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댄스 댄스》무라카미 하루키(1949년~).
책의 제목에서 댄스를 소재로 한 소설일 것 같아 읽은 책이다. 특히 내가 천착하는 취미인 볼룸댄스와 연관 지어 일부나마 왈츠 탱고 또는 라틴댄스가 등장하는 스토리의 전개를 기대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대작가는 어떻게 댄스를 다루는가 하는 궁금증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댄스를 우선 피지컬한 움직임으로 파악하였다.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댄스보다는 청춘 때 즐겨 듣던 록 음악 같은 유행가의 리듬에 어울릴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접근하였다. 제11장 “춤을 추는 거야. 음악이 계속되는 한”에서 그가 밝혔듯이 춤에 무슨 의미 같은 거는 생각할 것 없다고 주장한다. 음악에 스텝을 밟을 뿐 내재된 본성으로서의 춤을 형이상학적 위치에서 현실과 비현실의 매개체로 인식하며 생명의 에너지원처럼 보았다. 월남파병 시절 '68 혁명'으로 불리기도 하는 1960년대 반전운동과 히피 로큰롤의 세계적 변혁기 속에서, 일본의 '전공투' 학생운동에 심취한 젊은 무라카미의 성장소설로 읽혔다. 《댄스 댄스 댄스》
상,하권의 절반인 1권만 읽었는데 메이의 죽음, 키키의 해방불명, 모호한 양사나이의 출현등으로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1권에서 아직은 작가로부터 내가 상상하던 볼룸 댄스와의 연관성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춤이라는 행위가 내포한 정신적인 면들을 우회적이고 심리적인 거대한 특성을 소설 제목에 담았으리라 믿는다. 2권 말미에 있는 번역자의 요약까지 읽어봐야 제대로 정리될 것 같다. 도서관에서 곧바로 빌려온 하권을 기대해도 좋다.
무라카미 하루키(1949년~)가 1988년 내놓은 장편 《댄스 댄스 댄스 1,2》는 그 자체로 완전한 독립적인 작품이면서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3년 핀볼》 로부터 《양을 쫓는 모험》으로 이어지는 ‘쥐 3부작’–나와 친구인 쥐가 등장하는–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자, 《양을 쫓는 모험》의 속편 같은 작품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직전 1987년 발표한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는 500만 부 이상 판매 기록을 세우면서 ‘하루키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댄스 댄스 댄스 1》 차례
제1부 운명의 미로
1. 마멸의 시간 2. 고양이 정어리의 죽음 3. 마음 밑바닥으로부터의 요구
4. 돌핀 호텔로의 귀환 5. 슈퍼 A급 돌핀 호텔 6. 세련된 시간 소비법 7. 프런트 아가씨의 16층 이야기
8. 16층으로 가는 한 밤의 엘리베이터 9. 암흑의 이공간(異空間) 10. 양사나이의 출현
11. “춤을 추는 거야. 음악이 계속되는 한” 12. 죽도록 졸린 오후 세시의 발기 13. 회답 없는 날들
14. 스크린 속의 키키 15. 도쿄로 16. 연결의 열쇠를 가진 소녀
17. 초조해하는 전화 18. 옛 동급생과의 해후 19. 관능적 제설 작업 22. ‘이쪽 세계’의 스텝 밟기
21. 매춘부 살인 사건 22. 경찰 취조 23. 나와 소녀와 ‘유령 조직’ 24. 우주의 로빈슨 가족
나는 그때 아직 20대였다. 나는 어떤 여자와 둘이서 이루카 호텔에 투숙했다. 삿포로 거리의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한쪽에 있다. 애처로운 호텔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그녀가 어느 고급 콜걸 클럽에 속해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몇 달을 함께 살았지만 이름도 모른다. "우리는 꼭 이곳에 머물러야만 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그런 뒤에 그녀는 사라져 버렸다. 그녀가 가버렸다고 내게 알려 준 건 양사나이였다. 그녀가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는 것을 나도 지금은 안다. 그녀의 목적은 나를 거기로 인도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성지를 위해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기획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그런 기사를 써야 한다. 쓰레기를 치우거나 눈을 치우는 작업과 다름없는 일이다. 좋든 싫든 상관없이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이다.
이혼을 했고 친구가 죽었다. 이해하기 힘든 죽음이었다. 여자가 아무 말 없이 사라져 갔다. 그리고 반년 동안 꼼짝 않고 방 안에 계속 틀어박혀 있었다. 5월 말에 아무런 조짐도 없이 '정어리'라는 이름의 고양이도 죽었다. 한번 죽어 버리면, 그 이상 잃어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죽음의 뛰어난 점이다.
