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tz 무빙(Moving)으로부터
아웃사이드 스핀
왈츠의 중급레슨에서 아웃사이드 스핀을 배운다. 전에 배운 적이 있지만 무도회 때는 정작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공간을 많이 사용하게 되므로 시범공연 때나 사용한다. '더블 리버스 스핀'과 '드래그 헤지테이션'으로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다가 여성의 아웃사이드로 '스핀 턴'을 하듯이 회전하는 동작이다.
카운트 1 2 3n으로 회전의 끝에서 살짝 피봇까지를 마치는 게 묘미이다. 개별 동작으로 연습해 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파트너와 함께 추어보면 어려움을 안다. 남녀가 혼연일체 된 중심축이 타이밍 맞게 무빙이 완벽해야 자연스러운 춤이다. 다음 동작인 내추럴 턴까지 한 세트로 쓰인다.
'내추럴 스핀 턴'에서 인사이드로 여성을 받아 서로의 원심력으로 회전을 하는 것과 원리는 같다. 파트너의 무빙(Moving)을 자연스럽게 느끼면 남성은 여성의 발 아웃사이드로 진행하게 된다. 무빙이 계속되는 힘으로 피봇이 일어나고 코너방향으로 '내추럴 턴'까지 멋진 루틴(Routin)이다. 춤의 진행방향으로 팽이가 돌아가면서 무빙 하는 느낌이다. 두 번의 회전, 머뭇거림, 회전 후 빠른 피봇, 내추럴 턴까지 리드미컬한 동작이 화려하고 우아하다.
아웃 사이드 스핀을 배우고서 궁금증도 사라졌다. 기량이 좋은 여성이 간혹 베이식인 내추럴 턴에서도 초보자처럼 아웃으로 받는 경우가 있어 의아한 적이 많았다. 나의 리드가 부정확한 탓일 수도 있다. 중고급피겨를 배운 여성파트너가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를 아무 때나 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많이 배운 게 걸림돌이 된 셈이다. 아예 모르면 겸손하기라도 하는 데 어설피 알면 모른 것보다 나쁜 경우가 그렇다. 춤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다. 조금 안다고 원리나 충고를 가볍게 여김으로써 정작 중요한 곳에서 실수를 겪는다.
라틴종목의 회전에서 여성의 360도 회전인 '스파이럴'도 그렇다. 남성이 보기에도 스파이럴은 중심을 잡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 베이식훈련에서 숙달이 되어야 시선처리와 타이밍까지 자신감 있게 표현할 수 있다. 스파이럴에 대한 레슨이 절실함을 알았을 때 스파이럴을 2개의 단계로 구분한 연습법을 알려주었다. 피겨 수준에 비하면 베이식이 부족했다. 중심을 잡는 일이 발에서 나오기보다 시선처리에서 나온다는 것도 신기했다.
일상에서도 유사한 교훈을 얻게 된다. 잠깐 맛만 보고 돌아서서는 얻는 게 별로 없다. 챗GPT만 해도 버전 3.0 초창기 때 서둘러 테스트해 보았다. 오류도 많았고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사용을 멈추었다. 우습게 여기니 3.5, 4.0으로 진화되는 속도마저 관심에서 멀어졌다. 명령어라고 하는 프롬프트를 묻는 방식도 알려져 4.0의 효용이 커졌다. 책을 출간하기 위해 월 3만 정도의 유료 챗GPT 4.0을 가입했다. 딱 한 달 간만 써보자고 시작했지만 계속 사용한다. 5.0도 나올 태세이다.
모든 분야에 확산되면서 분위기가 반전했다. 앞으로는 챗GPT를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양분될 거라고도 한다. 인기가 치솟는 때는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법이다. 그래픽처리 시스템인 GPS칩 공급이 달려 제조회사의 주가는 수백 배로 뛰었다. 오픈 AI 챗GPT 회장은 삼성전자등을 찾아 해결책을 찾는 등 시대는 급변하고 있다.
댄스를 비롯하여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 분야도 변해 갈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루할수록 개선욕구가 커진다. 춤을 배울 당시 강사로부터 체중의 이동과 무빙에너지의 흐름으로 전후좌우 이동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다. 피겨를 빨리 배우려는 조급함을 누르고 중심축의 원심력과 구심력이 잘 조화된 무빙을 애써 가르친 강사에게 지금도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싶다.
춤을 통해서 골프의 기본이기도 한 테이크백과 휘니쉬에도 깨달음을 얻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춤으로 골프가 좋아진다는 말도 새겨들을만하다. 전후 피겨와 한 세트로 어우러진 왈츠의 아웃사이드 스핀으로부터 삶의 도(道)를 터득한 듯 기뻤다. 무엇보다 아직 왈츠가 챗 4.0으로 해결되지 않을 영역인 것도 다행이다.
Double Reverse Spin
Drag Hesitation
Natural Spin Turn
Spir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