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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da 린다 Aug 10. 2020

너와의 여행, 극기훈련인가 여행인가?

돌쟁이랑 여행가기-

코로나로 미뤄뒀던 가족여행을 모처럼 떠났다. 제주도는 우리 부부가 연애때부터 자주 가던 곳이기도하고, 작은 언니가 조카랑 살고있는 곳이라 여러모로 만만하다는 생각에 결심하게 되었다. 아기랑 가는 여행이 옷가방 한명분 더 챙기는 줄 알았던.... 오판의 시작이었다.




아기와의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는 일이다. 왜 제일 중요하냐면 필요한 물건이 무진장 많기 때문이다. 아기가 한번 행차를 하려면 뻥 조금 보태서 집안 물건 1/3을 들고 나서야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SUV 차종으로 바꾸는 이유가 괜한 게 아니었다.


일단은 아이를 먹일 것들, 크게는 식사와 간식이다. 이유식을 하는 우리 아기의 경우, 3박 4일치의 얼린 이유식 그리고 하루 한두번 찾는 분유와 젖병을 챙겨야한다. 식사를 챙겼다고 간식을 빼먹으면 차안, 비행기안에서 내내 울먹이는 아기를 안느라 푸쉬업 이상의 팔근육 운동을 기대해야한다. 간식은 반드시 세가지 이상을 챙겨야한다. 반은 바닥에 떨어지던 아기가 짓이기든 버려야한다. 예상 먹을 것의 두세배를 챙긴다.


아이의 기저귀, 여분의 옷 등 외에도 아기를 앞으로 업을 힙시트, 뒤로 업을 어부바 띠, 휴대용 유모차, 유모차에 앉았을 때 성내지 않을 유모차 장난감 등을 챙긴다. 아이가 막 걷기시작했다면 신발과 다량의 양말도 챙겨야한다. 신발이 익숙하지 않으면 양말이라도 신켜서 기분전환을 시켜야 하기 때문.


아기가 화를 내면 보여줄 영상도 저장한다. 유투브의 유료회원은 저장이 가능해서 비행기 안에서 좋다. 막 울때 틀어줄 뽀로로와 노래해요 와 지루해 할때 보여줄 타요 에피소드, 차안에서 졸려울 때 틀 오르골 자장가 모음집, 시선을 끌어야 할 때 틀 타요 주제곡 3시간 무한반복 등 최소 5-7가지의 영상을 준비한다.


여행할 때 제일 당혹스러워지는 감기를 피하기 위해 목 두르는 가잿수건도 무조건 많이 챙긴다. 집보다 에어컨이나 온습도 조절기 통제가 잘 안되기 때문에 보통 조금씩 아픈거 같다. 그럴때 목을 감싸주면 두개 아플 것도 하나 아픈 효과를 많이 봤다. 시골 외할머니는 늘 목에서 감기 온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어른들 말씀은 어쩜 틀린 게 하나도 읍다.




아 이런것까지 챙겨야 할까? 일단 넣고보자 하고 자리를 나선다. 그렇게 지금껏 생각한 모든 물건들을 다 챙겼다하고 주차장으로 나오면 꼭 빼먹은 것들이 생각난다. 우리집의 경우 보통 아기 쪽쪽이, 잃어버리면 폭망이기 때문에 무조건 차를 돌려야한다. 아이가 먹을 것을 잊어버렸으면 그냥 나와서 사면 되지만 아기가 선호하는 그 쪽쪽이는 어디에도 팔지가 않는다. 무조건 고백(Go back) 이다.




어제 나는 아기와 제주 올레길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이게 체력장인가 여행인가? 흐르는 땀은 무조건 체력장 이었다. 마디마디 계단마다 유모차를 들어 옮기는 것, 유모차에 앉기 싫은 아기를 안아주는 것, 그 사이 여행변비에 걸린 아기의 기저귀를 확인 하는 것, 물과 밥을 제때 먹여서 지치지 않게 하는 것, 그 먹일 것들을 다 냉장팩과 짊어지는 것, 바람이 불때마다 비가 오는 건 아닌지 확인 하는 것!

남편과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2시간의 체력장을 마무리하고 차로 향했다.


땀 때문에 흠뻑 젖은 세식구를 본 주차장의 손님은 우리를 잡아세워 물었다.

"사장님 물놀이 어디서 하셨어요? 저희도 물놀이 하려하는데.."

실소가 터졌다. 나와 남편이 대답했다 


"저희 물놀이 안했어요~ 땀난건데....^^;"


하하, 저 사장님네는 아직 아이가 없나보네. 맞아 우리도 그랬었다. 아기 엄마아빠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 모두가 다 이유가 있었음을... 아이를 낳고서야 깨닫게 된다. 역시 누구든 그 상황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다 이해할수가 없는게다. 나도 아이한테 뽀로로 영상 틀어주는 것 반대했던 사람이라는...

아무튼 이웃차량의 질문으로 빵 터진 우리 부부에게는 재미있는 한 장면이 되었다. 이 대화로 어제의 체력장은 세상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가 되었다.




우리 부부는 그날 밤 골아떨어지기 일보 직전, 얼마나 더웠고 힘들었는지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은체 침대 옆편에 누워 잠든 아이를 두고 수다를 떠느라 바빴다. 그날 아기가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우리는 그 모습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 사이 커진 아기의 똘망한 눈동자를 보면서 체력장이 되었던 불지옥이 되었던 우리 아기를 즐겁게 하는 일이라면 꼭 하자는 작은 다짐을 하며 잠에 들었다.


아기랑 여행은 그런 것 이었다. 무진장 지치고 쌔빠지게 힘든 것- 그런데 그 힘듦이 금새 망각이 되는 마법! 그 마법은 아이 라는 절대행복에서 온다는 것! 참 묘하고 신기한 일이다. 아무튼 우리는 그런 이유에서 다시 가을 체력장을 기획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핡!

짐이 많아도 너어무 많다. 하아 그래도 부족한 것 투성
애미야 나좀 안아라
체력장인가 여행인가, 아무렴 어떠냐? 너와 함께라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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