4년여 만에 이루카 호텔을 다시 찾았다. 그것은 26층짜리 거대한 빌딩으로 바뀌어 있었다. 모든 것은 그저 때 늦은 꿈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헐려 소멸해 버린 이루카 호텔의 꿈을 꾸고, 출구로 나가 사라져 버린 키키의 꿈을 꾸고 있었을 뿐이다. 분명 거기에서 누군가가 나 때문에 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젠 그것도 끝장나고 말았다.
안경을 낀 프런트 아가씨로부터 16층 종업원용 엘리베이터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과거 동업자로부터 이루카 호텔( 돌핀 호텔) 토지 매입과 재개발 계획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가장 거액의 자본을 투자하는 자가 가장 효율적인 정보를 입수하며, 가장 효율적인 이익을 얻게 된다. 그것이 고도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이다. 누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자본이 갖는 다이너미즘을 숭상한다. 그 신화성을 숭상한다. 도쿄의 땅값을 숭상하며, 번쩍거리는 포르셰가 상징하는 것을 숭상한다.
1969년까지만 해도 해도 세계는 단순했다. 예전에 돌핀 호텔은 토지 매입의 마지막까지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곤란한 일을 당했다. 대세라는 걸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마지막 협상 조건으로 '돌핀 호텔'이라는 이름을 승계하는 것으로 모든 게 묻혔다.
프런트의 젊은 여성으로부터 들은 16층 이야기를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26층 바에서 술을 마시고 15층 나의 방으로 돌아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고 내렸을 때 캄캄한 어둠 속에 내던져져 있었다. 복도는 오른쪽으로 꺾여 있었고 오른쪽 끝에는 몇 겹의 베일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것 같은 흐릿한 작은 불빛이 보였다. 그녀가 말한 그대로다. 그래서 나는 노크해 보았다. 주저 없이 작정을 하고, 작게 똑똑, 들리지 않으면 좋을 텐데 할 만큼 작은 소리로. 하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거대했다. 그 소리는 마치 죽음 그 자체처럼 무겁고 차가웠다. 슬리퍼를 끄는듯한 스르륵스르륵 하는 소리. 무엇인가 다가온다. 인간의 발소리가 아니다고 그녀는 말했었다. 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말소리가 멈추었다. 그것은 내 바로 옆에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어"라고 그것은 말했다. "줄곧 기다리고 있었소. 안으로 들어오게." 나는 눈을 뜨지 않아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양사나이였다. "자네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자네는 어떤 사람이지?" 난 양사나이야라고 말하며, 그는 목쉰 소리로 웃었다. "보다시피 양의 모피를 뒤집어쓰고,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살고 있어. 쫓겨서 숲 속으로 들어가서. 훨씬 옛날 일이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옛날 얘기야. 그 이전에 내가 무엇이었는지도 이젠 생각나지 않아. 아무튼 그 후로 사람 눈에 띄지 않게 되었어. 여기서의 내 역할은 연결하는 일이야. 그래, 배전반처럼 말이지, 여러 가지 것을 연결한단 말이야. 여기는 매듭짓는 데란 말이야. 자네가 찾고 손에 넣은 걸 바로 내가 연결한단 말이야. 알겠어? 전에는 지금까지 많은 것을 이뤄왔지.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을 이루어서. 그것이 누구 탓이냐 하는 건 문제가 아니야. 문제는 자네가 거기에 덧붙여 놓은 것에 있지. 자네는 무엇인가를 잃을 적마다, 그것에다가 다른 무엇인가를 덧붙여 놓고 와 버린 거야. 마치 무슨 표시처럼 말이야. 자네는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자네는 자신을 위해 따로 간직했어야 할 것까지도 거기에 두고 와 버린 거지. 그래서 자네 자신도 조금씩 조금씩 마멸돼 왔던 거야. 왜 그랬을까?" "모르겠는 걸." "하지만 아마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겠지. 무슨 숙명 같은 거겠지 뭐라고 할까?" "흐름"이라고 나는 말해 보았다. 그래 그거야. 흐름 알겠어라고 나는 말했다.
