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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엄마도 아프다

by 그래용

아이들이 아픈데 남편이 집을 며칠 비우게 되면 그만한 공포가 없다. 그래서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하는데 지난주엔 엄마가 교회 일로 바빠 거절했다. 냉담한 엄마의 거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깟 교회 일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가족을 등한시 하나 싶어서 분이 났다.


아이들이 거의 다 나아 엄마에게 다시 전화하니 엄마는 전화를 끊고 한참 마음을 졸였다고 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딸에게 가지 못하면 하루 내 미안하고 걱정된다고 했다. 마음이 좋지 않아 되려 냉정하게 말하게 된다며 내게 사과했다.


이번엔 아빠에 이어 엄마가 감기에 걸렸는데 엄마야말로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다는 걸 알았다. 엄마의 엄마는 노인이고, 딸은 자기 새끼 돌보느라 바쁘니 아플 때 참아내야만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아빠가 아프면 엄마가 밥이라도 해줄 테지만 엄마가 아프면 밥을 누가 해주나 싶어 엄마에게 어떻게 했냐 물으니 아빠가 라면을 맛있게 끓여주었단다. 아빠가 할 줄 아는 게 라면 밖에 없어 그걸로 정성을 다한 모양이다. 깔깔 웃으며 "너무 웃기다. 아빠가 달걀 풀어서 끓여준 라면이 맛있긴 하지"라고 하니 그렇단다.


엄마 입장에서 생각해 본 날이 얼마나 있을까. 그저 엄마가 내게 채워주기만을 기대하고 바랐는데 엄마도 빈자리가 있다는 걸 알았다. 엄마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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