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라틴 원피스의뇌쇄적인 선수와 함께 '뉴욕(New York)'동작을 하는 로봇에 깜짝 놀랐다. 차차차와 룸바의 '뉴욕(New York)'은자유의 여신상처럼 양손을 번갈아 위로 뻗는 동작이다. 드디어 댄스 로봇도 만들어졌구나 싶었다. 레슨교습을 받는 일은 물론 파트너 기분까지 살펴야 하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라틴댄스보다는 우선 왈츠를 추어주는 로봇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왈츠정도는 배워두면 좋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꾸준하게 연습해야 몸에 체화되고 배워야 할 동작이 많아지면서 쉽지 않음을 절감하기도 한다. 오히려 댄스로봇으로 반복적인 연습을 한다면 비용과 기량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영상의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댓글 내용도 읽어보고 다시 놀랐다. 댓글은 로봇과여성의 손을 잘 보아야 한다고 했다. 영상이 합성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성선수와 파트너와 함께 추었던 오리지널 영상도 올라와 있어 사실 관계가 분명했다. 다시 영상을 자세히 보고 가짜임에 허탈했다. 모션캡처 기술이라고 할까? 깜쪽같이 AI로봇과 차차차를 추는 동영상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런 일이 처음인 것도 아닌 듯했다.
사실 파트너와 댄스연습 중에도 자세와 텐션의 강약까지 서로 마음에 들기는 어렵다. 무대에서 공연을 멋지게 하기까지는 파트너 탓도 하고 반성도 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속마음으로 AI 댄서와 춤을 추면만족스러운 춤이 될 것 같았다. 로봇에 입력된 바른 동작으로 '긴가민가'할 필요도 없으며 최소한 파트너 간의 티격태격은 줄어들 것 같다.
프로출신 강사와 함께 하는 프로암(Pro-Am) 공연이 파티에서 유행이다. 심지어 부부가 강사부부와 프로암을 하면서 다시 본래의 파트너와 공연을 마무리 짓는 프로젝트 수준의 댄스는 기량을 높이기에도 효과적일 듯했다. 꿈꾸던 미래가 이번 영상으로 성큼 다가온 것으로 착각했다. 상대의 기분이나 욕망까지 읽어내는 환상의 인공지능 로봇 파트너를 꿈꾸는 일이 나만의 일일까?
뉴욕 리버티섬의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1886년 프랑스의 조각가 오귀스트 바르톨디가 제작했다. 높이 93.5m 204톤의 여신상은 구리의 특성상 점차 푸른색이 되었고 금으로 도금한 횃불만 반짝인다. 왕관의 뿔은 7개의 대륙을 상징하며 시대는 자유를 외치고 있었다.
댄스에서 '뉴욕'이라는 동작의 이름은 자유의 여신상으로 대표되는 도시 뉴욕과 동의어로 쓸만한 가치가 있지 않았을까? 1904년 설립된 영국황실무도교사협회는 1924년 모던 5 종목을, 1974년에는 라틴아메리카 5 종목을 정리하여 발표하였다. 특히 빠른 템포의 턴과 매력적인 동작인 '뉴욕'은 자유와 자신감을 느낄 만큼 강렬하다.
오래전에 가상현실에 대한 가십에서 남녀 간의 섹스가 불결하다고, 마치 원시문명처럼 말하는 미래의 여성의 말이 떠올랐다. 공상소설 같은 미래학에서 임신과 출산 같은 물리적 고통을 수반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중추신경계의 조작으로 섹스마저도 불필요한 과정으로 여기는 듯했다. 어쨌거나 모션캡처로 만들어진 영상을 보더라도 AI로봇 댄서의 출현이 가능해 보인다. 로봇파트너와 춤을 추는 시대에 파트너십은 어떤 의미일까? 무도회에서 파트너가 되어주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날지도 모른다. 구별해야 할 필요도 없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마당에 영국황실무도협회는 로봇과의 댄스에 대해서도, 동반참석하는 무도회에 대해서도 새로운 매너와 유의사항들을 규정하느라 바빠질지 모른다. 그리고 AI로봇마저 자유의 상징인 '뉴욕'처럼 인공지능 댄서(AI Dancer)의 윤리규정을 제정하지 않을까 막연한 상상의 세계 속으로 날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