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는 일, 그것도 엄마의 몫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어제보다 나은 엄마가 되자고 다짐해 본다.

by 봄바라기


육아를 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의 안쪽 깊은 곳 — 평소엔 잘 들여다보지 않던 내 바닥을 불쑥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는 건, 참으로 묘한 일이다. 사랑으로 시작됐지만, 그 사랑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마음과 감정들이 매일 찾아온다.


나는 분명 어른이고, 아이보다 훨씬 많은 시간들을 살아왔는데 어쩌면 아이보다 더 미숙하게 흔들릴 때가 있다. 사소한 말 한마디, 예상하지 못한 칭얼거림, 갑작스러운 울음... 그런 일상 속의 소소한 일에도 가끔 내 마음의 여유가 무너질 때가 있다.


"이제 저녁밥 먹으러 오세요"라고 하면 장난감을 더 꼭 붙잡고 있고,

"어린이집 갈 시간이야! 나갈 준비 해 볼까?"라고 하면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분명 평소처럼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이 순간들이 어떤 날에는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잠식시킨다.


평소라면 웃으며 달래고, 설명하고, 천천히 기다려줄 여유가 있었을 텐데...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어느 날에는 결국 참아야 한다는 스스로를 붙잡던 마음이 사라지듯 아이에게 감정이 툭 쏟아져버린다. 감정이 튀어나오고 나면 먼저 굳어버리는 건 아이가 아니라 언제나 나였다.

이내 바라본 아이의 표정은 굳어버렸고, 그 표정 하나가 내 마음 깊숙이 칼날처럼 날아와 베어버리고 오래도록 아리게 남는다. 나의 소중한 작은 아이는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이토록 사랑하는데, 그 사랑에게 상처 주는 사람이 결국은 '나'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가장 아프게 한다.


그렇게 밤이 되고 아이가 곤히 잠이 들면 내 마음은 더욱더 아프다.

집 안이 조용해지고, 낮동안 있었던 일들로 밀려오는 자책과 미안함들이 고요 속에서 더 크게 울린다.

내 품 안에 잠든 아이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면서, 나는 오늘도 아이의 머리칼을 매만진다. 그리고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오늘도 미안해...' 하고 수없이 속삭이게 된다.


오늘 내가 화낸 건 너 때문이 아니라고...

사실 엄마의 지친 마음 때문이었다고... 아직 어린 네가 다 이해할 수 없음을 알면서 더 미안해진다.

엄마도 너에게는 완벽한 엄마, 다정한 엄마이고 싶었다고...

그런데 그 마음이 오히려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고, 결국에 그 조급함이 너에게 흘러갔다.

그 사실이 내 마음 한쪽을 오래도록 시리게 만든다.





어떤 날은 참견이 아니라, 사랑이었고

어떤 날은 사랑이 아니라, 욕심이었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나면 후회가 밀려와

스스로를 가장 먼저 책망하게 된다.


육아를 하다 보면 스스로의 민낯을 많이 보게 된다.

누구보다 소중하다고 말하는 아이를 품은 채, 자꾸만 흔들리고 무너지고... 이내 다시 일어선다.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은데 가끔은 상처를 주고야 마는 나 자신이 너무나 밉고

그 순간엔 도망치고 싶다가도, 결국 아이의 작은 손을 붙잡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또 울컥해진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보면, 결국 이 모든 실패와 후회들이 어쩌면 내가 아이에게 사랑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엄마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 나의 부족함이 결국 성장의 과정임을 이해하게 된다. 누군가 했던 이야기지만, '매일 엄마가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사실은 아이도 엄마를 키우고 있다'라는 이야기가 생각나고 공감된다. 어쩌면 아이는 나보다 작지만, 나보다 큰 삶의 진실을 매일 보여주는 것 같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다시 품으면 된다고,

엄마도 자라는 사람이라고.


오늘도 나는 아마 실수하고 후회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다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는 대신 오늘보다 조금 나아지는 엄마가 되고 싶다.

오늘보다 내일은 조금 더 다정하고 따뜻한 숨을 내쉴 수 있는 사람.

아이의 마음을 알아가면서 나도 나를 용서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나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는다.


내가 나를 용서하는 일,

그것조차 이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의 과정이라는 것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결국 이 모든 마음을 감당하고

다시 사랑으로 돌아오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 길 위에 서 있는 또 하나의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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