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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da 린다 Jul 21. 2020

엄마가 되고나서야 알게된 것들

육아에 대한 생각

지난 밤, 자는 아기를 품에 안고 쏟아지는 눈물을 닦다 내 어린시절을 생각했다.


나의 오른쪽 콧볼은 콧볼의 큰 산등성이 한가운데 쭉 길이 나있다. 크게 찢어졌던 자국이다. 내가 돌쟁이일때즘 기어다니다가 엄마가 딴눈판 잠깐 사이 언니의 필통 위로 엎어지면서 생긴 상처였다. 엄마는 어린 나를 안고 부리나케 치료했지만 시골의 여느 의원에서 꿰맨 자국이 성할리가 만무했다. 보기좋게 길게 난 콧볼의 상처는 나의 성장통 그 크기만큼 커갔다.


성인이 되고 아주 가끔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 특히 그런 이들에 무심함까지 더해지면 콧볼의 상처를 질문 받곤했다. 전에 코 피어싱을 한 적 있었는지 무슨 연유의 상처인지를 묻는다. 물론 그런 질문을 받기전까지는 내 얼굴에 그런 큰 길이 있는지, 그 길이 남에게는 심히 궁금증을 일으키는 모양새인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거울로 들여다 보는 얼굴의 정면이 평생 나인줄 알고 사는 내게 한참 각도를 틀어봐야하는 얼굴의 측면, 그러니까 타인에게만 보이는 그 상처가 나에게 그닥 신경쓰이지 않았던 건 당연했고 또 다행이었다.


그렇게 수십년을 살아오며 그 상처에 대한 인식도 컴플렉스도 없이 살아온 나지만 유독 우리 엄마는 나만 보면 그 코옆 상처를 찾아 그 깊이가 얼마나 커졌는지, 출근길 파운데이션을 발랐을 때에도 상처를 따라 그림자가 지는지를 궁금해 하셨다. 서른이 한참 넘은 딸래미지만 아직도 엄마의 눈에는 돌이 갓지난 아기를 향한 노파심이 있었다. 예순이 넘은 노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당신 눈으로도 한참을 상처를 보시다가도 에이 괜찮아 우리 딸 예뻐를 외치며 안도하는 엄마가 나에게는 참 별나보였다. 나에게 거의 보이지 않은, 그래서 존재하지 않는 상처나 다름 없었지만 딸 아이 얼굴에 난 상처는 우리 엄마에게 무척이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나보다.


지난 밤, 우리 아기의 건강에 대한 염려로 잠 못들던 밤 엄마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괜시레 엄마가 떠올라 마음이 많이 어려웠다. 엄마가 되고나서야 그전에 이해하지 못한 우리 엄마의 수많은 감정과 걱정들이 심적으로 이해되는 순간들을 마주쳐왔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되고나서야 엄마를 아는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심정이랄까?


지난 주말, 아기의 12개월 영유아 검진에서 의사가 던진 아기 눈에 대한 이야기, 숲이의 왼쪽 눈이 내사시 경향을 보이는데 눈치를 채셨냐는 그 말, 심각한 것 같진 않으니 지켜보라는 조언에 대해 토요일 종일 곱씹었다. 아기가 태어나고 지난 1년 내내 아기 눈에서 이상점을 발견하지 않았던 터라, 역시 의사들은 조심병이 엄청나구나 하는 순간의 생각은 이제 염려와 확신이 되어 환우들의 의견을 나누는 맘까페까지 부리나케 가입했다. 잘 놀고 있는 아기의 모습에서도 아기의 눈동자 움직임만 보였다. 의사가 지적한 아기의 왼쪽 눈동자가 조금 더 과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기이하게도 내가 보면 볼수록 더 안좋아보였다. 아기가 행여나 최악의 상황에서 수술을 해야할까봐 눈물이 터져나왔다.


아기는 괜찮다. 사실 너무나 잘 먹고 잘 놀고 엄마 아빠와의 애착도 잘 형성되고 있는 우리 아기- 애기 엄마인 내가 확신하건데 잘 자라고 있다. 너무 큰 염려가 오히려 아기에게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불안한 마음을 거두기로 마음 먹었다.


엄마는 참 어려운 역할이다. 어쩌면 세상 가장 귀한 보석을 짊어진 채 큰 산을 오르는 사람 같다. 힘든 여정 속에서도 아름답고 귀한 아기에 끊임없이 감탄하고, 사랑에 빠지고 또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사람. 그런 엄마의 운명이 이제 나의 시간이 되었음을 느낀다. 우리 엄마가 늘상 걱정했던 나의 콧볼의 상처처럼 나도 한동안 우리 아기의 눈동자에서 불안과 안도의 줄타기를 하며 늙어가겠구나는 생각.


엄마가 되고나서야 우리 엄마를 알아간다. 엄마가 주신 수많은 미소와 실수들이 나를 엄마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안다. 그래서 엄마를 알아가는 여정, 그게 육아의 다른 말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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