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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Dec 31. 2015

술로 엮이는 관계, 몸으로 쌓이는 끈끈함

남자들의 세계와 친해지기

그 곳에 간지 서너달이 넘었다

그럼에도 왠지 그 곳은 좀 껄끄러웠다

그 곳은 남자들의 세계라는 인상을 풍겼고

스포츠로서 마주하고 싶은 내게 의심의 눈초리들이 따라다니곤 했다


이거? 왜 배워요?

줄곧 새로운 사람들에게서 제일 많이 듣던 질문이다

내가 수상스키를 탈때나 테니스를 칠때나 심지어 골프를 배우러 다닐때에도 아무도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왜? 이 스포츠만이 남자들의 공간속에 침투라 생각하는 걸까?

김단아 작품


언니가 당구를 치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부터였다

그런데 최근 몇년 당구 동호회를 하면서 실력이 무척 많이 늘었다

여러 대회들에 출전도 해보면서

일상에서 쉽게 즐길수있는 스포츠로 커다란 매력을 발견한 것이다

언니는 당구의 제일 좋은 점은

당당하게 내 점수를 가지고 평등하게 시합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실제로 언니는 당구장에 가면 미친듯이 경기만 한다


내가 당구에 손을 댄 건

시간의 용이함과 공간,장소의 자유로움 그리고 배움에 있어 저렴한 수업료가 큰 매력이었다

그런데, 몇번 쳐보고 작은 점수로 게임도 해보니

그 순간의 집중력과 혼자서 쳐냈을때의 쾌감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는지 시간을 확인하고 놀라기 일쑤였다


그렇게 재미있어 하면서도 매번 당구장 문을 열고 들어갈 땐 커다란 노력이 필요했다

남고에 혼자 걸어들어가는 여학생 기분이랄까...

김단아 작품


몇일전 게임을 끝내고 나오는데 같이 치셨던 분이 맥주나 한잔하자고 권했다

같이 간 그곳에는 이미 몇분들이 계셨고

게임이 끝나는데로 또 몇분씩 계속 추가 투입하는 상황이었다

당구 치는것도 좋지만 끝나고 한잔씩 하는 것도 재미라며 생맥주 하나 시켜주셨다

얼굴들은 다 안면이 있었지만

게임하면서는 사실 별 말을 안해서 서먹했다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농담도하고 같이 웃기도 하면서

같은 공간에서 동질감을 마셨다

몇시간 후 나는 그곳에 가족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회사 생활을 할때도 이런 비슷함을 느껴본 적이 있다

남자들 속에 이물질처럼 맴돌다가

술한잔하고 회식하고 같이 눈에 찰랑찰랑 술이차면

그 다음날부터 동료가 된다

술로 사람을 엮고, 몸으로 대화를 쌓는 기분이다

비로소 그걸 거쳐야 한꺼플 막 속으로 걸어들어가 맨 살을 볼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것이다

 

그 후 당구장 친구(?)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문열고 들어가는 곳이 두려움이 아니라 즐거움이 되었다


누군가의 보호경계를 뚫고 들어가야 할때

나를 그사람의 영역속에 던져넣고

그사람의 방식으로 연결고리를 엮어야 되는것

거칠고 투박한 남자들의 세계에 적응하는 방법..

이 아닐까 싶다

말보다 몸이 앞서는 남자들의 본능적인 방식...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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