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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ie Jun 05. 2021

미국 외래 암센터

Outpatient Cancer Center

미국의 외래 암 센터


작가가 일하고 있는 외래 암 센터는 대학병원과 연구를 담당하는 리서치 센터의 합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에는 모든 사람들이 항암을 병동에서 받았지만,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병원비/의료비를 줄일 목적으로 만든 것이 외래 암 센터이다. 물론 백 퍼센트 모든 항암을 외래에서 받지는 못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외래에서 항암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외래 암 센터에서는 골수이식 또한 하고 당일날 환자를 퇴원시킨다. 


작가가 처음 이곳에서 일하기 전에 병동에서 일을 했었는데, 그때 간호사 한 명당 환자가 4-5명 정도를 돌봤다. 병동에서 일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12시간을 쉬는 시간도 없이 환자 4-5명을 돌보고 오면 정말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던 날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많은 간호사들이 그렇듯이 작가 또한 그냥 의사들이 (Primary Care Providers) 일하는 오피스에서 환자 혈압과 키를 재며 남은 간호사 생활을 하기 싫었다. 언제나 대체인력 가능한 간호사로 남기는 싫었던 마음이 더욱 컸지만, 언제까지 병동에서 앉을 시간 쉬는 시간 없이 일하며 남은 간호사 생활을 보낼 수는 없었다. 그렇던 차에 알게 된 곳이 외래 암센터 Infusion department 였는데, 작가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환자가 많다며 불평하던 간호사를 보며 정말 어이가 없었던 것이 생각이 난다. 


작가가 일하고 있는 외래 암센터는 간호사들이 흔히 간호계의 '디즈니 랜드'라고 할 정도로, 간호사는 정말 간호사의 일 밖에 안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미국 간호사들은 병동에서 일하면서 lifting, feeding, changing 등등 자신들의 scope보다 아래 일들을 많이 하게 되는데, 여기 외래 암센터에서는 CNA (간호보조사: Certified Nursing assistant)가 환자를 로비에서 방으로 데리고 와서 몸무게를 재고 혈압 등등 vital sign을 재고 환자가 필요한 물품들을 가져다주며 간호사에게 와서 보고를 한다. 그러면 간호사가 그때 들어가서 환자를 만나고 오늘 어떤 항암을 받을 것인지 설명해 주고 assessment를 시작한다. 그런데 심지어 assessment 또한 굉장히 간단하고 (병동에 비하면) 청진기 또한 사용하지 않는다. 거의 많은 경우 환자가 말하는 것에 의지해서 assessment를 하는데, 그중 가장 큰 이유는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예를 들어 구토 증세, 변비/설사, 먹는 것, 아픈 것, 신경통 등등) 환자가 report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일하는 이곳은 'No lifing policy'도 있다. 간호사는 물론 간호보조사들 또한 환자를 들거나 들어 옮기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만약 환자가 그 정도로 상태가 안 좋으면 외래 암센터보다는 병동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외래 암 센터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에서 일을 하면서 혹은 집에서 본인의 역할을 하다가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집에서 견디어 내야 하지만 보통은 약으로 컨트롤 가능하기 때문에 외래에서 항암을 받는 경우가 많고, 요즘에는 항암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고 똑똑한 약들이 있기 때문에 외래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보통 한번 들어가서 일하면 간호사에 따라서 8시간 혹은 10시간 일을 한다. 작가가 일하는 외래 암 센터는 20시간만 일을 하면 보험을 포함한 모든 혜택을 동등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40시간이 안 되는 시간을 일하는 간호사들이 훨씬 많다. 간호사 한 명당 (10시간 기준) 바쁘면 5-6명 정도의 환자를 받는데, 수간호사들이 많이 섞어서 주기 때문에 heavy 한 경우가 많이 없으며 (예를 들면 한 명은 3-4시간짜리 항암, 한 명은 1분 만에 끝나는 주사, 한 명은 길지만 많이 손이 안 가는 hydration 등등) 환자들이 오는 시간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한 번에 환자 네 명을 맡는 일이 거의 없다. 또한 처음 항암을 받는 환자인 경우 일부러 그 시간에 환자를 안주는 경우가 많아 그런 경우 간호사 한 명당 환자 한두 명인 경우가 많다. 병동에서 처음 왔을 때 이 장면들이 작가에게는 거의 쇼크 비슷하게 보였고, 정말 럭셔리하게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환자가 치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 간호보조사들이 들어가 방을 정리하고 닦으며 다음 환자를 받을 수 있게 준비한다. 이 곳은 간호사들에게도 디즈니 랜드이지만 간호보조사들이 일하기에는 그야말로 천국이 아닐 수 없다. 보통 병동에서 일하거나 다른 rehab center 혹은 요양원에서 일하는 간호 보조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환자를 들고 돌리고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씻겨야 하는지 모른다. 그야말로 받는 돈에 비하면 일이 너무 고된 그런 직업인데, 여기 외래 암센터에서는 vital sign재주고 환자에게 스낵이나 물을 가져다주며 방 청소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한번 여기서 일하면 떠나지를 않는다. 간호 보조사로 일하고 있는 경우 간호학교를 다니고 졸업을 하면 경험 없이 취직도 시켜주는 정말 좋은 곳이다. 



Conclusion


병동에서 일하는 게 좋지만 몸이 너무 힘들어 다른 커리어를 찾고 싶은 간호사들이나, 조금 편하게 일하면서 대우를 받고 일하고 싶어 하는 간호학생들에게 작가는 외래 암센터를 적극 추천한다. 물론 암 환자만 상대를 하기 때문에 병동에서 일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한정되어 있는 것만 배우지만, 여기 외래 암센터 간호사들만 할 수 있는 스킬들 또한 많이 있으며 무엇보다 몸 편히 일할수 있지만 대체인력이 많거나 쉽지 않기 때문에 (specialty field에서 일하면 좋은 점 중의 하나) 대우를 받으면서 일할수 있다. 무엇보다 작가가 생각하기에 work-life balance가 잘 보장되는 곳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외래 암센터가 작가가 간호사가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어 준 곳 이기도 하다. 지금 작가가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일을 하면서 아이들과 집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만들어준 곳이고, 그리고 '엄마'라는 타이틀 외에 '간호사'라는 내 정체성의 타이틀을 가지고도 살아갈 수 있게끔 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열심히 각자의 주어진 필드에서 일하는 모든 간호사들을 응원하고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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