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진 잔을
옮길 수가 없다
비가오고
바람이 불고
해가 비춰도
깨어진 잔은 깨어진 잔 인채
그자리에 있었다
깨어진 잔 안으로
흙이쌓이고
이름모를 꽃이 피고
가끔 나비도 찾아왔다
상처는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든다고 칭송한다
깨어진 잔은
그냥 깨어진 잔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한번 깨어진 잔은 그 마음을
다시
담을 수 가 없다
깨어진 잔 곁으로
세월들이 지나간다
그 날카로운 눈물을 감춰주려고
마디마디 푸른잎들을 펼쳐놓는다
내 마음 깊은 곳의 깨진 잔
고요히 있으라
마치 없던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