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댄스, 댄스 (상)>, 1989
떠난 이들을 위하여. 춤을 춥시다.
오늘은 저의 생일입니다.
그리고 10년 전 오늘, 제 생일은 온통 암흑이 되었습니다.
비통함에 침잠하여 지난 10개의 오늘들을 보내왔습니다.
해마다 4월, 생일 즈음이 되면,
몸이 아프고 마음이 부서지는 고통 속에서 묵묵히 하루하루를 견디고는 했습니다.
이유도 모를 몸살 속에서 겨우 숨 쉬며 5월을 기다렸습니다.
제 탄생을 축복하는 촛불 앞에서 진심으로 소원을 빌지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떠났지만. 사라졌지만.
남은 자들은 춤을 추어야 합니다.
나만의 박자에 맞추어, 나만이 출 수 있는 춤을요.
오늘을 살아야 합니다.
더도 말도 덜도 말고, 딱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을 충실하게요.
저는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믿게 되었습니다.
하루키의 <댄스, 댄스, 댄스>를 통해서 만난 나의 인생 이야기는 그렇습니다.
키키와 산양 메이처럼 어떤 것들은 속절없이 사라져 가고,
이상한 사람. 이라는 한마디처럼 어떤 것들은 저마다 달리 말해지고,
터프한 이인조 형사들의 조사처럼 어떤 일들은 온통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방법으로나마 모두는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서로의 춤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춤을 춥시다.
사라진 이들,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 보내는 곡진한 진혼곡에 맞추어.
춤을 춥시다.
+)
연재일에 연재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사과 말씀 드립니다.
<댄스, 댄스, 댄스>에 대한 긴 이야기는 다음 연재일에 도모하겠습니다. 양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