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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예찬

열 딸 안 부러운 이유

by 그래용

이유식을 잘 먹던 수현이가 이유식을 뜬 숟가락만 봐도 코를 찡그리며 안 먹겠다고 난리를 친다. 사과를 넣어 달게 만들어봐도, 북어포를 넣어 깊은 맛을 내봐도 별 다를 게 없었다. 혹시 몰라 컬리에서 파는 베이비본죽 이유식을 먹여봤는데 40ml 정도 먹고는 최선을 다해 안 먹을 요량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수안이도 8개월 무렵 이유식을 거부해 철분 부족으로 빈혈까지 생겼던터라 걱정이 컸다. 철분제를 복용하는 방법으로 대안을 찾긴 했는데 몸무게가 줄어드니 수현이를 안고 체중계에 오르락내리락하길 반복하게 됐다.

오늘은 남편이 육아를 함께하지 못하는 날이었는데 하필 수현이가 이유식을 안 먹겠다고 손사래를 치다가 이유식이 얼굴에 다 묻어 난리도 아니었다. 고구마라도 먹을까 싶어 찐 고구마를 손에 쥐어줬는데 손으로 다 짓이겨 놓아 정말이지 못 볼 꼴이었다.

감정적으로 내색하지 않았음에도 나의 곤란함이 수안이에게 보였는지 수안이는 저녁을 스스로 뚝딱 해치웠다. 그러곤 화장실로 가 옷을 벗고 혼자 목욕을 다 하고 나왔다. 수안이에게 고맙다고 하니 자기가 화장실 바닥을 청소까지 했단다.

"내가 누굴 위해서 그런 거야?"
"엄마를 위해서지!"

개구쟁이 같으면서도 마음을 헤아리는 모습 보면 얼마나 기특한지. 잘 키운 아들 열 딸 안 부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느새 훌쩍 커있는 수안이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아 몇 번이나 눈물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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