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티셔츠를 사랑하고, 나는 그런 그를 사랑하고
[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 무라카미 하루키] 그는 티셔츠를 사랑하고, 나는 그런 그를 사랑하고
계절은 부지런하지만 발자국 소리도 없이
조용하게 움직인다.
두터운 새벽이슬을 따라, 도톰한 노을을 따라,
고요한 사위를 슬며시 들고 울려 퍼지는
풀벌레 소리를 따라,
가을 냄새가 난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조용하지만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계절 같다.
담담하고 아무렇지 않게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가만가만 들려주다가
다음 계절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또 보자.
하고 떠나는. 어느 여름처럼.
계절처럼, 그처럼.
언젠가 나도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소소한 취향, 취향에서 시작된 의도하지 않은
사소한 컬렉션.
그리고 다독다독 수줍은 듯이
그동안의 기억을 조용히 풀어내는 그처럼.
가만가만 왔다가
이름만 들어도 생각나는 어떤 장면을 남기고
가만가만 떠나는 어느 계절 같은.
나도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는 자신이 없어서 카페에 앉아 연달아 두 번.
책장을 넘겼다.
삼킬 것처럼.
2021. 9. 에 쓰고, 2024. 4. 에 다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