그래서 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춤을 추는 거야"라고 양사나이는 말했다. 음악이 울리는 동안은 어쨌든 계속 춤을 추는 거야. 내가 하는 말 알아듣겠어? 춤을 추는 거야. 왜 춤추느냐 하는 건 생각해서는 안 돼. 의미 같은 건 생각해선 안 돼. 의미 같은 건 해당초 없는 거야. 그런 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발이 멎어 버려. 한번 발이 멎으면 나로 선 어떻게도 도와주지 못하게 되고 말아. 그러면 자네의 연결 고리는 모두가 없어지고 말아. 영혼이 없어지고 마는 거야. 그렇게 되면 자네는 '이쪽 세계'에서 밖엔 살아가지 못하게 되고 말아. 자꾸자꾸 '이쪽 세계'로 끌려들고 마는 거야. 그러니까 발을 멈추면 안 돼. 아무리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런데 신경 쓰면 안 돼. 제대로 스텝을 밟아 계속 춤을 추어 대란 말이야. 그리고 굳어버린 것을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풀어 나가는 거야. 아직 늦지 않은 것도 있을 테니까. 쓸 수 있는 것은 전부 쓰는 거지. 최선을 다하는 거야.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 당신은 분명히 지쳐 있어. 지쳐서 겁을 먹고 있어.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있어. 무엇이고 모두 잘못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발이 멎어 버리거든." 나는 눈을 들어, 다시 벽 위의 그림자를 한참 동안 응시했다. "하지만 춤을 추는 수밖에 없는 거야"라고 양 사나이는 계속 말했다. "그것도 남보다 멋지게 주는 거야. 다들 감탄할 만큼 능숙하게. 그렇게 하면 나도 자네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 춤을 추는 거야. 음악이 계속되는 한." 춤을 추는 거야. 음악이 계속되는 한. 사고(思考)가 메아리친다.
이봐, 자네가 말하는 '이쪽 세계'라는 건 대체 무엇이지? 자네는 내가 굳어지면, 저쪽 세계에서 이쪽 세계로 끌려 들어간다고 했지. 하지만 여기는 나를 위한 세계가 아닌가? 이 세계는 나를 위해 존재하고 있지 않나?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내가 네 세계로 들어가는데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여기는 현실로 존재한다고 자네가 말하지 않았나?" 양사나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림자가 다시 커다랗게 흔들렸다. "여기에 있는 것은, 저쪽과는 또 다른 현실인 거야. 자네는 아직 여기서는 살아갈 수가 없어. 여기는 너무나 어둡고, 너무나 넓어. 내가 자네에게 그것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워. 게다가 아까도 말했지만, 나로서도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하거든. 여기는 물론 현실이지. 이렇게 현실에서 자녀와 내가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 그건 틀림이 없어. 하지만 말이지. 현실이 단 하나밖에 없다고 할 순 없는 거야. 현실은 여러 개가 있지. 현실의 가능성은 몇 개나 있어. 나는 이 현실을 택했어. 여기엔 전쟁이 없기 때문이야. 그리고 나에겐 버려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자네는 달라. 자네에겐 생명의 따스함이 아직 뚜렷이 남아 있거든. 그래서 이 장소는 지금의 자네에게 너무나 추워. 먹을 것만 해도 여기에는 없어. 자네는 아직 여기로 와서는 안 되는 거야." 양사나이의 그 말을 듣고, 나는 방의 온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가벼이 몸을 떨었다. "추운가?"라고 양사나이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간이 지나면 더욱 추워지지. 이젠 슬슬 가는 게 좋겠어. 여기는 자네에게 너무 추우니까." 여기는 죽음의 세계란 말인가?라고 나는 작정하고 물어보았다. 아니야라고 양 사나이는 말했다. 우리 두 사람 다 비슷한 정도로 분명히 살아 있어. 이건 현실이란 말이야. 나로선 이해가 안 가는데. 춤을 추는 거야라고 그는 말했다. 그것밖에 방법은 없어. 이젠 떠나는 게 좋겠군이라고 양 사나이는 말했다. 여기에 있으면, 몸이 얼어붙고 말겠어. 또 얼마 안 가서 만나게 될 거야. 자네가 찾기만 한다면. 나는 언제나 여기에 있어. 나는 여기서 자녀를 기다리고 있어. 그는 다리를 질질 끌면서 복도 모퉁이까지 나를 배웅해 주었다. 나는 그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저 안녕이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어둠 속에서 헤어졌다. 15층에 다다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천장에 붙어 있는 스피커에서 흐르는 헨리 맨시니의 <문 리버>가 나를 맞아 주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목시계에 눈길이 갔다. 귀환 시각은 오전 3시 20분이었다. 그래서 키키는 어떻게 되었는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꿈속에서 그녀의 존재를 느낀 것이다. 그녀가 나를 여기로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의 말이 마치 저주와 같이 내 머리에 달라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그대로였다. 이대로라면 나는 나와 관련되는 누군가를 영원히 상처 입히게 되고, 계속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아마도. "달로 돌아가요"라고 말하고 내 여자 친구는 사라져 갔다. 그녀는 현실이라는 저 위대한 세계로 돌아간 것이다. "키키"하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메시지는 도중에 연기처럼 꺼져 버렸다. 양 사나이도 있지 않았고 텅 빈 방 안에 나 혼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 방 안에서 나는 나이를 먹고 늙어서 메말라 지쳐 있었다. 나는 이미 춤을 추고 있지도 않았다. 역 이름을 아무리 해도 읽어낼 수가 없다. 데이터 부족으로 해답 불가능, 취소 키를 눌러 주세요. 하지만 답은 다음 날 오후에 내려졌다. 여느 때처럼 아무런 예고도 없이, 돌연 회색 원숭이의 일격처럼.
