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시카고

블루스퀘어 공연을 두 번 보다

by 이용만

뮤지컬 시카고는 영화로도 보지 못한 터였다.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리는 브로드웨이 내한 공연 첫날이다. 시간이 지났는데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다. 자막 송출 기계가 고장이라는 방송과 곧 자막 없이 시작한다고 했다. 환불이나 재관람도 가능했다. 이왕 보러 왔으니 일단 자막 없이 보기로 하면서 어느 순간 졸기도 했다. 미국 현지에서 공연을 본 셈 쳤다고 농담 겸 위로를 서로 주고받았다. 14명의 재즈 밴드도 무대 안에 자리 잡은 것이 특이했다. 뮤지컬은 '올댓재즈 All that jazz'밴드연주와 끈적한 춤으로 시작했다.

며칠 후 재관람을 하면서 이번에는 자막을 자세히 보았다. 변심한 내연남 프레디를 살해하는 주인공 록시 하트가 3발의 총성과 함께 등장한다. '어리바리 착한 내 남편 xx'같은 록시가 부르는 번역 가사들이 거칠었다. '죽어도 싸지, 우유 배달부랑 붙어먹더니'하는'교도소 탱고'의 가사도 상스러웠다. 남편과 쌍둥이 동생의 불륜을 목격한 브로드빌의 스타 벨마 캘리의 살인을 다룬 가사내용도 '제 무덤 지가 판다'라는 식으로 1920년 시카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스토리가 탄탄했다. 말다툼 중 동시에 붙잡은 총으로 살인도 '정당방위'로 바뀌는데, '재즈와 술. 그럴 만도 했네..."라는 가사로 록시의 무죄를 이끌어낸다. 관객으로서도 공감이 가는 게 신기했다. 록시에게 다가온 스타덤 기회도 살인과 스캔들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아이러니하다.

'세상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언론의 속성이라던가 자아를 찾는 속에서 거짓과 부패, 배신과 술수 등을 음악과 춤으로 표현한 게 놀라웠다. 스토리와 안무가 매치되는 재즈 댄싱까지 명불허전 뮤지컬 시카고의 100년 명성에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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