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단히 성장해 온 나의 요리 실력에 관하여
내가 요리를 어느 정도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라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 첫 직장은 주변에 마땅히 먹을 데가 없어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먹었다. 각자 가져온 반찬을 내어 나눠 먹었기 때문에 대강 해갈 수가 없었다. 내 입에만 들어가면 맛없어도 그만이지만 같이 먹는 이들이 있으니 적어도 먹게끔은 조리해 가야 했다.
한 번은 브로콜리를 데쳐갔는데 너무 익혀서 물러졌었다. 말캉한 브로콜리를 씹은 동료가 브로콜리가 솜사탕 같다고 농담으로 승화해 줘서 나의 서툰 요리 솜씨가 무마됐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매일 도시락을 준비해 가야 했어서 일주일에 두어 번은 반찬을 만들어야 했으니 자연스레 요리가 늘었다.
내 요리 솜씨가 급격히 늘게 된 시기는 바로 미국 거주 2년 동안이었다. 주변에 한인식당 하나 없는 플로리다 시골 마을에 살며 미국 마트에서 공수할 수 있는 재료로 한식을 구현해 내야 했다.
한 날은 탕수육이 너무 먹고 싶어서 탕수육을 튀겼고, 한 날은 양념치킨이 그리워서 최대한 한국 양념치킨과 유사한 맛을 내려 각종 소스를 섞어 만들어냈다. 매일 도시락을 싸가는 남편을 위해 김밥 싸는 건 식은 죽 먹기가 됐고, 친구의 도움으로 김치까지 담그는 경지에 이르게 됐다.
귀국해선 전라도 시댁에 3년 간 머물며 시어머니 어깨너머 한식을 배웠는데 아무래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경험 자체가 요리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게다가 내가 만든 음식을 시부모님도 드셔야 하니 자연스레 요리가 늘었다.
이제는 아이가 있어 아무래도 고르게 영양 잡힌 식단을 제공하려 단시간에 맛있는 요리를 여러 가지 하게 됐다. 나는 본래 크래커 하나로 한 끼를 대체할 정도로 배만 차면 그만인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30분만 주어지면 한 상을 거뜬히 차리는 능력이 생겼다. 어제 밥통에 야들야들 쪄낸 돼지갈비를 한 입 먹어보니 지난 세월 자잘한 노력 속에서 부단히 발전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