국산 영화 두 편 동시 상영관으로 가서 본 한 편이 <짝사랑>이었다. 내 동급생 고탄다가 출연하고 있는 영화다. 맙소사! 한 군데 베드신이 있었다. 나는 숨을 삼켰다. 그것은 키키였다! 좌석 위에서 내 몸은 얼어붙었다. '연결돼 있다' 고 나는 느꼈다. 그녀는 고탄다와 어디선가 서로 알게 되고, 그와 함께 자고, 그리고 그 인생의 한 신scene에 입회하고, 그리고 사라져 간다. 그러한 배역인 셈이다. 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문득 나타났다가, 입회했다가, 사라져 간다.
프런트의 아가씨가 부탁을 해왔다. "실은 13살짜리 여자아이가 혼자서 도쿄로 돌아가야만 해요. 어머니가 용건이 생겨서 먼저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그래서 그 아이 혼자서 호텔에 남겨졌어요." 워크맨을 달고 다니는 유키가 내게 물었다. "삿포로의 그 호텔에서 양 모피를 걸친 사람을 보았겠지요? 난 알 수 있어요. 아저씨가 그걸 봤다는 걸. 줄곧 잠자코 있었지만 알 수 있어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어요."
나는 침대로 들어가 잠이 오지 않는 대로 머리맡에 전화를 10분 이상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어쩌면 또 유키에게서 전화가 걸려 올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화기는 내동댕이 쳐진 시한폭탄처럼 여겨진다. 나는 문득 헤어진 아내를 생각했다. 전화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나를 비난하고 있다. 우리는 잘해 나갔다. 하지만 그녀가 요구하는 것, 그녀가 머릿속에 그리는 것과 나의 존재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아내는 커뮤니케이션에 자립성 같은 것을 요구했었다. 완전성이 불완전성을 삼키고 치유해 버리는 그런 상황을. 그런 게 그녀 식의 사랑이었다.
나는 주소록을 뒤져 연예 관계의 대행 업무를 하는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탄다가 소속된 프로덕션의 전화번호를 얻어 냈다. 그가 저녁을 함께 하자고 했다. 나는 잽싸게 면도를 하고, 오렌지색 스트라이브 셔츠 위에다 캘빈클라인의 트위드 재킷을 걸치고, 선물로 받은 아르마니의 니트 타이를 맸다. 그리고 갓 세탁한 블루진을 걸치고 새하얀 야마하의 테니스 슈즈를 준비했다. 이것은 나의 모든 워드로브 중에서 제일 멋있는 차림새였다. 나는 이제까지의 인생에서 영화배우와 함께 식사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그는 평범한 브이넥 스웨터 위에다 검색 윈드 브레이커를 걸치고, 낡은 크림 빛 코듀로이 바지를 입고 있었다. 구두는 색 바랜 아식스의 조깅 슈즈였다. "나는 예전엔 인간이라는 건 1년 순서대로 나이를 먹어가는 거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인간은 한순간에 나이를 먹는다고. 어쨌든 나하고 자네 사이엔 세 가지 공통점이 생긴 셈이군. 첫째로 중학교 과학 실험반이 같았다는 것. 둘째로 어느 쪽이나 이혼했다는 것. 셋째로 어느 쪽이나 다 키키하고 잤다는 것."
