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풀에 지친 완벽주의 엄마
아이 둘을 데리고 첫 여행을 다녀왔다. 남편이 여행을 제안했을 때 수현이가 이유식 시기라 살짝 망설였다가 이내 수락했다. 한 번도 비행기를 탄 적이 없는 수안이에게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고, 육아는 어차피 집에서도 힘드니 여행 가서 재밌게 힘들자는 심산이었다.
호기롭게 여행을 계획했지만 챙길 게 어마어마했다. 수현이 이유식, 퓨레, 기저귀를 넣었는데 이미 캐리어 절반이 찼다. 6일 동안 입을 아이들 옷까지 더하니 우리 부부의 옷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다. 대강은 허락하지 않는 성격이라 만약에 일어날 상황까지 대비해 이것저것 챙기다가 제풀에 지쳤다.
다 사람 사는 곳이라 가서 어떻게든 해결이 될텐데 내재된 불안 때문인지 완벽주의 때문인지 짐을 줄일래야 줄일 수가 없었다. 아마도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였다. 여행을 가기 전 엑셀 파일부터 여는 성격은 이제 버려도 좋겠다 싶었다.
비행기 안에서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가 마침 휴대폰에 다운로드 돼있어 읽었다. 인생과 여행은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내 여행엔 실패할 틈이 없어 진정한 여행의 묘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겠다 싶었다.
다음에는 덜 계획하고 가볍게 떠나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