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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만 Nov 26. 2023

갤러리에서 왈츠

 W필하모니에 이어 이번에는 돈화문갤러리에서 왈츠를 선보였다. 갤러리 관장님이 음악과 미술을 접목하더니 댄스를 포함해 복합예술의 지평을 넓히는 중이다. 무대공간이 비슷하여 첫 번째 시연 때 연습한 루틴에 음악만 바꾸었다. 갤러리분위기에 맞게 왈츠의 입장 퍼포먼스를 경쾌하게 시작했다. 미술작품들을 배경으로 춤을 추니 화려한 조명보다 따뜻한 정감이 넘쳐났다. 

 이나진 화가는 일본 대지진때 충격에서 유학시절의 추억인 엘리자베스여왕의 왕관을 쓴 토끼를 떠올렸다. 물감을 짜내 붓으로 그리는 기법으로 '아이의 어른됨'을 표현하였다고 했다. 화가의 남편이 공감해 주며 작품소개에 열을 올리는 데 감동이었다. 작가의 숨은 내면을 그림이 말하는 것 같다. 미술품설명 사이사이 댄스와 기타 연주가 어우러진 오버크로스 갤러리는 영감을 주고받는 즐거운 분위기였다. 창의와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예술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화가인 엄마를 응원하러 온 초등학생 소녀의 반짝이는 눈에서 기쁨과 호기심을 볼 수 있었다. 함께 K-pop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진다. 댄스 플로어가 아닌 갤러리 공간이어서 신기했고, 덕담을 들려줄 만큼 여유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즐거운 재능기부인 셈이다. 몇 번의 레슨과 준비로 30여 명 관객에게 작은 울림을 준 것 같아 기뻤다. 무엇보다 보람을 느끼고 봉사에 자신감을 얻어 다행이었다. 

 사실 이번 일은 아내의 동의 없이 덜컥 응했던 일이다. 돈화문갤러리는 나만 알던 곳이니 아내의 볼맨소리는 당연했다. 춤을 추기 전에 무대공간도 확인해야 했으나 시간을 내지 못했다. 무도회준비에는 드레스에 댄스슈즈 머리손질과 옷을 갈아입을 장소와 주차 등 신경 쓸 일이 많다. 댄스시연 중에 실수를 할까 봐 노심초사하니 재능기부던 봉사던 간에 귀찮아지게 마련이다. 아내말대로 다시는 이런 행사에 응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놀랍게도 차분하게 공연을 마쳤고 참석한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으쓱한 기분도 들었다. 천만다행이었다. 환호의 박수를 받는다는 기쁨이 이해할만했다. 아직 서툴지만 거듭하면 여유 있는 표정을 연출해 낼 것 같다. 기쁜 날이 따로 없다. 그간 마음고생했던 아내와 멋진 레스토랑에서 쉼을 갖는 일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홀가분한 저녁시간이다. 며칠 전 핸드백 회사인 '시몬느' 박 회장의 따님이 운영한다던 레스토랑이 떠올랐다. 회사가 곧 갤러리인 듯 디자인에 열정인 박회장네 핸드백도 보고싶었다. 보타이에 드레스차림으로 파스타를 맛보는 기분도 특별했다. 오랜만에 여유있게 나이 들어가는 것이 옳은 듯도 했다. 김형석교수의 '100년을 살아보니'처럼 '남을 위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임을 어렴풋이 안 것 같아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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