고탄다가 들려주었다. "... 하지만 가령 내가 진짜 의사나 선생님을 하고 있다면, 스위치 같은 건 없지. 나는 언제나 나거든. 굉장히 지치지. 두통이 난다고. 진짜 자기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게 되지. 어느 것이 나 자신이고 어느 것이 등장인물인지 말이야. 자기를 잃어버릴 수가 있어. 자기와 자기 그림자의 경계선이 보이지 않게 돼 버리지." 고탄다가 불러온 콜걸이 내게 물었다. "어떤 글을 쓰고 있죠?" 내가 하는 일이란, 이를테면 문화적 제설 작업이야라고 나는 말했다. "내가 하고 있는 건 관능적 제설 작업"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웃었다. 다시 한번 둘이서 제설 작업을 하지 않을래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아주 조금씩이긴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단 말이다. 나는 목적을 가졌으며, 그럼으로써 지극히 자연스럽게 걸음걸이를 터득해 왔던 것이다. 춤춘단 말이다, 하고 나는 느꼈다. 이것저것 생각해도 소용없다. 어쨌든 제대로 스텝을 밟고, 자신의 체계를 유지할 것. 그리고 이 흐름이 나를 어디로 이끌어 가는지 주의 깊게 계속 주시할 것. 이쪽 세계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 3월 하순에 네 댓새가 그런 식으로 아무 일 없이 흘렀다.
유키와 저녁을 약속한 그날 오후 3시 아카사카 경찰서에서 두 명의 형사가 나를 찾아왔다. 어제 일을 내게 물어보고 있었다. 나는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이 내게 '염소 메이'의 벌거벗은 사채 사진을 들이밀었다. 나로선 고탄다를 스캔들에 밀어 넣고 싶지 않았다. 밤샘 취조를 마치고 나서 유키를 만났고, 뒷마당에서 골프 연습을 하고 있는 유키의 아버지 마키무라 선생댁에 갔다. 골프채가 하늘을 가르자, 슛 소리가 들렸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소리 중 하나다. 비참하고 서글프게 들린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골프라는 스포츠를 이유도 없이 싫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잔디밭 주위에 흐트러져 있는 하얀 골프공들은, 바구니에 가득 담긴 관절의 뼈들을 흩트려 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 애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애정이에요. 누가 무상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자신을 사랑해 준다는 확신이에요. 그런 것을 내가 유키에게 부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부모뿐이에요." 이봐"라고 마키무라가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자네는 그 여자를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라고 그는 말했다. 그 살해된 여자를 신문에서 보았어. 호텔에서 살해되었잖아. 신원불명이라고 쓰여 있더군. 자네는 경찰에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버티고 있었던 모양인데, 사실은 뭔가 알고 있지 않은가? 이번엔 잘 처리되었지만, 다음에도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네. 시스템도 좋지만, 버티면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아. 이미 그런 시대가 아니거든." 버티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라고 나는 말했다. 댄스 스텝 같은 거예요. 직관적인 겁니다. 몸이 기억하고 있어요. 음악이 들리면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여요. 주변이 바뀌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까다로운 스텝이어서, 주변 일을 생각하고 있을 수 없는 겁니다. 너무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헛디뎌 버리니까요. 단지 서투를 뿐이에요. 유행을 따라가지 못해요. "자네는 내게 무엇인가를 연상시켜. 피카소의 <네덜란드 풍의 꽃병과 수염을 기른 세 명의 기사>일까? 하지만 나는 자네가 썩 마음에 들고, 자녀라는 사람을 신뢰하네. 미안하지만 유키를 돌봐주게."
댄스 댄스 댄스 1에 흐르는 음악,
휴먼 리그 1983년 don't you want me /임페리얼스 1958년 Tears on my fillo /슈프림즈 세 명의 흑인 여성 코러스 그룹 ( 다이애나 로스, 마리 윌슨, 플로렌스 발라드) Where did our love go 플/라밍고스 흑인 5인조 코러스 그룹 1956년 I will be home /팔콘스 1959년 You are so fine , 1962년 I found a love /임프레션스 1961년 집시 우먼, It's all right /아바 1977년 댄싱퀸 /이글스 1976년 호텔 캘리포니아 /보스턴 1976년 서드 스테이지 /코모도어스 1978년 3 times a lady /존 덴버 leavig on a jetplane /시카고 1976년 If you live me now, 1983년 hard to say I'm sorry /케니 로긴스 Sittin' in, 영화 <자유의 댄스> /제네시스 1986년 인비저블 터치 등등
https://youtube.com/shorts/_nhTlVx38ZY?si=2ZIL2AygTg05YWM_
https://youtu.be/4BotfgfT6lU?si=ABkx8sXEpYCYcLV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