조직일수록 채용에 신중해야 하거늘. 채용을 하면 문제가 해결되고 BEP도 넘을 수 있을 거란 장밋빛 착각으로 경력직 채용을 남발하는 것은 금사빠 금쪽이들의 특기입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조직이 함께 풀어야 할 궁극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뭐 철학이고 나발이고 그냥 돈이나 벌고 싶어요라고 생각하면서 엣지 있는 스타트업인 척하는 건 좀 앞뒤가 안 맞습니다. 그리고 그걸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건 구성원들입니다. 스타트업은 혼자서 꿀 수 없는 꿈을 여럿이 함께 꿀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꿈의 밑그림도 그려주지 못하면서 대표가 경력자에게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달라고 하는 곳이 많습니다. 사실 그도 그 꿈이 뭔지 모르는 것입니다. 그 꿈이 그저 돈 많이 벌기라면 더더욱 불가능합니다. 무엇을 이루고 싶은 것인지, 왜 그것을 이루고 싶은지,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해야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명료한 답안이 반드시 있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조직 전반에 내재화되어 있을 때만 이를 기반으로 작은 성공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은 나중에 따르는 것일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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