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에사우 대신 복을 받았어요

by 이용만

여섯 살 손녀가 예전의 '갸'가 아니었다. 구약 성경의 요나 이야기를 세 살 때 해준 인어공주 이야기처럼 추억하며 시작하였는데 왠지 싸~하다. "물고기 뱃속에 들어간 나는 피노키오럼..." 이야기할아버지의 의도와는 달리 동화의 연결이 원찮고, 녀는 관심 없어했다. 기 전에 손녀를 위해 성경을 읽어주려는, 처구니없는 속셈이... 너무 거창했나? 서둘러 다른 이야기로 바꾸는 편이 낫다. 할머니라면 모를까? 할아버지 실력으로는 성경이야기를 낯설어 할 수 있다. 지레 걱정되어 미리 성경 동화를 읽어보았다. 아담과 에화 창세기 편은 그림으로 쉽게 넘어갔다.

두 번째 카드인 사악, 야곱, 요셉 편을 골라 꼼꼼히 읽어두었더랬다. 팥죽 한 그릇에 팔아버린 '장자권子權'을 겨우 겨우 '대장 자리'로 고쳐, 녀석이 아듣는지 확인해 가며 들려준다. 얼마전에는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이야기할머니 낭독 교육도 받았더랬다. 할바할미의 낭독실습 녹음을 가끔 또 들려달라고 정도는 되니 다행이었다. 성경 한편을 잘 골라 그럴듯한 정에 스토리 구성도 탄탄해야 먹힐 이다. 6세 또래 눈높이에서 재미있는 요소를 넣어야 집중할 것 같았다. 지난 주말, <어린이 축복 성경> 야곱 파트를 한차례 읽어주었던 터이다. 두 번 듣는 이야기에 에사우보다 야곱과 요셉 이름은 도 기억하고 있다. 손녀는 이미 야곱의 막내아들 요셉 이야기가 궁금한가 보다, 꿈쟁이 야곱의 볏단을 향해 11명 형들의 볏단이 절을 한 일을 들먹인다. 사실 지금도 야곱과 요셉은 왠지 자꾸 헷갈린다. 다시 또 읽어보고 시간대를 정리해두어야한다.

'해와 달과 11개의 별이 엄마아빠형들이었다'는 뒷이야기 순서를 글을 읽을 수 있는 손녀는 언제라도 앞서 나갈 기세이다. 물론 책을 구입하며 수녀님과 외할머니가 바라던 바 바로 그것이었다. 제발 스스로 궁금해 <어린이 축복 성경>을 꺼내 읽는 모습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늘어지게 많아진 내게 사명감처럼 이제는 나의 일이었다. 쌍둥이 형제인 에사우와 야곱 이름이라도 기억하도록 '눈곱 말고 야곱'이라고 너스레를 추어준 것까지는 좋았다. 겨우 한 번 눈을 들어 웃어주며 관심 갖는 손녀의 눈길도 미소와 함께 분위기도 밝아졌다. 엄마 아빠는 싸울 때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없을 때 일어난다는 비밀도 슬쩍 내게 일러주는 손녀가 불쌍했다. 그랬냐 하고 물으니 그런 때는 두 손으로 귀를 막는다고도 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오래전 우리 부부가 딸들에게 보여주었던 모습들을 되감아보는 것 같았다. 성경동화를 읽어주기에 주제가 너무 어려운 것을 골랐나? 나부터 집중이 안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다 컸고 노인이 되어 시력이 나빠진 이사악이 에사우에게 축복을 내려줄 시점이었다. "사냥해서 맛난 음식을 만들어오너라"는 대목이 혼잣말이었는지 아내 레베카의 대사 같기도 하고 잠시 헷갈렸다. 손녀가 대뜸 분히게 "이야기를 잊어버렸나 보네" 하며 빙그레 웃는다. 이제는 눈치가 보통이 아니다. 순간 쪼그라든 의 MRI영상과 날로 영악해지는 손녀와의 격차가 3년의 2배에 세제곱만큼 커져있었다. 임지연 작가에게 글과 그림을 이끄시듯 아직 나를 살려두신 주님의 뜻을 잊지 않고 현양 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고 있다. 행복을 주는 책들에, 소개해 준 이들에게, 제시간에 맞게 해 주시는 주님의 은총에 무척 기쁘다.


야곱이 에사우 대신 복을 받았어요

이사악은 레베카(리브가)와 결혼해 쌍둥이 아들을 낳았어요. 씩씩한 형 에사우(에셔)는 들에 나가 사냥하는 것을 좋아하고, 조용한 동생 야곱은 집에서 지내는 걸 좋아했죠. 하루는 에사우가 사냥에서 돌아와 보니 야곱이 죽을 끓이고 있었어요.

"야곱아, 배고파 죽겠다. 그 죽 좀 줄래?"

야곱이 대답했어요."형이 받을 맏아들의 권리를 나에게 준다고 약속하면 줄게."

