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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da 린다 Sep 01. 2020

아기를 유모차에 혼자 두면 생기는 일

애미야, 반성해라...

아기가 돌을 지나고, 유모차 거부도 사라지고 제법 아기와의 외출이 수월해짐을 느낀다. 지난주에는 차로 4-50분 거리의 시부모님댁에도 다녀왔다. 아기를 뒷자석 카시트에 태우고 홀로 운전해 갔을 정도니 말이다.


출산 전 돌쟁이를 키우는 작은 언니네 집에 놀러갔을 때, 언니네 베이비시터가 조카 수영이를 뒤에 태우고 다니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 체코에서 온 그 친구는 베이비시터 경력이 어마무시한 친구였다. 아기가 울때마다 한손으로는 운전대를 다른 한손으로는 아기 과자를 뒤로 넘겨주는 걸 보고 경외심까지 생겼었다. 이게 프로의 세계인가? 내가 애엄마가 될지언정 과연 저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최근까지도 결코 상상할 수 없던 아기와의 단독 외출에 나는 이제 더이상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제였다. 나는 답답해서 몸태질을 하는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과일과 빵을 사러 동네를 나섰다. 잔뜩 무장한 한여름 대낮은 실로 땀범벅이었다. 얼른 아기 간식을 사서 들어가자는 생각에 집 앞 과일집에 들렀다. 과일집은 말그대로 우리 아파트 단지 바로 코앞에 있었고 골목길의 도로변이라, 차량이 많이 오가는 도로는 아니었지만 인도폭이 좁아 mom-friendly 한 곳은 아니었다. 더구나 과일집에 5평이 채 안되는 작은 공간- 유모차 채 들어가기 애매한 곳이었다. 애기를 안아들어가면 집 오는내내 안아서 와야하는게 뻔했다. 한켠에 아기와 주차하기로 하고 들어섰다. 약 1분이 지났을까? 결제를 하려는데 얼핏 살펴본 유모차의 장면이 아직도 슬로우모션으로 생생하다. 아기가 탄 유모차가 도로쪽으로 혼자 굴러가고 있었다. 내 아기를 태운채-




흠집이 난 복숭아 몇개를 더 싸게 판다는 과일집 사장님 이야기에 솔깃해 부리나케 골라담았던 때였다. 유독 뽀얀 핑크색의 큰 알 몇 개가 돋보이는 봉지를 한손에 쥔채, 다른 한손에는 핸드폰으로 제로패이앱을 열고 있었다. 순간 아기가 탄 유모차가 홀로 도로를 향해 굴러가는 걸 알고 나는 그자리에서 뛰어나갔다. 유모차는 이미 앞으로 꽈당한 상태였다. 인도와 도로에 계단 하나가 있었으니 그 계단 밑으로 던져진 것이었다. 나는 두 손의 물건들을 당장 도로 저편으로 던져버리고 앞으로 자빠진 아기를 안아챘다. 반만 채운 안전벨트가 안열려 겨우 열었다. 숨이 넘어가게 울고 있는 아기를 잡아채서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하 어떡해 어떡해 우리 애기 어떡해....




아기는 내 모습에 서러움이 복받쳤는지 더 울어제꼈다. 뜨거운 가슴팍에 우는 아기 얼굴을 묻고 무서워 다친 곳을 확인조차 못했다. 땀과 선크림이 범벅대서 뜨기도 어려운 눈이었지만 두려움이 더 컸다. 피라도 났으면 하아... 한참을 울먹이며 달래다 실눈을 떴다. 아기의 멀쩡한 얼굴을 확인한 후에야 팔다리 가슴을 만지며 확인했다.


1000% 엄마인 나의 잘못으로 생긴 사고였다. 아기는 경사진 인도에서 덜 잠긴 브레이크에 굴러갔고 차가 다니는 도로였기에 더 아찔한 사고를 당한 것이다. 하늘의 도움으로, 도로는 한산한 낮이라 차가 없었고 평소 귀찮아도 채우던 안전벨트로 아기가 고꾸라져도 크게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아기의 손잡이가 범퍼 역할을 했기에 상처가 최소화 되었다. 아기는 아랫 입술과 (아마도 입안에도 다치고) 이마 조금 정도의 상처가 났고 하루가 지나고 거의 다 나을 정도로 빠르게 치유되었다.




나는 아직도 아기가 탄 유모차가 도로로 흘러가는 악몽같은 장면을 그린다. 그리고 그 과일집 앞 인도 계단만 봐도 아찔해 심장이 쿵쾅댄다. 아기를 보호하지 못해서 미안했고, 고작 덥다고 아기를 안기 어렵다는 핑계로 아기를 혼자 둔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에 속이 상했다. 나는 반성의 의미로 이 위험했던 사고를 양가 가족과 이모님에게 모두 공개했다. 질타를 달게 받고 반성했다. 흑. 아기를 혼자 두고 무엇을 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다시한번 상기시킨 사건이다.


소중한 우리 아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나역시 엄마로서 계속 배우고 있다는 것. 이번 사고로 다시금 큰 배움을 얻었다. 하아. 정말 아찔했던 경험. 아기를 가진 모든 분들께 이야기 하고 싶다. 아기 태운 유모차 홀로 두고 어디 가지마세요- 꼭 데려가세요-


흑, 애미는 오늘도 배웁니다.



아기를 보고 소스라치느라 던져진 핸드폰, 거기 붙어있던 필름 덕분에 아이폰 액정을 살렸다 ㅠㅠ 오늘에서야 필름을 교체하는구나.
막 사고나고나서 진정된 아기를 잡고 한컷, 아기가 웃는 걸 보니 마음이 놓였다. 고맙고 미안해 울 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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