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월 2일은 수호천사 3인(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의 기념일이다. 새벽미사에서 신부님은 천사들을 말씀하신다. 하느님 곁에서 보좌하며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수호천사를 봉사자로 보내주셨다. 어디를 가든 천사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참회를 전구 하는 기도문에도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모든 천사와 성인과... 하느님께 빌어주소서'하며 천사가 성인들에 앞서 나온다.
13세 성탄절 때 수녀님으로부터 미카엘이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그냥 천사가 아니어서일까? 미카엘 대천사가 마음에 들었다. 가톨릭에서 일컫는 3대 천사가운데 미카엘은 불과 남쪽을 상징하며 사탄을 물리친다. 악마들이 인간의 죄를 고발하면 미카엘 대천사가 변호하며 구원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미카엘이라는 어원도 '하느님을 닮은 자'이다. 가끔 내 안의 사탄들이 고개를 쳐들고 올라올 때마다 정의를 호령하는 미카엘 대천사가 지켜주신 게 아닌가 싶다.
대(大) 천사에 매료되다니. 은연중에 나를 내세우려 하는 성향이 있나 보다. 남 보기에도 삶은 감자에 젓가락이 푹 들어가듯 편안하다거나 순진한 놈으로 여긴다는 것을 안다. 도가 지나쳤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채, 오해할만한 화를 내고는 상종도 않으려 하니 어리석었다. 화를 내는 타이밍도 내 편이 아닐 만큼 반 박자씩 늦은 내가 싫었다. 춤을 출 때도 음악을 늦게 듣는 내게 맞춰 추어주는 파트너는 고수임을 알아채곤 할 정도였으니까.
세례명을 주신 수녀님은 대천사 이름의 무게를 잘 알고 계셨을 것이다. 중학교 1학년 소년에게 미카엘 세례명을 통해 약점이 채워지기를 기원하셨다고 믿는다. 이름에는 특별한 힘과 의미를 담고 있어서 닮아가는 게 아닐까. 언어는 존재의 집이며, 언어를 통해 이미 이해된 방식으로 실존한다는 데 공감한다.
며칠 전 무궁화역사관에서 본무궁화 꽃 이름 설명이 떠올랐다. 무궁화는 꽃의 중심에 무늬 없는 순백의 배달계와 붉은 무늬가 선명한 단심(丹心)계로 구분한다. 백, 홍, 청 단심계로 세분되는데 이름을 알고 보아서인지 더욱 아름다웠다. 무궁화(無窮花) 이름도 잘 지었다. 무궁무진 피기 시작하면 100여 일간 피고 지며, 시든 꽃마저 아름답다. 꽃잎은 최장 15시간 피었다가 돌돌 말리고 시드는 데땅에 떨어져도 아름답다.아파트에 핀 화려한 목련꽃도땅바닥에서 무참해 보여 슬프지 않았던가. 윤동한 관장은 '시든 무궁화 꽃잎은 어머니가 푸른빛이 감도는 치마를 여민듯하다'라고 했다. 어머니 생각이 났다. 다시 바라보니 어머니의 휘감은 치마폭처럼 예뻤다.
무궁화는 '무궁화~ 삼천리~'노래가 두려웠던일제하에서 억압받은 꽃이었다. 합창이 시작되면 간담이 서늘해졌는지 진딧물이 꼬인다던가하는 과도한 음해도 퍼뜨렸다. 장미에 비하면 아주 적은 약제로도 진딧물걱정할 일이 아니라 한다. 아직 국화(國花)로 지정되지는 않았어도 무궁화는 국가의 문장처럼 낯익다. 순백의 배달계 무궁화는 배달무궁화로, 백단심 홍단심 청단심무궁화로 불러줄수록 무궁화는 더욱 희고 붉고 푸르게 제 빛을 일으켜 세울 것 같다. 미카엘 기념미사를 마치고 부모님을 뵈러 용인묘역을 향하는 길이 즐겁다.
미사를 끝내고 불렀던 마침 성가는 '주를 찬미하여라'였다.천사뿐만 아니라, 해와 달과 모든 별이 주(主)를 찬미하는 내용이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 주제음에 시편 148장 내용을 담았다. 베토벤이 하느님을 찬양하는지 시편 말씀이 교향곡을 축복하는지, 들으면 환희의 감동으로 행복해진다. 지난봄 영면하신 서유석 신부님과 동생의 영전에는 '주를 찬미하여라'를 들려드렸다. 다음에는 무궁화 모종을 묘역 한적한 곳에 심어야겠다. 어머니의 휘감은 치맛자락 같은 꽃을 그리며 나는 누군가의 수호천사인가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