맏아들의 권리는 아버지 뒤를 이어 부족의 우두머리가 되고 특별한 복을 받는 것이었죠. 배가 너무 고팠던 에사우는 선뜻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죽 한 그릇과 빵을 받아먹었어요.

세월이 흘러 아버지 이사악이 나이가 많이 들었어요. 이사악은 큰아들 에사우에게 축복해 줄 테니 사냥해서 맛난 음식을 만들어오라고 했죠. 에사우가 들에 나간 사이 어머니 레베카가 야곱에게 이 사실을 알렸어요. 레베카는 야곱을 에사우처럼 꾸미고 음식을 만들어 아버지에게 보냈죠. 눈이 어두워진 이사악은 두 아들을 구별할 수 없었어요. 야곱이 에사우인 줄 알고 맏아들에게 줄 복을 야곱에게 모두 주었답니다.

집에 돌아온 에사우가 맏아들의 권리를 빼앗긴 걸 알고 큰소리로 울부짖었어요. 하지만 이미 빼앗긴 축복을 되돌려 받을 수는 없었죠. 에사우는 아버지가 돌아가면 야곱을 죽이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레베카는 위험에 처한 야곱을 자기 오빠 집으로 보냈어요. 에사우의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그곳에서 지내라고 했죠. 야곱이 외삼촌 집으로 가다가 길에서 잠들었어요. 꿈에 천사들이 나타나 하늘까지 닿은 층계를 오르내리고 있었죠. 하느님이 야곱에게 말씀하셨어요.

"네가 누운 땅을 너와 자손에게 주겠다. 네 자손이 먼지처럼 많아질 것이다. 나는 네가 어디에 가든 지켜 주고 반드시 이곳으로 데려오겠다."

야곱이 하느님께 기도드렸어요. "저와 함께 계시면서 제가 무사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신다면 평생 하느님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매일미사의 독서, 복음을 읽다가도 세속적으로 앞 뒤가 안 맞아 보이는 부분이 많았다. 성경의 해석을 AI에게 물었다. 앞 뒤 맥락까지 설명해 줄 만큼 해박하다. 해석의 오류에 빠져 고민할 필요도 없이 명쾌해졌다.

창세기 25~27장은 이삭과 레베카(리브가)의 두 아들 에사우(에서)와 야곱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야곱이 에서의 장자 축복을 속여 빼앗는 이야기를 다룬다.

창세기 25장 : 아브라함의 죽음과 그의 후처 그두라의 아들들 기록. 이삭의 쌍둥이 아들, 에서와 야곱 탄생. 하나님이 리브가에게 두 민족이 뱃속에 있으며 '큰 자가 작은 자를 섬길 것'이라는 예언 전달(25:23)한다. 에셔는 사냥꾼으로, 야곱은 장막 거주자로 차별된 성장 환경을 묘사한다. 에서가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아버림(25:29-34).

창세기 26장 : 이삭이 블레셋 땅에서의 삶과 우물 문제, 번영 이야기. 하나님이 이삭에게 복을 약속하시며 언약이 이어짐.

창세기 27장 : 이삭이 늙어 장자의 축복을 에서에게 주려 함. 리브가가 야곱을 에서로 변장시켜 축복받게 함 (속임수). 이삭이 야곱에게 장자의 축복을 주고, 에서는 축복을 잃고 크게 분노함. 야곱이 축복을 받자 에서는 죽이려 하여 야곱이 피신함. 이 세 장은 야곱과 에서 형제간의 갈등과 하나님이 야곱을 택하신 섭리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본문이다. AI의 빠르고 친절한 설명이 고맙긴 한데 두렵다.

성서야말로 역시 진짜 바이블이다. '세월' 그 자체로도 골프가 시들해지고 성서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다니 놀랍다. 50대 때 골프에 정신 팔리던 시절 에는 <퍼팅 바이블>과 <숏게임 바이블>을 신줏단지로 모셨다. 데이브 펠츠의 책 이름이 xx바이블 글자 그대로 그랬다. 그린 위에 올린 볼은 깃대를 중심으로 5m 이내에 위치하도록 정교하게 치는 것이 목표였고 반드시 one퍼팅으로 홀인 hall in 하는 것이 최대의 덕목이었다.

성서의 말씀 중에는 속세적 잣대만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대목들이 간혹 혼란스러웠다. 이를테면 "금화 한 닢 지킨 종의 것은 빼앗아 금화 열 닢 가진 자에게 주어라" 같은 말씀들이 그렇다. 장자의 권리를 속임수로 빼앗다니 성서가 맞나? 한참을 이해할 수 없었다. 새벽미사를 통해 '말씀'을 음미하는 맛을 알게 되었다.

아브람은 아브라함(많은 민족의 아버지)으로 불렸고 세 나그네로부터 전해 들은 예언 그대로, 나이 많은 그가 정말로 사라로부터 이사악(웃게 될 것)이라는 아들을 갖는다. 그리스 로마 신화 또는 오디세이아보다 흥미 있다. 성서에 하나 가득 신학을 이루는 궁금한 '말씀'이야기를 전하려 설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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