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흘러가는 1초 속에서도 아이는 매일 내 삶을 흔들어 놓는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은 너무나 소중하다.
단 1초라는 짧은 순간조차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귀하지만, 동시에 그 1초가 나에게 온갖 감정을 쏟아내기도 한다. 아직은 작고 서툰 아이가 그 찰나에 위험해질 때도 있고,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동을 안겨줄 때도 있다. 1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주는 존재가 바로 내 아이다.
현실 육아를 하면서 '1초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떠올려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아찔했던 순간이다. 신생아 시절 아토피로 고생하던 때, 경험이 없던 나는 아이 팔에 동그랗게 오른 물집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던 날, 우산을 들고 병원으로 달려갔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너무나 가녀린 팔 위에 터지기 직전의 물집을 발견하던 그 1초.
다른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수도 있지만, 내게는 이토록 작은 나의 아이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그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먹먹해진다.
작은 생명이 혹시라도 다칠까 봐, 사소한 순간에도 가슴이 철렁할 때가 많다. 육아란 이렇게 걱정으로 가득한 순간의 연속이다. 언젠가는 아이를 독립시키고 세상으로 보내야 할 텐데, 막상 함께 있다 보면 작은 위험들이 먼저 눈에 띈다. 아마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걱정 때문일 것이다. 엄마란 늘 그런 존재니까.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1초 역시, 아이 덕분에 찾아왔다.
외출도 하지 못하고 집 안에서만 며칠을 보내던 어느 날, 나는 참으로 많이 지쳐 있었다.
10년 넘게 쉬지 않고 일하며 늘 바쁘게 움직이던 내가 갑자기 멈춰 서 있으니,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내 삶과 커리어가 허공으로 사라진 듯한 허전함이 더 크게 밀려오던 시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옹알이도 제대로 못하던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어마!"하고 처음으로 나를 불렀다.
그리고 이어진 환한 웃음, 그 찰나의 순간.
그 1초가 지쳐있던 내 마음을 조용히 끌어안고 토닥여주는 듯했다.
지금 돌이켜 봐도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현실 육아 속에서 아이는 내게 이런 찰나의 행복들을 언제나 선물해 주었다.
처음 뒤집던 작은 몸짓,
첫걸음마를 떼고 조심스레 나에게 다가오던 떨리는 발걸음,
어린이집 문을 열고 내 품으로 힘껏 뛰어오던 그 따뜻한 무게,
좋아하는 장난감을 선물 받고는 기쁨이 벅차 울음을 터뜨리던 얼굴까지,
그 모든 순간이 빛처럼 내게 스며들어 나의 하루를, 그리고 나의 삶을 천천히 만들어주고 있다.
이토록 작은 아이가, 이렇게 내 하루와 시간을 환하게 밝혀준다.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의 발걸음 속에는 또 어떤 찬란한 1초들이 담겨 있을까,
엄마로 살아가는 이 시간 또한 내 삶의 소중한 일부이기에,
나는 오늘의 순간을 기꺼이 사랑하기로 한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자꾸만 내 작은 아이의 환한 얼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