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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치료사 엄마

엄마가 놀이치료사라 좋은 점

by 그래용

어느 날 수안이에게 엄마가 혹시 잘못하고 있거나 고쳤으면 하는 게 있냐고 물었다. 수안이 입을 통해 나온 답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엄마가 놀이치료를 하듯 해달라는 거였다. 수안이에게 놀이치료가 어떻게 이해됐는지 모르겠지만 가장 이상적이었구나 싶었다.

수안이가 주도적으로 놀이를 하면 옆에서 놀이행동을 구체적으로 읽어주는 것인데 그 순간이 좋았나보다. 아침에 등원할 때 집으로 돌아가는 내게 늘 하는 말이 "끝나고 나랑 재밌게 놀자"다. 실은 아이 둘을 돌보는 게 벅차서 수안이가 방과후 학원이라도 가줬으면 싶은데 절대 가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두 아이를 종일 돌보는 날엔 가끔 속으로 놀이치료 10회기 연이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가서 이만한 에너지를 쓰면 최소 얼마는 벌텐데 궁시렁거렸다. 그러다가 내게 놀이치료 하듯 자신을 대해 달라는 수안이의 말에 번뜩 정신이 들었다. 배운 것 내 아들에게 쏟는 시간이 그래도 가치 있구나 싶어 안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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