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해피 할로윈

정녕 아이를 위한 할로윈이었나

by 그래용

할로윈 데이를 앞두고 수안이가 유치원에 코스튬을 입고 가는 날이었다. 드라큘라 복장을 선택한 아이를 위해 옷을 주문해 깨끗하게 세탁해 입히고,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누라고 유기농 솜사탕을 손에 쥐어줬다. 솜사탕 포장지 위엔 수안이 사진을 편집해 'Happy Halloween'을 새긴 종이를 붙였다.

아이를 키우며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거였다. 선생님 선물을 챙기거나 친구들에게 먹을 걸 나눠주는 건 부지런하고 세심한 엄마의 증표 같았다. 정작 수안이는 자기가 먹고 싶은데 왜 친구들을 나눠줘야 하냐며 뾰로통했다. 아이가 좋아하지도 않는데 나는 왜 아이 손에 솜사탕을 들려 보냈을까 생각해 보면 좋은 엄마로 비치고 싶은 내 욕심이었다.

대학원에서 부모교육 수업을 들었을 때 첫 회기 제목이 '아이는 독립된 인격체'였다. 부모가 되지 않았을 땐 그 말이 크게 와닿지 않았었는데 부모가 되어보니 그 말이 제일 어려운 말이란 걸 알았다. 아이가 나의 소유물이 아님에도 아이를 통해 나의 욕구를 채우려는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나의 결핍이 아이를 짐 지우진 않는지 나를 객관화 시킬 필요를 느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들예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