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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만 Jul 30. 2023

틀어진 차축

자율주행시대  오긴 오는가?

 운전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자동차 수리비만 6백만 원이었다. 첫 번째는 차선이 좁아진 인도 경계석에 부딪치는 사고였다.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이미 늦었다. 아내의 ‘조심해’라는 외마디 소리를 들었다. 차는 이미 인도를 치고 올랐고 나는 급히 핸들을 꺾었다.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못한 채 인도 경계석과 부딪친 차는 튕겨 나와 중앙선을 넘었다. 통제되지 않는 차는 거의 반바퀴를 돌고 오던 방향을 향한 채 멈추었다. 당시 마주 오던 차량이 없었던 것만도 다행이었다. 운전대가 틀어졌다. 인근 타이어 업체로 조심하며 운전하여 갔다. 휠이 휘어져 휠 얼라인먼트가 필요할 거라 했지만 업소에 수리할 수 있는 장비는 없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핸들을 단단히 잡았다. 자주 다니는 정비소에 수리를 맡겼다. 차량 전체를 횡으로 건넨 차폭만큼의 길고 굵은 축이 살짝 휘었다. 핸들은 몇 배 더 큰 영향을 받아 쿠르즈 cruse 기능 같은 전자 장치도 작동되지 않을 정도였다. 예상보다 수리비가 많아 보험으로 처리하였다. 이왕 보험 처리하게 되니 수리 비용이 두 배가 되었고 나의 자책도 같은 크기로 커졌다. 틀어진 차축에 자책만이 자라고 있었다.

 차축과 함께 엇나간 나의 ‘가성비’ 인생이라니. 사실 이번 여행은 전에 사두었던 골프 쿠폰 유효기간에 쫓겨 부득이 떠난 모양새였다. 부킹도 잘 안 되는 정규 코스 대신 ‘가성비’ 좋아 보이는 퍼블릭코스 쿠폰 한 묶음을 사 두었다. 그마저도 성수기 때에는 부킹난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쿠폰을 만료일 전에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이 불운을 자초한 것이다. 설상가상이다. 강원도는 이미 첫눈이 내렸다. 이번 여행을 주장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나였다. 지방 도로는 늘 불평불만의 대상이었다. 툭하면 속도위반 통지서를 받거나 낯선 도로 상황에 작은 사고들도 얼마나 많았던가. 운전자를 위한 인체공학적 도로 설계를 해야지 하며 도로 탓부터 했다.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평창 지방 도로인데, 편도로만 3차선을 만들어 놓고는 이내 좁아지는 도로 설계이다. 보험회사로부터 원인을 들어보니 지방의 경우 사유지라 제대로 도로를 만들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사고는 차를 수리한 지 사나흘도 안 되어 일어났다, 어린이집 손녀를 하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둑해진 주차장에는 퇴근해 들어온 차량이 많았다. 젊은 세대들이 많은 고층 아파트라 비좁은 주차장에서는 회전조차 어렵다. 코너를 도는 데 차량 왼쪽이 걸려 긁히는 소리가 불길했다. 주차하지 못하게 콘크리트와 쇠막대가 땅속에 굳건히 박혀있는 곳을 못 보았다. 기가 막혔다. 또 사고를 낸단 말인가? 아니 플라스틱 팻말을 놓아두면 이런 긁힘 사고는 안 생길 게 아닌가? 관리실을 원망했다. 관리 사무실을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고 싶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연이은 사고에 충격이 컸다. 불길한 징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에 골똘히 빠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혹시 글쓰기를 하면서부터인가? 머릿속은 이런저런 글감들로 어지럽다. 어떤 일에 빠지면 그것에만 몰두한다. 집착을 넘어 아예 고착되고 있다. 문제는 차축마저 휘어지는 운전 사고만이 아니라, 내 삶의 축이 뒤틀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최근 나 혼자 운전할 때 보다, 허물없이 익숙한 이들과 동승할 때 사고가 많았다. 운전 중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습관이 운전을 산만하게 만들고 있다. 2 주도 안되어 연이어 사고가 있었으니 운전하기가 두렵기까지 하였다. 전방 주시를 안 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이었나? 원인과 핑곗거리들을 늘어놓고는 있지만 나의 잘못인 줄 잘 알고 있다. 황당하고 부끄러워 자책만 산더미처럼 커진다. 우울증이 이렇게 오는가 싶었다.

 술을 즐기지 않으니 평소 어딜 가도 운전이라도 도움을 줘야지 하는 편이다. 남의 차에 얹혀 다니는 건 더욱 못할 일이었다. 인지능력이 정말 떨어지는 걸까? 대화 내용에 귀 기울이며 운전할 때 더 그렇다. 갈림길을 지나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과학은 데이터로 이미 알고 있다. 인지부조화란 ‘태도와 행동이 서로 일관되지 않거나 모순이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인간은 자신이 어리석고 모순되게 보이는 이 상태를 불쾌하게 여긴다고 한다. 나의 머릿속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지만  이제까지는 무리수와 요행수로도 꽤나 잘 통했나 보다.

 무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듯이 우리의 몸속에도 자율신경이 있다. 몸속의 자율신경계를 정상 작동해야 한다.  오늘 만이라도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겠다. 분노와 당혹감에서 빠져나오며 글을 적다 보니 경로 우대카드 제도도 수긍하게 된다. 운전면허증 반납도 생각해 보지만 사고가 두려워 운전을 안 한다면 곧 타인에게 민폐이다. 자율주행 시대가 성큼 왔으면 좋겠다. 모르긴 해도 자율주행이 더 안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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