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지켜줄게
어제는 엄마, 아빠가 다녀갔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두 달 만에 만난 수현이는 울진 않았어도 낯을 가렸다. 한두 발짝 다가서다 내 품으로 이내 돌아왔다. 조심스러운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내 팔과 다리를 꼭 잡고 있다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방긋 웃어주니 그제야 자기를 안아달라며 손을 뻗었다.
나는 아동발달을 공부하며 가장 관심 있었던 분야가 애착이었다. 애착 형성이 성격 형성과 성인기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많은 학자들을 통해 이미 밝혀졌듯 주변을 보면 어떤 부모를 만나 어떻게 자랐느냐가 중요해 보였다. 어린 시절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면 그만한 불행이 없어 보였다.
수현이가 낯선 사람을 보며 낯을 가릴 때 다행이다 싶었다. 애착을 형성한 내 품에 머물며 서서히 탐색하는 모습이 어렸을 적 컴퍼스로 원을 그리는 것과 같게 느껴졌다. 송곳으로 중심을 잡고 반경을 설정해 원을 그리는 것처럼 날 지지해 세상을 넓혀 가는 듯했다.
컴퍼스의 어원을 찾아보니 함께를 의미하는 con-과 내딛다라는 뜻을 지닌 passus의 합성어라고 한다. 부모는 어쩌면 아이에게 안전 기지를 제공해 주고 함께 내디뎌주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아이가 믿을만한 안전한 애착 대상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